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고리즘 교육 뒷정리를 하고 퇴근길 7007-1 좌석버스를 탔습니다. 미처 읽지 못했던 신문을 폈습니다. 조선일보 목요판은 야생화특집이었습니다. 눈을 즐겁게 하고 금요일 신문을 폈습니다. 제목이 멋있어 읽었습니다.
[오태진의 길 위에서] 자연 벗 삼아 생각하며 걷는 어느 ‘조용한 여행’
김휴림의 여행편지가 주최한 조용한 여행을 다녀온 후기입니다. 7,8월 우리산하에 가득한 야상화를 너무 잘 묘사하였습니다. 나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어제 그 느낌을 사진과 함께 담았습니다. 여기에 올린 모든 사진은 어떤 분들의 땀입니다.
수필에 나온 꽃,풀,나비들입니다. 한번 무엇이 무엇인지 살펴보셔도 좋을 듯.
7월 분주령(嶺)은 하늘나라 꽃밭이다. 태백기린초, 하늘말나리, 할미밀망, 꽃며느리밥풀, 큰까치수영, 산꿩의다리, 물봉선, 동자꽃, 일월비비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핀다. 갈 길이 멀어도 길섶 들꽃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한여름 분주령 능선 길은 표범나비 천국이다. 벌보다 나비가 많다. 보랏빛 꿀풀은 물론 가냘픈 범의꼬리에까지 매달려 꿀을 빨아댄다. 60㎜ 접사렌즈를 바짝 들이대도 꽃에 정신이 팔려 아는 척도 안 한다.
폭우 그친 주말 강원도 태백 분주령 길을 걸었다. 정선에서 태백 넘어가는 옛 38번 국도를 꼬불꼬불 버스로 오른 고갯마루. ‘백두대간 두문동재 해발 1268m’라고 새긴 길가 표지석에서 천상(天上)의 꽃길이 시작한다. 숲길을 들어서자 비에 식은 여름 흙 냄새, 풀 냄새가 기분 좋게 밀려온다. 길 오른쪽 금대봉까지 가는 불바래기 능선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꽃 잔치가 벌어진다. 옛날 화전민들이 밭 일구려고 불을 지른 뒤 이곳에 맞불을 놓아 산불로 번지는 걸 막았다고 해서 ‘불바래기’다.
길은 불바래기 능선을 지나 하늘이 보이지 않는 원시림으로 들어간다. 어둑한 숲 속 생명들이 비를 맞고 화들짝 깨어났다. 모처럼 낯을 씻은 단풍잎이 반짝반짝 빛난다. 바위 이끼, 나무 이끼도 목마름을 풀고 푸르게 일어섰다. 손톱만한 달팽이가 제몸만한 집을 지고 이파리에 붙어 있다. 수풀 속에서 둥근이질풀, 터리풀, 갈퀴나물 꽃들이 점점이 연보라·연분홍 불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