1.
이 영화를 본 때는 일요일 새벽입니다. 축구를 볼 생각은 없었지만 잠이 일찍 들어 새벽 2시 넘어서 월드컵 예선을 보고 난 후입니다.
시작은 두 딸을 둔 엄마의 죽음입니다. 두 딸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동네 아줌마같은 명주는 엄마가 하던 생선가게를 이어받은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커리어 우먼인 명은은 대도시에서 디자인관련 일을 합니다. 그런데 둘은 성이 다릅니다. 오명주, 박명은입니다.
2.
엄마의 장례를 마친 후 명은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아버지를 찾아 떠나려 합니다. 언니 명주와 함께. 두 딸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명은은 어려서부터 사생아란 놀림을 받고 자랐습니다. 이 때문에 마음에 응어리가 생겼고 아버지를 증오하고 가족이 있는 제주를 멀리 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덧나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합니다.
언니 명주는 일곱 아니면 여덟살 정도 명은과 차이가 납니다. 아버지를 알지만 결혼은 하지 않고 승아라는 딸을 하나 키우고 삽니다. 명은과 같은 사생아입니다.
3.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결국 싸우고 다치는 동안 둘사이의 갈등을 아물어갑니다. 마지막 명주는 명은 아빠가 남긴 편지이야기를 합니다. 명주가 불에 태운 마지막 편지.
“이제 곧 제주도로 가면 같이 살꺼야….”
그 때 이모의 얼굴과 목소리가 머리속을 스칩니다.
명은의 아빠는 명주와 명은이 이모라고 알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성정체성을 고민하던 현식은 명주 엄마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듯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남자일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명주 엄마와의 관계에서 명은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이모로써 현재의 명은까지 함께 하였습니다.
4.
가족의 탄생 속편을 본 느낌입니다.
한부모 가정이야기도 그렇고 성전환자이야기도 그렇고 대안가정에 대한 잔잔한 사색입니다. 물론 영화의 흐름은 명은과 명주의 갈등과 소통입니다. 그렇지만 약각은 다른 가정이 만들어지고 세월이 흐르고 갈등이 쌓이고 다시 화해하고 그 과정이 결국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고통의 지점이 다를 뿐입니다.
“나의 여행은 이제서야 시작이다. 그가 아니 그녀가 오랬동안 나를 찾아 헤맸던 것처럼 나도 이제 긴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가족은 우리에게 식구입니다. 한솥밥을 먹는 사이입니다. 오랜 세월 몸으로 부대끼고 기쁨과 슬품으로 함께 하는 사이입니다. 비록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도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입니다.
덧붙이면 신민아라는 배우를 새롭게 발견하였다는 말이 맞습니다. 같은 듯 하지만 다른 역할을 섬세하게 잘 풀어나갑니다. 이모역을 맡았던 분은 남자배우인 문재원씨입니다. 아마도 영화의 배경인 제주인 것은 감독님이 부씨 성을 가져서 그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