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편의적인 한국거래소

이 글은 앞서 BATS와 자본시장법을 다룬 글에서 이어집니다.

1.
이전 글의 마지막은 거래소 접속권이었습니다.

IPO를 통해 나타난 BATS 전략과 자본시장법

만약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ATS를 허가한다면 남는 문제는 “트레이더가 어떻게 시장에 접근하도록 할까”라는 화두입니다. 시장접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문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거래소 혹은 ATS가 규제를 받는 한 시장접속을 위한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시장접속을 할 수 있는 자격(회원사 혹은 비회원사)
2)시장접속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코스콤 독점 혹은 경쟁)
3)네트워크방식(통신회선 혹은 근거리통신)

사실 1)은 KRX 독점아래서는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ATS가 등장하고 경쟁이 깊어지면 상상하는 것이상의 방법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미래의 과제입니다. 때문에 지금 중요한 문제는 2)와 3)입니다. 또 2)와 3)은 금융감독원이 입법예고한 주문속도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시스템과 회원사 시스템을 연결을 규정하는 기준은 ‘회원 시스템 접속등에 관한 기준’입니다.

이 중 핵심은 제 7조입니다.

제7조(네트워크의 연결) ① 회원은 거래소시스템과 연결하는 회원시스템의 네트워크를 변경하려는 경우 별지 제2호 서식에 따라 네트워크 변경일 전 10거래일까지 거래소에 신청하고, 거래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회원이 시세제공만을 위한 네트워크를 신규, 추가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회원은 호가를 제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회원시스템과 거래소시스템을 연결하는 경우 반드시 기간통신사업자 역내의 통신회선설비를 경유하여야 한다.
③ 회원전산센터 및 호가를 제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회원시스템은 거래소역내에 설치할 수 없다.
(*)이 기준에서 “거래소역내”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76 및 부산광역시 동구 자성공원로 23에 위치한 건물과 토지를 말한다.

이상을 2)와 3)과 관련하여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거래소시스템 접속은 오직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회선을 이용하고 모든 회원사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똑같 서비스를 이용한다. 또한 근거리통신과 같은 서비스는 현재 불가능하다.

만약 제4조가 없다고 하면 불만이 있더라도 참고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제4조가 부산AP를 설립하면서 추가하였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부산AP를 추가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주장합니다.

국내외 금융환경 급변에 따라 선진시장과 연계제휴(*)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별 Access Center화 필요

현물(서울) 및 파생(부산) 메인시스템을 각 소재지에 설치한 당초 취지와 지역별로 특성화된 금융허브 육성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서울에만 있는 접속장치를 부산에도 설치 필요

* 선진거래소들은 거래시스템이 있는 지역 또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 Access Center를 두고 거래시스템을 연계하는 추세

2.
앞서 기준으로 보면 부산접속을 위한 회원사전산센터 추가를 허용한다는 식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일까요? 해외의 사례와 비교하여 보죠. 먼저 NYSE입니다.

NYSE와 SFTI

좀 기술적인 듯 한 문서지만 내용을 보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일본 동경증권거래소의 Network Service와 Connectivity Service도 비슷합니다.

TSE도 부산AP와 서울AP와 같은 접속센터를 두곳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곳은 saitama와 Ikebukuro입니다. 조사를 해보니 동경근방인 듯 합니다. 일본TSE는 시장에 접속하기 위한 네트워크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합니다. 시장 참여자의 조건에 따라 Trading Participant Data Center와 Access Point(1,2)간에 VPN/전용선 그리고 여러가지 대역푝을 선택합니다. 한국KRX는 이것은 하나로 고정해놓았습니다. 기준에서는 통신회선이라고 하지만 통신사업자의 전용회선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은 위 그림으로 말하면 Conventional Connection입니다.


그런데 위의 그림처럼 부산AP를 추가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형식상으로 보면 서울AP와 부산AP에 접속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특정한 고객을 위한 KRX의 Proximity Service를 합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유는 서울AP와 부산AP간의 속도차이가 크고 KRX의 자회사인 코스콤이 부산데이타센터를 구축하여 시장참여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부산AP와 부산IDC는 사실상의 Proximity Service이며 일반투자자의 매매환경을 악화시킵니다.

3.
여기서 쟁점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은 거래속도를 공정하게 다루라고 이야기했지만 거리와 접속방법에 따라 속도 차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속도에 국한하여 다루었던 쟁점 – 기준의 7조와 8조 -을 넘어서서 4조와 5조와 관련된 이슈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거래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ATS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본시장 감독정책중 중요한 화두로 다루어야 합니다. Colocation Service, Proximity Service와 관련된 쟁점, 코스콤 독점으로 되어 있는 Connectivity Service를 개방하는 문제, 시장정보를 개방화하여 다양화하는 문제 등등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어떤 이는 경쟁이라는 관점으로, 어떤 이는 공정이라는 잣대로 다룬다 하더라도 비켜갈 수 없는 주제입니다.

편의적인 금융위와 거래소의 정책은 또다른 논란만 낳고 있을 뿐입니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와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는 29일 규탄 성명서를 통해 “증권·선물회사가 공동사무소를 운영하고 시세정보시스템을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아 라우터를 설치 운영해도 부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세정보분배 시스템의 경우 라우터에 부수되는 패키지 기능으로 이를 분리시키는 것은 설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며 “지금의 KRX는 공공기관이므로 정부와 국회의 직접적인 영향권 하에 있는데도 틈만나면 부산을 의식하지 않고 지배주주인 서울의 증권·선물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부산시민단체, 한국거래소 연일 규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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