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실리콘밸리를 떠올릴 때 공통으로 가지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다”
어디서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가지는 생각입니다. 아래의 기사도 2011년으로 좀 지난 기사지만 지금도 회자하는 이유입니다.
한·미 SW 개발 현장의 가장 큰 차이는.
“실리콘밸리에선 엔지니어로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게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사는 사람을 인생 실패자로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선 5년, 7년 이상 현장 엔지니어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수치다. 월급도 안 오르고, 승진도 못 하고, 20대 때처럼 늘 ‘월화수목금금금’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한국 SW는 ‘최대 5년차’가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구글선 72세 엔지니어도 현역…한국선 30대만 돼도 현장 떠나”중에서
그런데 이와 정반대를 다룰 기사가 있습니다. 최근입니다.
세계적인 IT산업의 허브이며 스타트업들의 창업신화가 쏟아져 나오는 실리콘밸리는 IT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 직장인들은 40세가 넘으면 해고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서 살고 있다. 실리콘밸리 IT기업들 사이에 연봉이 높고 나이 많은 사람보다 젊고 싼 인력을 채용하려는 선호가 큰 탓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넘기 힘든 장벽으로 꼽은 요소는 인종도 경력도 아닌 ‘나이’다.
미국 기업의 일반 근로자의 ‘중위(median)연령’(나이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가운데에 해당하는 나이)은 42세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의 중위연령은 이보다 훨씬 어리다.
실리콘밸리 직장인도 40세 넘으면 ‘사오정’ 신세중에서
어느 기사가 현실에 가까울까요? 보편화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 둘다 맞습니다.
2.
나이 든 프로그래머가 실리콘밸리에서 일반적이다? 틀립니다. Some tech workers over 50 are literally working themselves to death — and other things we discovered about their careers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한합니다.
아래의 기사들을 보면 이천년대 후반부터 나이차별현상이 실리콘밸리에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Age discrimination is a hard thing to prove, but an increasing number of Californians, the home of Silicon Valley, are trying. In 2012, across all industries, there were 3,488 age discrimination employment complaints filed with California’s Department of Fair Housing and Employment.In 2014, age complaints jumped to 4,510.
“What’s happening in the tech sector is a general trend toward youth,” Dermody tells us.
Some tech workers over 50 are literally working themselves to death — and other things we discovered about their careers중에서
From 2008 through last year, the Valley’s 150 biggest tech companies faced 226 complaints of age discrimination filed with the California Department of Fair Employment and Housing, 28 percent more than complaints of racial bias and 9 percent more than those of gender bias. Last month, former employees of the old, combined Hewlett-Packard sued spinoffs HP Enterprise and HP, alleging they were targeted in a large wave of layoffs because of their age. (One of the plaintiffs, an efficiency expert, had just earned HP’s highest performance rating; only 250 of its 50,000 employees get that.) The plaintiffs are seeking class-action status on behalf of workers 40 and older who were laid off and replaced by younger employees. Next year, Google is scheduled to face a trial in a suit alleging age bias in hiring. The plaintiffs declined to comment. HP and Google deny the plaintiffs’ claims and say they’ll defend against them.
It’s Tough Being Over 40 in Silicon Valley중에서
이런 현상은 실리콘밸리 주요기술기업들의 평균연령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나이차별을 나이주의(Ageism)이라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나이주의를 비판하는 다양한 글을 여기저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가 조사한 자료입니다.
How Old Are Silicon Valley’s Top Founders? Here’s the Data
또다른 기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0년이후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한 듯 합니다.
The Brutal Ageism of Tech
Special Report: Silicon Valley’s dirty secret – age bias
3.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앞서 소개한 기사중 일부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동전문 변호사 마이클 웰치는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 대부분이 젊고 싼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을 단계적으로 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는 숙련된 나이 든 근로자들보다 더 적은 급여로 업무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 ‘이익극대화’라는 경제논리가 냉혹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의 경향을 나이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글도 있습니다. 고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비즈니스이기때문에 순발력이나 민첩성에서 강점을 가지는 개발자가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즉, Smarter입니다.
Is Silicon Valley Ageist Or Just Smart?
아래를 보면 미국내 개발자들도 이런저런 토론을 합니다.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How ‘real’ is ageism in Software Engineering outside of Silicon Valley?
Is there age discrimination in Silicon Valley startups?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늙은 개발자은 어떤 분이 쓴 늙은 개발자라는 글을 읽고 쓴 소감입니다. 나이주의이든 나이차별이든 무엇이든, 실리콘밸리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나이 든 개발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점은 명확합니다.
나이 들더라도 늙은 개발자가 아니라 스마트한 개발자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