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본시장IT는 80년대 말에 태동하였습니다. 한국증권전산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던 증권사들이 자체전산을 시작하는 때와 대략 맞물립니다. 자본시장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90년대를 지나 이천년대에 접어들 무렴 자본시장은 커다란 변화를 맞습니다. 인터넷 혁명의 여파가 자본시장에 불어옵니다. IMF 위기도 거품(^^)으로 극복하면서 자본시장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합니다. 이 때 자본시장IT가 역동적이었고 새로운 회사들이 시장에 진입하였습니다. 인터넷 혁명과 인터넷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이 만나면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십여년이 흘렀습니다.
우연히 어떤 분과 저녁에 맥주를 먹었습니다. 아주 오랜동안 자본시장IT를 하고 계십니다. 한동안 잘 나갔던 회사에 다니셨지만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무슨 일을 하세요?”
“발주업체의 프레임워크를 수정해서 고객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재미있어요?”
“20년 전 코드를 가지고 환경에 맞게끔 수정하는 일만 하고 있으니…”
이십여년전 소스코드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알만한 분들은 다 압니다.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기술적 요구를 과거의 기술과 개념이 충족하고 있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Linux도 따지고 보면 아주 오래전에 탄생하였습니다. 문제는 끊임없는 혁신과 발전입니다.
2.
자본시장내의 위탁매내업을 천수답이라고 합니다. 시황이 좋으면 수익성이 높지만 시황이 나쁘면 바로 적자로 돌아섭니다. 이천대이후 몇 번에 걸친 ‘한국증권산업 위기론’이 있었습니다. Buy Korea가 Sell Korea로 바뀐 때부터 위기론이 등장합니다. 그러다가 2005년을 전후한 때 본격적으로 위기론이 여의도에 퍼집니다. 유관기관들이 나서서 위기를 말하였습니다. 위기론이 시장에 퍼진 이후 등장한 것이 ‘자본시장법’입니다. “위탁매매업의 경쟁을 높여서 대형화와 전문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하여 투자은행으로의 발전을 해나간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이제 자본시장법 시행을 한지 3년이 넘어섰습니다. 또다시 위기론이 시장에 퍼지고 있습니다. 회사의 규모를 따지고 않습니다.
# 1 지난 4월 미래에셋증권이 13개 지점을 통폐합했다. 사측은 인력 감축이 아닌만큼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2 150개로 증권업계 지점 보유수 1위인 동양증권은 지난해 8월부터 지점 통폐합에 나섰다. 전체 비중 13% 감소가 목표였다. 사측은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집중을 이유로 밝혔지만 비용절감 차원 ‘몸집 줄이기’라는 시각이 우세했다.증권사들이 영업점에 ‘메스’를 댄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상당수 영업점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지만 구조조정 작업은 현재도 진행형이다.?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증권사사들이 지점 통폐합에 나섰다. 대형 지점을 만들어 고객의 니즈를 맞추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위기의 증권사-2] 외형 성장의 ‘그늘’중에서대형 증권사들은 IB업무나 고액자산가 시장 선점 등으로 근근이 먹고 살 수는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마저도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들은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내부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이 ‘글로벌 증권사’의 꿈을 안고 창업한 토러스증권도 마찬가지다. 토러스증권은 지난 5월 강남센터를 접은데 이어 다음 달 대구센터도 정리할 계획이다. 본점 하나만 남기고 모두 철수하는 셈이다. 직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 달부터 임금도 30% 삭감한다. 손 사장은 “적자구조인 지점들을 정리해 가벼운 몸집으로 발 빠르게 도약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먹고 살기가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들이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토로했다.하이투자증권은 외부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이달 초부터 업무 추진비와 행사비, 회의비 등을 20% 감축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임직원들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생각, ‘비상경영체제’ 의지를 다지며 출근시간도 20분 앞당겼다.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슈가 됐던 동양증권은 올해에도 리테일 축소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비상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 차원에서 출근 시간도 30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대다수 중소형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마케팅비 축소다. 수익과 직접 연관된 분야가 아니면 모두 감축모드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보릿고개’ 증권가, 수익원 급감에 살벌한 ‘3減’ 경영중에서
위기라고 하면 누군가 부도로 망해나가고 실업이 속출해야 합니다. 건설업이 위기라고 하면 이해를 합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자본시장 위기론이 시장을 떠돌 때마다 위기라고 하지만 망한 기업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M&A가 일어난 적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위기인가 의문이 듭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위기는 위기이지만 죽을 정도는 아닌 위기입니다. 바로 금융위원회의 허가때문에 제한된 경쟁만을 했기때문입니다. 위기는 잠시입니다. 다시 시황이 좋아지면 얼마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을 이익을 얻습니다. 삼성동물원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금감원동물원과 같은 틀속에서 약육강식의 경쟁을 할 뿐입니다. 자본시장법이라는 진입장벽으로 보호받습니다.
보통 위기라고 하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납니다. 새로운 모델과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경쟁자가 등장하여 게임의 규칙을 흔듭니다. 흔들기만 할 수 있지만 규칙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더라도 그것은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시장의 힘입니다. 온라인증권사를 표방하였던 키움증권의 성장은 인터넷시대가 낳은 혁신의 산물입니다.
이제 새로운 ‘키움’이 등장할 수 없습니다. 여의도가 아무리 위기라고 하더라도 혁신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새로운 물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자본시장법 개정안’만이 메시아라고 주장합니다.
3.
여의도는 카르텔입니다. 20년전 비즈니스나 지금 비즈니스나 같은 것처럼 이십여년전 소스코드가 돌아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자본시장의 참여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요구하고 새로운 혁신을 요구하면 당연히 IT가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으로 뒷받침하여야 합니다. 20년전 소스코드가 아직도 여의도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20년코드로도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모험을 해서 새로운 기술이나 업체를 찾지 않아도 기존의 업체나 기술로 충분히 현업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가 변화하고 발전하지 않으니 IT가 새롭게 거듭날 이유가 없습니다.
규제가 필요한 업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위기론의 뿌리인 위탁매매업이 ‘허가’라는 틀속에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더 많은 규제가 위기를 이기는 힘을 준다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경쟁이 위기를 키우는 힘을 줍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망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장을 개방하고 어느 증권사가 문을 닫는다고 하면 시장 참여자들에게 그 이상의 충격을 주는 것은 없을 듯 합니다. 아무리 자본시장법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라는 또다른 장벽을 만든다 하더라고 시장의 충격은 기업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기업이 변화면 IT도 변합니다. 20년전 소스코드가 여전히 의미있고 중요하면 재사용합니다. 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못하면 사라집니다. 그것이 시장입니다. 시장이 변해야 자본시장 IT도 변화하고 발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