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개발자의 죽음

1.
어떻게 조의를 표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전근대적인 문화를 용인하고 그런 리더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IT기업이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로 조의를 표합니다. 우선 관련한 기사입니다.

네이버 리더급 직원 ㄱ씨는 지난 25일 자택 근처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내용이 담긴 ㄱ씨의 메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타살이나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ㄱ씨의 부고가 네이버 인트라넷(내부망)에 올라온 뒤, 사내에서는 그가 평소 ㄴ씨 등 임원들로부터 심한 업무 압박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네이버 노조인 ‘공동성명’에는 ㄱ씨가 ㄴ씨 등으로부터 잦은 업무 채근을 받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룹 윗선이 무리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일정을 요구하면서 야근이 이어지고, ㄱ씨를 비롯한 부서원들이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내용이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무리해서 앱을 배포하면 미비점이 많아 이용자들의 평점이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업무 압박은 더욱 강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ㄱ씨가 ㄴ씨로부터 폭언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는 “ㄱ씨의 부서에서는 욕설 섞인 지시가 비일비재했다”, “ㄱ씨를 비롯한 리더들이 임원을 찾아가 ㄴ씨의 문제를 알렸지만, 이들 중 일부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등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성명은 ㄴ씨가 과거에도 직원들에게 폭언 등을 해 퇴사한 뒤 최근 재입사한 사실을 파악했다. 공동성명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합원들의 제보 내용으로 미루어 욕설과 폭언이 가해진 상황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동료들의 증언과 증거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회사에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낼 계획이다. 공동성명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내 인사 제도상 결함으로 고인이 힘든 상황을 토로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부분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직원, ‘업무 스트레스’ 호소 메모 남기고 숨져중에서

MBC의 보도입니다.

아주 별종인 임원과 심약한 개발자간에 벌어진 우연한 사건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데드라인(Deadline)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업무의 특성상 품질과 일정때문에 프로젝트 책임자와 개발자간에 갈등을 항상 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SNS를 보면 회사 경영진이 용인한 듯 한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선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개발자 갈굼이 심했고 이 때문에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사내 블랙리스트였는데 누구 줄을 타고 재입사하여 임원급으로 돌아왔고 개버릇 남 못주고 같은 짓을 계속 했고 이에 항의하는 팀장들은 이사 이동을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임원인지도 나옵니다. 같은 분인지 알 수 없지만 임원으로 어떤 개발자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읽어보았습니다.

기술 스택으로 보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넓은 커버리지, 가장 많은 종류의 기술을 다룰 수 있는 것이 저는 지도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는 확률도 높지 않을까, 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중략..)또 개발 문화 면에서는 저희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코드 리뷰가 핵심입니다. (중략..) 개발에 흥미가 있어서 자기가 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늘 성장하는 것이 좋은 그런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

음… 거의 만능인 개발자이어야 합니다. 혹 이런 인재가 네이버 경영진이 원하는 인재상이 아닐까요? 이런 인재를 만들기 위해, 이런 인재들이 만드는 서비스라는 점을 사내외에 증명하기 위해 임원의 공공연한 갑질을 용인한 것은 아닐까요? 삼성의 ‘성과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듯 합니다.

2.
기사중 눈에 들어온 또다른 단어, 업무 스트레스.

SI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가지는 업무 스트레스는 엄청 높습니다. 프로젝트 마감인 데드라인이 가까이 오면 월화수목금금금이 일상화합니다. 하루이틀의 금금금은 견딜만 합니다. 그렇지만 차세대프로젝트와 같이 몇 년동안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금금금이 길게는 일년이상입니다. 금융IT 프로젝트, 금융IT의 어두운 면는 2019년에 있었던 산업은행 차세대프로젝트를 했던 개발자의 죽음을 다루었습니다. 이 때 신문기사중 하나입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기한 내에 끝내야 하는 빅뱅 방식이었다. 쫓기고 쫓기는 중압감은 상상을 넘어선다. 수행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발자들을 쥐어짠다. 수행사의 수익은 개발자들을 쥐어짠 결과물이다. 개발자들은 스트레스에 공황장애, 뇌졸중, 심근경색 등 항상 위험에 놓여있다. 과연 개인의 죽음일 뿐인 건가?’(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2018년 12월 12일 ‘어느 IT개발자의 죽음’ 중)‘무리한 수정 요청과 실적을 체크하는 그들의 무시와 압박은 모멸감을 가지게 합니다.(중략) 책임감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데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만 합니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2019년 2월 8일 ‘비씨카드 IT개발자의 죽음’ 중)

