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독서, 행복

1.
너무 덥습니다. 잠을 자고 읽어나도 멍합니다. 그래서 산속으로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관악산 둘레길. 과천성당을 지나 100미터쯤 가면 관악산으로 팻말이 있습니다. ‘용마골능선’을 알립니다. 거의 다니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용한 길입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관악산 산불감시탑을 거쳐 정상에 이릅니다. 과천 향교를 타고 오르는 능선길과 만납니다.

가는 길에 잠시 청계산을 보니 너무 맑습니다. 햇살이 뜨겁게 느낄 정도로 강합니다. 그렇지만 청계산과 과천시가 아주 가까이 다가옵니다. 남태령부터 인덕원까지 과천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정상이 목적이 아닙니다. 바람 좋은 곳을 찾아서 쉴 생각이었습니다. 산불감시탑 밑에 도착하니 바람이 너무 좋네요. 그래서 자리를 깔았습니다. 한 곳에 앉아서 멀리 보이는 정상을 짬짬이 찍었습니다. 같은 장소이지만 내 마음에 따라 다릅니다. 시간이 흘러가니 하늘도 다릅니다. 같은 것은 없네요.

2.
읽은 책은 김정운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입니다. 한겨레 칼럼을 통해 열혈 팬이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에 사놓은 책을 들고 올라서 읽었습니다. 첫 장 행복을 말합니다.

“행복의 요건중 50%를 차지하는 유전적 요인은 어차피 ‘운명’이다. 팔자다. 나머지 10%환경은 운명과 노력 두가지의 복합적 관계로 이뤄진다. 그러나 최소한 나머지 40%의 행복은 재미와 유쾌한 느낌을 유지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얻어낼 수 있다.”

얼마전 뉴욕타임즈는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칼럼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

그렇지만 이를 소개한 기자는 다르게 해석합니다.

함께 하는 사람, 추구할만한 신념, 자기 내면에 대한 초점. 브룩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행복은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이 3가지의 문제다. 당신은 이 3가지의 기준에서 얼마나 행복한가.

김정운교수가 말하는 행복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김정운 교수가 이야기하는 리추얼로 3가지 기준을 보면 일맥상통합니다.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형태상으로 습관과 리추얼은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습관에는 ‘의미부여’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습관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반복되는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반면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 과정이 동반된다.

예를 들어 ‘사랑받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내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내 앞에 두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에 전혀 기억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뿐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그렇지만 김정운교수가 책에서 지적한 한 귀절.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그 한도를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

돈은 어느 수준부터는 개인의 능력이지만 어느 수준까지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여전히 돈이 행복을 결정합니다. 1% 사회가 되면 될 수도록 돈은 행복의 척도가 됩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비극입니다.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 ‘복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김정운 교수의 글처럼 ‘조작적인 정의’로의 행복도 중요합니다.

산속에서 혼자 바람을 맞으면서 책을 읽는 이순간, 행복합니다.

2 Comments

  1. pkt3581

    얼마전 관악산에 갔습니다. 서울대쪽에서 깔딱고객를 넘어 과천까지 초보인 저겐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 뒤 일주후 또 다시 갔습니다. 힘들긴 여전하지만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더군요. 지금은 하나의 일처럼 마치 한 Schedule 소화하듯 산에 오릅니다….ㅋㅋㅋ
    매번 약속만하고 지키지 못하지만 다음에 시간되면 함께 산이라도 오르시죠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이면 가능합니다. 아시겠지만 토요일 오전은 가사노동의 날이라서.(^^)

      아니면 박사장까지 해서 오전으로 하시죠. 오전일을 오후에 해도 되니까….
      건강하세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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