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사모바위의 정기를 받아

1.
언제부터인가 주변을 보면 등산 모임이 하나 둘씩 늘어갑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을 찾아 ‘산을 찾는’ 남자들이 늘어나기 때문 아닐까요? 그런데 꼭 이런 이유는 아닙니다.? 나이 든 남자들이? 만나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집단속에서 술을 매개로 만나고 이야기한 것에만 익숙한 세대의 문화입니다. 그래서 “여럿이 모여 걷고 오르고 땀을 흘리면서 건강을 찾고 ?길지도 짧지도 않게 적당히 수다도 떨고 정상근처에 술과 안주로 풍류도 즐기는” 산행은 세가지 펀(Fun)을 주는 좋은 매개입니다.

그렇지만 달리 보면 우울한 자화상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잡자기 산을 찾으면 대부분 아저씨가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김정운 교수는 칼럼에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실제 회사 부장급 이상의 중년 사내들이 ‘쫄따구’들 앉혀놓고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 ‘마이웨이’란다. 이 노래만 나오면 죄다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눈 꼭 감고, 건들기만 하면 울 듯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직장상사 뒤에서 ‘백코러스’ 해야 한다. 정말 환장한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마이웨이’를 자주 부르는 상사는 어느 회사든 등산을 좋아한다. 꼭 쉬는 주말에 단합대회라며 부하직원들 죄다 모아 등산 가자고 한다. 그리고 제일 앞에 서서 무지하게 빨리 산에 오른다. 산 정상에 가장 먼저 올라, 헉헉거리며 올라오는 부하직원들에게 젊은 사람 체력이 그것밖에 안 되냐고 타박한다. 젊을 때, 건강 잘 챙겨야 한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위로까지 한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릅니다. 혼자 놀기를 못합니다. 저도 그 부류입니다. 대신 혼자 걷기, 혼자 상상하기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산행을 혼자 다닙니다. 내 안의 또다른 나와 수다를 떨며 놀려고 합니다. 남들 한테는 멋있게 ‘묵언수행(^^)이라고 표현합니다.

2.
매월 둘째주면 대학 동아리 친구들을 만나서 산으로 향합니다. 1월부터 천마산, 수락산을 찍고 3월은 북한산입니다. ?계획을 짤 때 네시간정도를 계획합니다. 끝나고 저녁 겸 한잔 걸칠 수 있도록 오후 산행을 합니다.

늦은 2시 반쯤 북한산 삼천사를 출발하여 사모바위에 꼭지점을 찍었습니다. 사모바위근처 북한산 정기가 모이는 곳이 있다고 하여 앉아서 기다리다 비자마자 옮겼습니다. 신김치, 막걸리, 삭힌 홍어가 함께 합니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야 ‘사는 이야기’죠.

내리막은 북한산성입니다. 많은 산을 다니지 않지만 아주 긴 계곡이더군요. 능선을 타고 내려왔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만 무릎이 무척이나 아팠을 듯 하네요.

어둑어둑해질 무렵 포장도로를 따라 입구까지 내려와 보니 일곱시가 넘어가더군요. 나중에 짬을 내서 자전거로 다시 오르고 싶은 하산길이었습니다.

다들 건강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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