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듬, 기록 그리고 블로깅

1.
 가끔 주변에서 물어봅니다.

 “맨날 글만 쓰고 언제 일하느냐?”

‘일하느냐’라는 뜻은 아마도 ‘돈은 언제 버느냐’이겠죠? 맞습니다. 맨날은 아니지만 하루 하나정도 글을 씁니다. 가벼운 글도 있고 몇 일씩 쓰다말다 쓰다말다 하면서 올린 글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들어갈까요? 저는 회사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시간,  팀작업을 위해 들어가는 시간이 없습니다. 최소입니다. 파트너로써 기본방향과 요건을 결정하면 각자의 몫입니다. 중간 중간 점검을 하지만 회의를 한다고 삼십분이상 쓰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메일입니다.

 또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가 국내경험 보다는 해외경험이 더 필요해서 해외 자료를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하루중 많은 시간 글을 읽습니다.  문제는 읽고 난 이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사람은 하나씩 나이를 먹습니다. 세월앞에 만인은 평등하므로 내가 한살 먹을 때 다른 이는 두살 먹지않습니다. 똑같습니다. 그렇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1,2,3,4까지는 그냥 숫자로 느낍니다. 그렇지만 4자 뒤의 숫자가 커지고 앞자리가 5자로 넘어오면 달라집니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반응을 합니다. 저를 가장 당혹스럽게 한 변화는 기억력입니다. 책을 읽고 뒤 돌아서면 책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복잡한 글이면 맥락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읽은 글을 기록하여 내 머리속에서 오래도록 남겨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읽고 몇 일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또 같은 행위를 반복해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지켜워집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더라도 조금씩 머리 어딘가에 기록하여야 합니다.

 블로깅은 기록을 위한 도구입니다. 글을 씀으로써 객관화하고 머리속에 깊은 흔적을 남기기 위한 방법입니다. 지나고 보면 블로그에 올렸던 많은 글들을 다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맥락을 고민했고 어떤 시사점을 얻었는지는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2.
 읽는 것 말고 또다른 글감은 만남과 대화입니다. 자주 만나는 분들이 농담 삼아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는 절대 블로그에 쓰지말라!”

 나이가 있든 없든 만나면 주로 자본시장과 관련된 대화를 합니다. 제도도 좋고 기술도 좋고 비즈니스도 좋습니다. 어떤 것이든 듣고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더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글에서 접하지 못한 정보를 얻습니다. 나이듬은 읽는 것이나 대화나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가물가물해집니다. 이야기할 때는 중요했던 것같은데, 그렇다고 이야기하면서 메모를 할 수 없어서 다시금 블로깅을 합니다. 대외비로 처리하여야 하는 내용은 글을 쓸 때 행간으로 처리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제가 다시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기록합니다.

 메모를 습관이라고 합니다. 항상 메모하는 사람은 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는 메모를 잘 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머리로 기억하려고 합니다. 대신 잊기 전에 블로그에 초안을 써놓습니다.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글감을 가지고 글을 쓰고 다시 포스팅을 합니다.

 말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말이 꼭 논리적일 필요는 없지만  말하는 것을 충분히 습득하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설득력 없는 이야기가 되고  더듬더듬 거립니다.  글 쓰는 것은 논리가 필요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말 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이야기해야 하고 결론을 짓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합니다. 말을 하다 보면 이해도가 높아지고 글을 쓰다 보면 논리성을 갖춥니다.

 이제 5자를 달고 살지만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단기 기억력은 생물학적으로 떨어지지만 다양한 분석력은 오히려 커진다고 합니다. 나이든 사람도 생존하도록 자연이 만들어준 것이죠.  저 나름으로 이런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한 수단이 바로 기록=블로깅입니다.

3.
 꼭 기록을 위하여 블로깅을 해야 할까요?

 오늘도 몇 분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한우물을 파면서 습득한 경험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내 안에 꼭꼭 가두면 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죠.  그러나 어느 순간 경험이든 무엇이든 기록해서 누군가 도움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고, 나아가 작은 지식이라도 공유하면 자본시장IT가 발전하면 더 좋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대부터 30대까지 PC통신을 통해 정보와 생각을 나누자고 했던 젊은 날의 경험탓일 듯 합니다. 작은 지식으로 경쟁하기 보다 다른 방식으로 경쟁해보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같이’의 가치, ‘나눔’의 가치는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죠.

” 글 쓰는데 어느 정도 걸리나요?”

보통 삼십분에서 한시간입니다. 그 정도 노력을 들여서 나의 경험과 지식을 정리할 수 있다면 투자가치가 있는 시간이 아닐까요?  

2 Comments

  1. DY

    ㅎㅎ 저도 늘 갖고 있던 질문이었습니다. 공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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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그러면 같은 오십대? 아니면 건망증?

      잘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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