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 내 본심을 바라보는 고독력

1.
RSS로 구독하는 조선일보 이코노미비즈.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기사들이 많습니다. 정치처럼 시각이 편협하지도 않습니다. 제목이 아주 흥미로운 칼럼를 읽었습니다.

성공한 CEO, ‘이번 한번만’…작은 것에 혹(惑)했다가 한방에 ‘훅’ 간다

칼럼의 첫머리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쓴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것인가‘를 인용합니다. 출발이 같았던 동창생들이 5,10,20년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 글은 도쿄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토 모토시게가 쓴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잡아 줄 독한 충고에도 실렸습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날개 없는 추락’의 대비책을 이렇게 말한다. “이번 한번만이란 유혹을 이겨내라. 인생에서 불편한 도덕적 양보를 했을 때 초래되는 결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 처음부터 그런 양보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타락이라 하면 엄청난 경고음을 울리며 올 것이라 예측하지만 사실은 조용히, 친근한 얼굴로 사소하게 술 한번, 밥 한번에서 시작된다. ‘작은 돌부리’의 사고를 조심하는 것이 타락과 추락에 대비하는 비결이다. 타락의 미끼로 오는 당장의 대가는 그 뒤에 감수할 비용을 생각하면 새발의 피다. 이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공짜는 없는 법이다. 이를 명심하는 이는 자리와 명예를 지키고, 그렇지 못한 이는 한순간에 일패도지한다. 이는 동서고금 만고불변의 진리다.

칼럼은 성공보다 성공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타락의 전조는 폭풍우처럼 몰아치며 오지 않는다. 탱크 소리처럼 떠들썩하게 굉음을 울리지도 않는다. 가랑비처럼 젖어들고, 귀엣말로 속삭이며 다가온다. 악마의 얼굴이 아니라 친구의 얼굴로 가장한다. ‘이번 한번, 이쯤이야’ 하며 무시해도 좋을 것처럼 다가와 ‘경계’의 장벽을 살며시 허문다. 둑은 한번 무너지기까지가 어렵지, 그 이후론 쉽게 무너진다. 옛말 ‘우리를 넘어뜨리는 것은 큰 산이 아니라 작은 돌부리다’란 말과도 통한다. 눈앞의 유혹에 혹하다 ‘훅’ 간다. 쌓는 것은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경영과 관련한 글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초심. 칼럼은 초심보다 본심이 더 중요함을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본립도생(本立道生·뿌리, 즉 기본이 똑바로 서면 길이 생긴다)입니다.

H사장은 인쇄업을 해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으로 인정받다가 본업 밖으로 눈길을 돌려 과도한 부동산 투자로 부도가 났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창업할 당시의 원점에서 시작하게 된 H사장은 “실패에 대비하라는 말도 많이 듣고, 경계는 했다. 그런데 성공에 대비할 생각은 하지 못한 게 실패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대개의 사람들이 실패를 대비한다. 나 역시 그러면서 정작 성공을 준비하지는 못했다. 성공은 운이지만, 실패는 윤리성이더라”며 자책했다. ‘이번 한번만, 이쯤이야’라는 생각이 몰락을 자초했다는 이야기다.

타락하면 엄청난 범죄와 연관시켰지, ‘성공하면 파리 꾀듯 다가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하는 사소한 일상의 결정’이 타락의 원인이 된다는 생각도 못하고 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유혹은 가랑비 젖듯 젖어들어 타락하기 시작했다는 고백이었다. 외부의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I사장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니 이렇게 답했다. “초심은 바랠 수도,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심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라고. 뿌리깊은 나무여야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본립도생, 뿌리가 흔들리면 나아갈 길은 막힌다.

칼럼의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속에 남습니다. 글쓴이가 궁금했습니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입니다. 생소합니다.

2.
칼럼을 읽을 때 김성회씨가 쓴 ‘사장의 고독력‘이라는 책 소개도 읽었습니다. 기사가 인용한 사례입니다.

L사장은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가 숨을 헉헉거리며 퇴근 시간을 조금 넘겨 사무실에 돌아왔다. 가뜩이나 일이 많은 시기여서 야근하고 있을 직원들과 저녁이라도 먹으려고 허겁지겁 들어왔는데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사장인 나 혼자만 뛰고 있나? 나는 직원들을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나를 그저 감시자라고만 여길 뿐인가?’ 온갖 생각이 들며 울컥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L사장은 말한다. “지들도 눈이 있으면 회사 돌아가는 사정이 빤히 보일 텐데 어쩌면 그렇게 천하태평일까. 경리를 통해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숫자로 보여주었는데도 모두 나 몰라라 뒷짐지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구나 싶어 속상했죠.”
야근하는 것이 안타까워 석식 외에 야식을 김밥으로 넣어주었더니 야채김밥말고 프리미엄 김밥으로 바꿔달라는 건의가 올라올 때는 표정관리, 감정관리하기가 힘들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고독의 고비마다 그는 어떻게 마음을 다독이고 추스를까.

