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eo와 Juliet의 사이에서

1.

로미오와 줄리엣.

비록 서양문학의 주인공이지만 춘향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주인공입니다. 특히 올리비아 핫세를 기억하는 남자들에겐 로망입니다.  요즈음 ‘삼촌팬’들때문에 더욱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녀시대의 멤버들처럼 그 시절 올리비아 핫세는 누나이자 동생이자 마음속의 연인이었습니다.

2.

그런데 오늘 제가 말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문학작품속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이미 잊혀진 주인공이고 컴퓨터속에 존재하는 주인공입니다. 윈도우95이전에  CD를 굽는 일은 값비쌌습니다. 왜냐 CD가 무척이나 귀했기때문입니다. 이 때 CD Burning프로그램을 보면 ISO9660포맷에 Romeo와 Juliet이라는 두가지 포맷이 있었습니다. Romeo포맷을 파일이름으로 128자이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표준적인 확장포맷이었습니다.

3.

굳이 이런 일을 취미라고 이야기하는게 부끄럽지만(^^) 컴퓨터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MP3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좀(?) 많은 편이었습니다. Yardbirds, Byrds, Joan Baez, Crosby Stills And Nash, ….한참 386이 유행할 때 6~70녀대 통기타가수들의 앨범등등….

외국 앨범들이 많다 보니 파일이름이 128자가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서 Juliet보다는 Romeo가 저에게 맞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MP3가 Romeo 포맷으로 버닝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서 PC없이도 MP3를 들을 수 있는 휴대형 Mp3플레이어 전성시대가 되었습니다. AV룸은 없지만 MP3를 사용할 때가 왔습니다.  허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MP3를 플레이어에 옮기려고 해도 윈도우98부터 Romeo포맷을 지원하지 않아서 복사가 불가능한 거죠~~~~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Romeo포맷을 아직도 지원하는 리눅스를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분투(Linux의 보급판)를 VMware를 이용하여 설치해 CD를 읽어보았습니다.  영어는 잘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글Encoding에 문제가 있어서  한글처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4.
포기할까~~~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글을 다시한번 검색해보았습니다. 우연히 ‘CDROM Romeo Windows 95’라는 단어가 들어갔는데 mount가 된다는 내용으로 보였습니다. ISObuster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조심스럽게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먹통이었던 CD를 드라이브에 넣고 조마조마 기다렸습니다. 화면에 파일목록이 보입니다. “Extracts”라는 명령을 클릭. 창이 뜹니다. 파일을 복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복사가 되고 있었습니다. 파일이름만 보이고 실제 파일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엔 그냥 복사가 되지 않는데…..복사 진행률이 화면에 보입니다…(속으로) 만세~~~~만세~~~~~만세~~~~…..

5.

양희은,송창식,김정호,김의철….듣기 힘든 분들의 노래를 이제 가까이 할 수 있는 기쁨을 하나 얻었습니다. 물론 요즘 세대들의 경쾌하고 밝은 노래도 좋지만 우리세대의 감수성을 표현한 노래는 고향같은 느낌을 줍니다…추억이기때문입니다. 나와 함께 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늙고 세상을 떠나고 나도 나이 들고 있지만 그 목소리만은 그 시절 그 때와 똑같이 제 주변에 흐릅니다. 마치 내가 그 때로 돌아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