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다큐 3일 어느 여름날

2011.08.05 12:00

“안녕하세요. 대표님!”

두달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 한 명이 복귀합니다. 다른 개발자에 비해 경력이 짧았지만 맡은 일을 열심히 했던 후배(?)입니다. 점심쯤 온다고 하더니 근처에 있는 이마트에서 피자 한판을 점심으로 사왔네요. ‘피자 한판의 법칙’이 있죠. 한판을 같이 먹을 정도로 개발팀이 꾸려지지 않아서 배부른 피자 한 판입니다.

아쉽지만 한 명을 떠나 보내고 간단히 앞으로의 목표를 공유하였습니다. 파트너쉽 개발전략이라 개발자 개인의 책임감과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빨리 제품을 출시하기 보다는 완성도를 높혀서 하나씩 공개하기로 하는 방향”을 선택하였습니다. 가장 빨리 완성도를 높혀가는 ZeroM을 얼마전 판올림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ZeroFeeder를 출시하기로 하였습니다. 8.15 이전에 출시하려고 합니다. 이어서 ZeroEXCHANGE와 ZeroAPI를 위한 자동매매시스템인 ZeroDMA를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금요일 저녁.? 아이들과 영화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다같이 볼 수 있는 영화중 ‘퀵’을 선택하여 화요일에 이미 예매를 하였습니다. 시간에 맞춰 통근버스에 올랐습니다. 대중교통이지만 시간을 맞춰서 나가고 타니 뭐 통근버스라 할 수 있습니다.? 금요일이라 퇴근길이 많이 밀립니다.

“띵동!!”

큰 딸로부터 문자입니다.

“어디야?”
“올림픽대로”

대략 한시간정도입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 회사원이 진상이네요. 탈 때부터 휴대폰으로 수다를 떨더니만 제가 내리는 순간까지 휴대폰으로 계속 입니다. 중간에 과자를 꺼내서 군것질도 합니다.

“참! 뭐라 잔소리를 하면 나이든 사람이 주책이라고 할 듯 하고 가만히 있자니 그렇고……”

하여튼 삼십대 전후반 총각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 사는지 알았습니다.ㅋㅋㅋ

사는 동네에는 영화관이 없습니다. 몇 년전 재개봉관이 문을 닫은 이후 시민회관에서 가끔 영화를 상영하는 정도입니다.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여 발권을 하고 급히 상영관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상영시간을 잘못 알았습니다. 20:40분이 아니라 21:40분이었습니다.? 큰 딸 친구와 두 딸 더하기 아내의 원성이 밀려옵니다. 이럴 때마다 듣습니다.

“나이 들었네!”

한 시간을 기다린 영화. “퀵”. 오락용으로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러운 영황입니다. 액션과 웃음을 적절히 버무려 놓은 맛있는 밥상입니다. 부쉬고 터질 때마다 스피커로 터져 나오는 울림도 좋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만든 스턴트맨들의 활약을 담아 엔딩그레딧을 만들었습니다. 스턴트맨들의 몸을 던져 만든 영화가 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문제입니다. 보통 일찍 자서 새벽에 일어나기때문에 눈꺼풀이 무겁고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12시가 넘었습니다. 비몽사몽(非夢似夢)입니다. 반나절이 흘렀습니다.

2011.08.06 08:30

일주일에 나흘 운동하여야 몸이 정상입니다. 장마에 몇 주동안 운동일수가 부족하니 온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냅니다. 속이 더부룩합니다. 그래서 토요일엔 꼭 산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목표는 청계산 종주. 코스는 수종폭포 계곡으로 올라서 대공원역으로 내려옵니다.

휴가철인지, 아직 이른 시간인지 등산객이 거의 없네요. 이런 트윗을 날릴 정도입니다.

“모두 휴가를 떠난 뒤 도시의 계곡! 너무 조용합니다.물소리 새소리만 내 귀를 울립니다. 이런 곳이 무릉도원이겠죠^^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편안히 하면 그것이 휴가가 아닐지..”

수종폭포로 오르다 보면 암벽이 이어지는 구간이 딱 하나 있습니다. 참 과천을 내려다 보기 좋은 명당자리입니다. 먼저 과객을 맞이했네요.

“어디서 올라오셨어요?”
“매봉에서 내려와 계곡 타고 올라왔습니다.”

나이때문인지 아니면 산이 사람을 한없이 품어서 그런서 오랜동안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시금 숨을 가다듬고? 매봉에 올라서 만경대, 석기봉을 넘었습니다.? 절고개로 가는 도중, 마왕굴이 생각났습니다. 청계산을 다닐 때마다 마왕굴 가는 코스가 가물가물하여 확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우측으로 난 등산로를 지나는 순간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마장굴을 확인한 후 왔던 길을 다시 갔으면 좋았지만 그 놈의 성격때문에 사고를 쳤습니다. 반대편 입구를 확인할 요량으로 매봉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가다 보니 매봉을 내려와 만경대로 오르기 직전 교차로였네요. 찾아보니 청계산 낭만길이라고 합니다.

“에고고..왜 이 길을 잊었을까?”

