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로 시작한 부산 시세AP

1.
한국거래소가 부산에 설치하려고 하는 파생상품 시세 AP는 항상 뜨거운 감자입니다. 그리고 개인투자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문AP를 설치할 때부터 수없이 많은 글을 썼습니다. 시세AP와 관련해서 4월에 쓴 글입니다.

외국인을 위한 파생시장, 외국인을 위한 부산 시세AP?
부산 시세AP에 대한 의견과 또 의견

부산에 시세AP를 설치하는 방안이 공식적으로 나온 때는 4월입니다. 이 때 신문기사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척이나 쉽지않은 정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부산에 자리잡고 있는 거래소 파생시장본부와 파생상품 메인시스템을 서울 등으로 환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차선으로 할 수 있는것이 시세정보를 부산에서만 내거나 부산에 시세정보 시스템을 추가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도 간단치 않다.

우선 지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부산에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장비를 둘 경우 사실상 부산이 시세정보와 주문전송에서 모두 앞서가게 돼 부산을 우대하고 서울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을 차별하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규에 저촉될 가능성이 많다. 금융투자업규정 제2-26조 7항에는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접수, 집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위탁자에게 감독원장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 설비, 서비스 등을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제1-4조제1항제3호에서도 ‘투자자의 매매주문을 거래소에 전달할 때 거래소가 정한 기준을 벗어나 투자자간 속도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는 못하게 돼 있다.

설사 이런 위법 시비를 감수하고 부산에 시세정보 라우터를 추가한다 해도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증권사 본사가 거의 대부분 서울에 있는 데서 오는 문제다. 부산으로 일원화할 경우 서울에 본사가 있는 증권사는 회사 파생부서를 돈들여가며 부산으로 옮겨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최근 거래소는 회원사를 상대로 서울에 있는 시세용 장비를 부산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일부 회원사를 중심으로 시세장비의 부산설치요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견은 사분오열됐다. 부산에 파생상품 거래부서를 이전한 회사들은 찬성의견을 냈지만 아직 서울을 중심으로 파생상품을 다루고 있는 회사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비를 부산에도 설치하길 바라는 일부 회원사들이 있어 의견을 모아본 것”이라며 “시세 장비의 부산설치 문제는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다 보니 결론이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의 수를 선택하더라도 시원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가운데, 현재 상황은 일부 외국인 등 특정 집단에만 파생상품시장이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 당시 한국거래소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 라우터를 통한 호가주문 중 97%가 외국인계좌를 통해서 나왔다.

당시 노회찬 전 의원은 “부산 라우터는 소수의 투기세력이 더 활개를 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한 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기관을 부산으로 유치하려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업계에)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러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해서 부산으로 내려간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에다가 모든장비를 두는 게 시세정보 지연을 막을 수도 있어 아예 모든 장비를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의견도 있다”며 “그러나 ELW나 외국계 알고리즘 트레이더, 국내 알고리즘 투자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라 결정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 늦고 부산 빠른 이상한 파생상품시스템..이해 갈려 통합 ‘감감’중에서

4월에 나왔던 일정은 9월중 부산IDC와 부산AP를 개통하는 것이었습니다. 8월말로 넘어가는 이 때까지 잠잠합니다. 혹 태풍이 오기전의 고요함일까요?

2.
한국거래소가 2015년 봄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기때문에 더 늦출 수 없었나 봅니다. 오늘 모 증권사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본부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파생상품시세의 부산 추가 제공 관련 의견수렴”이라는 설문지를 배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공개했으면 하지만 무슨 항의를 받을까 우려스러워 하지 않겠습니다.

앞서 기사처럼 부산AP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갈등을 잠재우고 해결할 수 있는 묘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설문지을 만든 한국거래소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묘수와 비슷한 것을 찾으려고 한 듯 합니다. 설문을 보면 제공하는 상품범위와 상품에 따른 시세유형 범위를(체결,호가 등) 묻는 문항이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추론을 하면 이렇습니다.

1)고빈도매매의 비중이 높은 상품만 시세를 제공(지수파생, 미니지수파생)
2)고빈도매매의 알고리즘이 필요로 하는 시세유형만 제공(호가, 체결)

이렇게 하면 한국거래소는 부산AP라고 부르지 않고 특화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AP설치를 바라는 부산의 요구에 부응합니다. 다만 부산AP는 아니기때문에 반대하는 회원사를 설득해볼 수 있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지만. 찬성하는 회원사는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서 고빈도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웨이브로 경쟁력이 떨어진 다수의 외국인투자자는 환호합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할까요?

저는 부산AP를 반대합니다만 그 보다 앞선 것이 투명성입니다. 투명성의 전제는 투명한 의견수렴과 절차입니다. 파생상품시장의 중요한 축중의 하나는 개인투자자입니다. 여의도 자본시장에 개인투자자를 대표하는 조직이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모두 같지도 않습니다. 앞서 쓴 부산 시세AP에 대한 의견과 또 의견을 보더라도 찬반이 나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투자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서 수렴하여야 합니다. 개인투자자용으로 설문지를 따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한 후 의견을 수렴하거나 설문조사시스템을 만들어서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의지의 문제입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