두 달 사이 두 명의 개발자가 숨졌다. 2018년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별관 2층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차모(40) 차장. 그리고 지난 2월 5일 설날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모(52) 이사. 둘은 각각 산업은행과 비씨카드의 차세대 프로젝트에 투입된 중견 개발자였다. 두 사람의 사망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함께 일한 익명의 동료 개발자의 글만 고발장처럼 남았다.
은행 시스템 첨단화 뒤엔, IT 개발자 ‘죽음의 그림자’중에서

SI와 비슷한 곳이 게임개발회사입니다. SI와 크런치 시간, 크런치 모드는 2017년 넷마블 개발자의 죽음이 배경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상과 같은 근무강도와 스트레스가 특정한 업무의 개발자에 국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까요? 요즘 기업의 하두는 디지탈혁신(Digital Transformation)입니다. 소프트에어 개발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문화에서 Devops나 Agile과 같은 개념들을 주장합니다. 부정적으로 보면 납기일 단축, 일정 단축을 위한 개발자의 헌신을 요구합니다. 앱의 세상에서는 수많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주고 이것은 요건이 되어 개발자의 모니터앞에 던져집니다.

데드라인의 일상화..

이런 조건에서 살아남기? “개발일정의 인간화”가 머릿속으로 그려집니다. 개발자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개발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솔직히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또다른 대안은 “열심히 일한 나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달라”는 발상입니다. 성과보상의 현실화입니다. 요즘 대기업에서 젊은세대가 주장하는 이야기입니다. 각자도생의 한국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얼마전 어떤 젊은이의 죽음이 우리를 아프게 하였습니다.

또 한명의 20대 청년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용역회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이선호(23)씨가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정리작업 도중 구조물에 깔리는 사고로 숨졌다. 주로 검역 업무를 맡던 이씨는 이날 처음으로 컨테이너 관련 업무에 투입됐다. 위험하고 생소한 일을 시작하면서도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안전장비조차 지급받지 않았다. 이씨는 중장비인 지게차와 함께 일했지만 안전을 관리하는 책임자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한마디로 ‘안전 공백’ 상태였다.
또, 김용균 닮은 비정규 청년노동자의 죽음중에서

컨테이너검역과 소프트웨어개발을 동급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노동자의 죽음입니다. 그리고 일하다고 사고를 당했습니다. ‘두아이의 아빠’이었고 혹은 ‘어떤 분의 남편’이었고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었을 개발자 혹은 노동자의 죽음을 줄일 수 있는 고민은 필요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보면 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하는 사업 및 규정(제2조의2제1항 관련)이 있습니다.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은 법 제31조(같은 조 제3항)에 따른 특별교육은 제외한다
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다. 정보서비스업
라. 금융 및 보험업
마. 전문서비스업
바. 건축기술, 엔지니어링 및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업
사. 기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사진 처리업은 제외한다)
아. 사업지원 서비스업
자. 사회복지 서비스업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ㆍ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소프트웨어개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저는 무슨 특별한 전문직이 아니라 정보화시대, 디지탈시대의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산업혁명이후 공장노동자는 특별했고 서비스혁명이후 사무직노동자는 특별했고 디지탈혁명이후 IT노동자가 특별해 보일 뿐입니다.

(6월 1일 덧붙임) SNS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사실로 확인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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