한시간전에 있던 곳입니다. 다시 지친 몸을 끌고 마왕굴에 잠시 쉬었습니다. 한 여름이지만 그늘진 바위로부터 한기가 올라옵니다. 입김이 서릴 정도입니다. 다시 절고개까지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절고개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하나. 꿀맛이고 오아시스이고 생명수입니다. 지친 몸에 에너지를 팍팍 줍니다. 이 때부터 대공원역은 평이합니다. 그렇지만 생각하지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날이 더워서 물통을 네개나 준비했지만 자외선만큼은 방법이 없습니다. 썬크림을 발라도 비 오듯 흐르는 땀때문에 별 효과가 없습니다. 온 몸이 자외선을 달아오릅니다. 속에서 군불을 지피는 듯 합니다.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과천 매봉을 지나 약수터가 너무 좋습니다. 물도 많고 시원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 물을 끼얹습니다. 겨우 더운 몸을 식히고 집으로 돌아서 콩국수 한그릇을 뚝딱 해치웁니다. 집을 나선 후 일곱시간이 지났습니다.

등산으로 지친 몸을 식히고 무한도전을 봅니다. 무한도전팀의 도전은 항상 소수를 위한 도전입니다. 봅슬레이, 레슬링도 그랬습니다. 조정은 개인의 열정이 아니라 모두의 열정이 필요로 합니다. 약간의 차이가 서로를 힘들게 합니다. 심장이 터질 듯 한 아픔도 견뎌야 합니다. 그래서 울림이 큽니다.

“우리는 조정을 통해서 한 배를 탄거지만 인생도 한 배를 탄 누군가와 믿지않으면 제대로 갈 수 없겠구나”

대공원을 돌겠다는 아내를 유혹(?)하여? 밖으로 나갔습니다. 간단히 맥주한잔 할 요량이었습니다만 동네 부부와 함께 자리를 하였습니다. 파닭과 맥주로 한여름밤의 더위를 식힙니다.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많이 진다고 하던데 중년의 부부가 늦도록 수다를 떱니다.

2011.08.07 14:00

토등일자(土登日自). 토요일은 등산을 하고 일요일은 자전거를 탄다. 요즘 저의 주말풍경입니다. 먼 곳으로 자전거를 타지 않고 동네근처 새로운 길을 주로 찾습니다. 요즘 다니는 길은 청계사가는 시골길입니다.

1)과천 자원정화센터를 넘어서 포일전원마을로 가로지르는 길
2)과천구치소옆을 세로질러 오른 다음 청계사 진입로로 이어지는 길을 이으면 자동차도로를 거치지 않고 청계사까지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느름 오프로드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그늘이 짙은 길입니다.

일요일 이 곳을 함께 가기로 지난 밤 동네 부부와 약속을 하였습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지만 아직 햇빛이 짱짱 합니다. 잠깐 페달을 밟았지만 온 몸이 땀으로 범벅입니다. 아내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몇 번의 오르막을 견디지 못하고 청계전원마을 부근에서 쓰러지려고 합니다. 자전거를 끌고 청계사로 향하다 새로 생긴 카페를 찾아 휴식을 취했습니다. 남자 둘은 한주전에 이미 다녀왔던 코스라 무리하지 않고 더불어 여유있게 오르기로 했습니다.

갤러리 카페로 한달전쯤 새로 생긴 곳입니다. 우면산과 다르지만 청계산밑자락도 그린벨트가 풀렸는지 새로운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카페도 그중 한 곳입니다. 손님들은 보니 차 끌고 먼길을 오신 분들 같네요. 운동복차림인 저희들이 어색할 정도입니다.? 한시간 정도의 수다가 약이 되었나 봅니다. 오르막을 가는데 다들 힘들어 하지 않네요. 새로운 장벽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자동차로 청계산 계곡을 찾은 분들때문입니다. 너무나 많고 갓길주차를 해놓아서 차들이 길을 꽉 막았습니다. 이럴 때 자전거가 좋습니다. 타면 자동차이지만 내리면 그냥 걷기입니다. 자전거를 끌고 목적지인 청계사입구에 도착. 근처 공터에 자전거를 쉬게 합니다.

지난 번 놀았던 계곡을 찾아 오릅니다. 마침 그 자리는 비어 있네요. 주변에서 평평한 돌을 찾아서 계곡물 가운데 놓아 상을 만들고 가져간 술과 안주를 올려놓았습니다. 다시 양말을 벗고 탁족(濯足)을 합니다. 신선놀음입니다.

휴대론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오전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
입을 때
흔들어도 안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 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시냇가에 앚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문신들!
인간의 손을 쳐서
채 완성 못 본 문신도
그대로 새겨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고 푼 것이 어디 있는가?

황동규선생님의 탁족입니다. 옛 선비들은 “탁족”을 발을 씻는것이 아니라 탁한세상에 더러워진 자신을 씻는 의미라고 했답니다. 수신(修身)은 못할 망정 세상에서 받은 온간 고민과? 아픔을 물에 흘려보냅니다. 비록 일부라고 하더라도 다시 세상을 나가 살아가는 활력입니다.

두 시간정도 쉬다가 내려오는 길에 저녁겸 국수 한그릇을 했습니다. 신 김치로 양념을 한 ‘김치열무국수’지만 시원합니다. 이제 갈 길을 재촉해야 할 듯 합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바람이 세집니다. 빗방울이 하나둘씩 보입니다. 태풍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는 듯 합니다.

집안으로 들어오니 31도네요. 오늘도 무더위와 싸워 잠을 청해야 합니다. 내일부터 세상속으로 들어가 힘을 내려면 오늘밤 바람소리와 빗소리를 벗 삼아 잠을 자야 합니다.

그래도.

“왜 이렇게 더울까요?”

2 Comments

  1. 이장석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느껴지는군요.

    Reply
    1. smallake

      댓글이 늦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블로그를 보면 아드님에 대한 애정이 깊으시듯..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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