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풍상사로 떠올린 옛날이야기

1.
아는 후배가 ‘태풍상사’를 본 소감을 읽었습니다. 비슷한 연배니까 그시절 후일담입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IMF구제금융시대는 은행 구제금융과 금모으기입니다. 저도 금모으기에 일조했습니다. 은행 구제금융이었지만 많은 은행직원들이 퇴직하였습니다. 현재 은행은 이때의 구조조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다수 은행에서 소수 은행으로 바뀌면서 영업이 쉬워졌습니다.

하는 일이 금융IT입니다. 개인사업으로 하다가 다른 회사와 함께 법인을 설립한 때가 88년 봄입니다. 그리고 몇 달후에 IMF를 맞았습니다. 처음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틀렸습니다. 예정된 프로젝트들이 하나씩 둘씩 멈췄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멋진 출발을 하자고 회사를 만들었는데 월급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만든 프로젝트(비즈니스)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사용하던 PC통신시절이나 가능했던 비즈니스입니다.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별로 없는 USEnet 뉴스그룹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하는 모델입니다.

나우누리를 운영하던 나우콤과 이야기를 했고 개발과 시험까지 맞췄습니. 무슨 날 무슨 요일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고 D-Day를 기다렸습니다. 당일 아침 접속을 해보니까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무슨 일인지 연락을 취했습니다.

“마지막 오픈전 점검에서 보류 결정을 하였다”

담당자가 누구인지 확인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담당자는 나중에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를 합니다. ㅠㅠㅠㅠ 이 분외에 이때 협의했던 분들중 정치를 하는 분들이 여러 명입니다. IMF를 이기려고 시도했던 일이 무산되었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 힘들게 보냈습니다. 지금도 한 겨울 찬바람이 불 때 컴컴한 사무실을 뒤로 하고 밤거리를 거닐면 마음이 아픕니다..

2.
드라마 태풍상사이후 또다른 후일담.

대통령의 AI고속도로.

시정연설에서 경부고속도로, 정보화고속도에 이어서 AI고속도로를 언급했습니다. 한미관세협상과 주가 4,000선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윤석렬 집권 3년 그리고 그 정점에 있었던 내란으로 완전히 나락으로 빠졌던 한국이 다시 재기하여 정상국가가 된 이후의 모습입니다. 민주당 정권과 국민들이 이룬 성과입니다.

여기서 비슷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1990년말입니다.
외환위기로 나라경제를 수렁텅이로 내몰았던 한나라당정권. 대통령선거에서 어렵게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으로 경제의 생명줄을 이어가고 닷컴(인터넷)열풍과 맞물려 정보화 고속도로를 구축합니다. IMF를 전후하여 280선까지 내려갔던 코스피지수는 끝모르고 올라서 2000년 1,059까지 올라갑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보화고속도로에 이어서 전자정부를 구축하였고 2007년 코스피지수는 2,064까지 오릅니다. 현재 한미관셰협상과 비슷한 한미FTA가 2007년 4월 체결되었고 이것이 코스피지수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억하는 분들이 적지만 2000년을 전후한 때 ‘바이코리아펀드’ 열풍이 불었을 정도로 주식장이 뜨거웠습니다. 지금과 비교해도 훨씬 더 뜨거웠죠.


이처럼 2025년 현재와 1998년이후 한국이 겹칩니다. 1990년이후 만들어진 IMF체제와 FTA체제는 현재까지 한국을 지배하는 핵심축입니다. 빛을 만들어내기
도 했지만 어둠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인 불평등 심화가 대표적입니다.20대80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1대99 사회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현재 AI열품도 우려스럽긴 합니다. AI열풍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닷컴도 버블로 막을 내렸습니다. 닷컴투자를 하였던 현대전자가 매각된 때도 버블붕괴가 있었던 때입니다. 버블붕괴이후 신용카드 대출부실 사태가 있었고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합종연횡을 합니다.

핵심기술 없는 AI성장도 불안합니다. 정보화고속도로를 만들었지만 하드웨어중 일부 부품이나 통신기기에 해당합니다. 2010년중반이후 IT산업의 핵심화두는 소프트웨어기술의 경쟁력이었습니다. SW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였지만 늦었습니다. 준비를 하니까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은 데이타를 넘어서서 AI로 나아갔습니다. 지금부터 10년후 핵심기술의 부재가 우리의 약점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대략 30년만에 다시금 세상이 확 바뀌고 있습니다. IMF와 FTA체제가 물러가고 그 자리를 한미관세협상과 미중대결이 자리잡는 중입니다. 지정학이 아니라 지경학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과 달리 앞으로의 30년은 많은 사람들이 더 혜택을 볼 수 있는 30년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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