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정우.영화배우인 분의 이름을 알지만 과학자로서의 하정우는 생소합니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라는 직책을 맡는다고 해서 궁금해집니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AI미래포럼
위 조직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과학기술시민운동은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과민모). 시민과학센터 등이 있는데 과실연은 완전히 생소합니다. 과실연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과학기술계의 경실연같은 느낌입니다. 교수, 변호사 등과 같은 엘리트 지식인 중심의 시민운동, 과실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은 과학기술이기때문에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참여가 있다는 정도입니다. 하여튼 하정우라는 사람, 이재명 대통령이 만들어가 AI비전이 어떤지 짐작하려면 네이버 AI혁신센터장이라는 직함보다 공적인 활동인 AI미래포럼의 대표로써 무엇을 하였는지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AI미래포럼 창립선언문중 일부입니다.
<개인의 생산성이 곧 기업•국가 경쟁력>
개인은 기업/대학/공공연구소/민간비영리재단과 더불어 혁신의 주체이자 확산의 주체다. AI 시대 개인은 AI 비서, 온디바이스(on-device) AI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사결정 단위가 될 전망이다. 개인이 언제든 스타트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생산자 혁신(producer innovation)’보다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이 더욱 강력해 질 것이다. 개인의 생산성이 곧 기업•국가 번영을 위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특히 유례없는 인구절벽에 직면한 한국으로서는 개인의 생산성 향상은 절박한 과제이다. 합계 출산율이 1.5 밑으로 추락하면 다시 회복하기까지 15년 이상이 걸린다는 게 다른 국가들의 경험적 추론이다. 한국이 인구감소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향후 15년간 무엇으로 버티고 성장하며 삶의 질을 높여나갈 것인가? 한 명, 한 명의 개인을 높은 생산성으로 무장한 소중한 인재로 활용하는 ‘AI Korea’로 전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어보인다.
시민운동조직의 창립선언문에서 생산성, 경쟁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처음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생소합니다. AI미래포럼이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제안했던 내용을 보면 경쟁력이라는 단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DJ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진한 핵심정책인 ‘사이버 코리아 21’과 맥을 같이 할 듯 합니다. DJ집권이후 20여년동안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아갔습니다. 20여년전 정보화사회를 장미빛으로 그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양극화에 대한 고민이 없는 AI미래가 아닐길 바랄 뿐입니다.
이상이 최초 하정우 임명이 나왔을 때 페북에 올렸던 생각입니다.
2.
이후 소버린 AI와 관련한 이런저런 글을 읽었습니다. 소버린AI가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Nvidia의 정의입니다.
소버린 AI는 자체 인프라, 데이터, 인력 및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AI를 구축하는 국가의 역량
Sovereign AI refers to a nation’s ability to develop and operate AI systems using its own infrastructure, data, and expertise, ensuring control and alignment with national interests
여기서 핵심은 “자체(own)”이 아닐까 합니다. 왜 ‘자체’가 중요한지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이해할 때 Sovereign AI를 산업의 미래 경쟁력에 핵심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Nvidia CEO가 주장한 내용입니다.
위 글은 피지컬 AI의 현황과 시사점에서 가져왔습니다. 같은 보고서에 실린 피지컬 AI입니다. 피지컬AI가 등장하는 배경과 피지컬 AI에 대한 다양한 정의입니다.
인공지능이 디지털 영역을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피지컬 AI(Physical AI)는 차세대 AI 기술 트렌드로 부상하며 산업적·기술적 주목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추세
∙ 피지컬 AI는 AI가 인식과 생성에서 행동과 실행으로 확장되는 전환의 흐름을 이끌며, 생성형 AI 이후 미래AI 기술의 핵심 전환점으로 주목
∙ 글로벌 IT 시장 조사 기관 Statista에 따르면, AI 로보틱스(AI Robotics)*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0억달러에서 2025년 225억 달러로 350% 성장했으며,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23.3%를 기록해 2030년에는 약 643억 달러(한화 약 85조 원)에 이를 전망(Statista, 2025)
* Statista에서 정의한 ‘AI Robotics’는 AI가 통합된 로봇 시스템을 의미하며, 이는 AI가 물리적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지칭하는 ‘피지컬 AI’의 개념에 부합
개인적으로 “AI가 데이터 처리를 넘어 실제 세계에서 무리적 상호작용을 지능적으로 수행하는 기술”이라는 정의가 마음에 듭니다.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이를 가장 쉽게 영향까지를 분석하는 곳이 금융회사들입니다. Physical AI와 관련한 시티은행 보고서입니다. 시티은행보고서는 위 SW연구소 보고서에서도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The Rise of AI Robots:Physical AI is Coming for You
이런저런 보고서들은 보면 Physical AI와 Enbodied AI를 구별없이 사용하는 보고서들이 대부분입니다. 로봇 혹은 휴먼노이드라는 잣대로 Physical AI를 다룹니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보고서 제목입니다.