직원들이 같은 배를 저어가는 선원인지 타고 있는 승객인지 헷갈릴 때, 아니 헷갈릴 것도 없이 그들이 승객, 게다가 티켓도 사지 않은 무임승차 승객으로 보일 때면 복장이 터지면서 머리에서 하얀 김이 솟아오른다. 업계가 어렵다고, 우리 회사가 위기라고 아무리 목청 높여 외쳐봤자 마이동풍, 우이독경이니 애꿎은 가슴만 타들어간다. 그럴 때는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아봐야 정말 쓴맛을 느끼겠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른다고.
“모두 내 어깨 위에 올라타 있는데,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가끔 내게도 잘한다고, 힘내라고, 등뒤에 우리가 버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진정으로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요.”

제가 경영자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입니다. 무언가 ‘외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으로 치면 ‘혼술’을 자주 했습니다. 책임,결정과 같은 단어가 ‘혼자’와 만나서 저를 짓누릅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으니까 마음속으로 책임을 떠넘깁니다.

“내 탓이 아니야, 누구탓이야,”

그런데 이것을 저는 고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합니다. 고독이 아닌 고독력. 알듯 말듯한 개념입니다. 문외한이지만 찾아보니 고독력을 강조한 글들이 많네요. 유영만 교수는 고독과 고독력을 구분합니다.

고독, 고생, 고통은 견디기 어려운 인생의 삼고(三苦)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인생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인생의 삼고(三高)다. 고독하지 않으면 몰입할 수 없으며, 고생하지 않으면 대가(大家)가 될 수 없으며, 고통체험을 맛보지 못하면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없다. 삶의 모든 의미와 가치는 고독 속에서 잉태되고, 고생을 통해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며, 고통 속에서 나의 지식으로 체화된다.

삶은 장벽을 넘고 절벽을 건너는 고난의 연속이다. 꿈의 목적지는 언제나 장벽 너머에 존재하고 절벽 밑에서 기다리고 있다. 장벽을 넘고 절벽을 건너야 새벽을 맞이할 수 있고, 개벽은 주로 어둔 밤의 끝자락인 새벽에 일어난다. 장벽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고독의 심연으로 파고 들어가는 깊이도 깊어져야 한다. 절망은 절벽 앞에서 살아간다. 절벽에 직면한 절망이 샘해질수록 고독으로 파고들어가는 깊이도 깊어져야 하며, 고독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갈급함의 바람도 더욱 세게 불어야 한다.

창조로 연결되는 고독은 고독감이 아니라 고독력이다. “감상적인 고독감(loneliness)과는 달리 고독력은 영어로 Solitude다. 고독감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상태라면 고독력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고독감이 느낌이라면 고독력은 혼자일 수 있는 힘이다. 자기를 일부러 고독하게 만드는, 그만큼 강한 사람이다.” 이시형의 내 안에는 해피니스 폴더가 있다에 나오는 말이다.
고독감(孤獨感)고독력(孤獨力)중에서

SNS를 통해 일분 일초 쉬는 사이없이 관계를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독력은 새롭습니다. 또 고령화사회로 나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을 이겨내는 고독력을 미래를 위해 필요한 능력입니다.

아무리 환경이 만들어지고 스스로 노력한다 해도 은퇴자들이 외로움이란 장벽을 뛰어 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젊을 때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친구가 많기에 외로움을 느끼고 말고 할 것도 없으나 나이를 먹으면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고 있는 친구마저도 이런 저런 이유로 소원해지기 십상이다. 남이 찾아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외로움을 자초하기도 한다. 그 외로움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고독력’이다. 고독력은 은퇴후 사망할 때까지 약 8만 시간이란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언젠가는 모두가 ‘싱글’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습득해야 할 필수과목이기도 하다. 고독력은 한마디로 고독을 이겨내는 힘이다. 외따로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고독사에 이른 사람 중엔 고독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혼자 있더라도 취미를 즐기면서 새로운 유대관계를 만드는 것이 고독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취미는 사진찍기, 글쓰기, 그림그리기, 악기다루기 같은 창의적 예술활동이 좋다. 이런 유대관계는 외로움을 행복으로 만드는 디딤돌이 된다.
[서명수 칼럼] 고독을 친구로 만드는 ‘고독력’을 길러라중에서

명상도 그렇고 기도도 그렇고 나 홀로 내안의 나를 마주하는 행위입니다. 절대자와 대화를 하지만 결국 내안의 누구입니다. 나를 되돌아 봅니다. 고독력, 날 것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고 받아드리는 힘입니다. 요즘 종교와 관련한 책을 주로 읽었는데 몇 권의 책을 주문해야겠네요. 책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보기를 기대합니다.

4 Comments

  1. SL

    안녕하세요. 혹시 코스피 대형주의 호가창 데이터(level 2 data)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답변이 늦었습니다. 아마도 코스콤 시세분배시스템이 제공하는 데이타를 원하시는 듯 합니다. 증권사 DMA서비스를 이용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만 수수료등의 계약이 따릅니다. 그렇다고 제가 구해드릴 수도 없네요. 한국거래소가 재산권을 행사하기때문입니다.

      건강하세요.

      Reply
  2. Jay park

    공감이 많이 됩니다.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사실 쉽지않는 것이 고독력키우기입니다. 자신을 똑바로 보고 내안의 나와 대화하기가 쉽지 않네요.

      Reply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