AI 입은 로봇, ‘신체화 AI(Embodied AI)’ 현황과 전망
Embodied AI보다는 Physical AI를 비교한 영어 정의를 보면 Body와 physical manifestation라는 단어를 각각 사용합니다. Physical AI가 좀더 폭넓은 개념인 듯 합니다.
3.
다시 하정우.
하정우를 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할 때 소버린 AI를 주장하는 누군가를 임명하는가 싶었습니다. 하정우씨가 대표로 했던 시민단체 자료를 보니까 GPU 팜과 같은 정책이 등장합니다. 그냥 네이버와 같은 빅테크의 이해를 대표하는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읽어보니까 Physical AI라는 전략이 등장합니다. 물론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다른 나라들도 정책 목표로 추진중입니다. AI를 이해할 때 제가 부족했던 점이 있었네요. LLM이나 Agent AI를 넘어서 Physical AI로 나아가니까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써의 AI가 보입니다. 그래서 위와 같이 Physical AI를 이해해보고자 글로 정리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려가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2000년 초반으로 가보죠. 반도체, 이동통신기술으로 IT부분 하드웨어비중이 높아집니다.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나면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특히, OS의 경쟁력이 중요해집니다. 이 때 정부 및 언론이 앞장서서 공론화한 것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입니다. 2011년 어느 신문의 제목입니다.
“하드웨어 만으론 IT강국 한계… SW, 핵심산업 육성 서둘러야”
월화수목금금금과 같은 소프트웨어 관행을 비판하고 창의성을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소프트웨어산업의 한계를 지적한 기사입니다.
①불법 소프트웨어 난무…무형자산의 값어치를 인정 못 받아
한국 기업, 나아가 우리의 문화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무시했다. 제조업·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도 그런 요인이 작용했다. 무형자산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으니 불법복제도 심각하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율이 41%로 피해규모가 6400억원에 이른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10개 중 4개가 불법 복제품이라는 것이다. 미국(20%)·일본(21%)·영국(27%)·독일(28%)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을 상대로 유료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②”대기업 중심의 하청구조로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못 산다”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 지금처럼 대기업 SI 업체에 하청구조로 묶여 있어서는 성장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실제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SI 사업의 경우 규모가 10억원만 넘어도 중소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입찰에 참가하기 힘들다. 사업자 심사 때 기업의 안정성·과거실적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경쟁 상대가 안된다. 중소 업체는 대기업 하청업무를 하는 게 고작이고 그 과정에서 납품단가도 깎인다. 한 중소 SI업체 사장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인건비 장사만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③소프트웨어 업계에 구루(혜안을 가진 전문가)가 없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인력은 대략 71만명 안팎(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이 중 77%가 전산실 관리 인력이며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은 4만명도 안 된다. 대학 전공자들이 안정적인 대기업 SI(시스템통합) 업체나 대기업·은행 등의 전산관리직을 선호하다 보니, 정작 개발자는 전체 소프트웨어 인력의 0.5%밖에 안 된다.게다가 전체 운영체제(OS)의 구조를 설계하고 창의적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구루급 개발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격하기 위해 작년부터 3000명이 넘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스카우트했지만 S(수퍼)급 인재는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재급 개발자들은 다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미국 소프트웨어가 강하다는 것이다.④게임으로 몰려가는 인재들
그나마 뛰어난 개발자들은 당장 이익이 나고 돈을 벌 수 있는 엔씨소프트나 넥슨·NHN 같은 대형 게임업체로 몰린다. ‘세상과 산업의 흐름을 바꿀’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도 30~40%가 넘는 돈 많은 기업들이다. 이들 업체가 신입이나 경력사원을 뽑으면 경쟁률이 보통 10대 1을 넘긴다. 넥슨의 이수현 팀장은 “최근 신입 공채에서 UC버클리대·서울대·KAIST 등 우수 인재들이 수십명 입사했다”고 말했다.⑤소프트웨어는 세계 1위만 살아남아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77개가 마이크로소프트·IBM 등 미국 기업이다. 세계 최고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는 독일(5개)·일본(4개)도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미국에 뒤처진다. 미국이 제조업에서는 밀렸지만 수익성이 훨씬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막강한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 문송천 KAIST 테크노대학원 교수는 “소프트웨어 경쟁에서는 세계 1위의 독점 기업만 살아남는다”면서 “하지만 우리 대기업도 글로벌 경쟁을 할 때가 됐고 그럴 역량도 있다”고 말했다.
IT강국 한국, 소프트웨어엔 약한 5가지 이유중에서
몇 년에 걸친 논의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대폭 바뀝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이 소프트웨어강국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도 뒤졌는데 AI는 더 뒤진 상태입니다.
다시금 국가정책적으로 AI를 핵심목표로 정하고 나아가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공하였으면 합니다. 다만 2010년대 왜 소프트웨어에서 같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는지 회고했으면 합니다. 과거에서 배웠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