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둥,번개 그리고 장대비. 다음 날은 강한 바람에 실려온 황사. 운동하려다 몸이 상하는 날씨였습니다. 대신 미루어 두었던 영화로 산행을 대신하였습니다.
일본 영화인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劔岳 点の記)입니다. 일본 북알프스에 위치한 츠루기다케은 높이가 3000미터에 달하고 일반 등산객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메이지정권이 들어선 후 40년이 지난 1907년때 육군 육지측량부대 소속 시바사키와 안내인인 쵸지로 및 동료들의 이야기입니다.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등정이라고 합니다.
‘츠루기산 점의 기록’은 전인미답의 츠루기다케을 도전하는 인간의 기록입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장엄하고 아름다운 츠루기다케의 정경이 바로크 음악이 어우러져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합니다. 어떤 때는? 세찬 눈보라, 비바람 소리로 인간의 도전을 거부하는 자연을 묘사합니다. 몇 달전 EBS 세계테마여행을 통해 소개된 ‘엄홍길의 쿰부히말라야여행’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2.
영화는 측량사와 안내인으로 만난 인간들 사이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 안내인 초치로는 왜 츠루기다케에 오르려하는지 속내를 드러냅니다. 시바사키와 초치로가 사전조사를 할 때 초치로가 말합니다.
누구도 오르지 못한다면 길은 만들어지지 않아요. 시바사키와 제가 오르면 길이 생겨요. 츠루기다케는 언젠가 누군가는 오를 산이잖아요. 전 시바사키씨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중반 산악회를 만난 시바사키는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담담히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곳 자란 곳이 일본속에 세계속에 어떻게 위치해 있는지 알고싶지 않을까요? 그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에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지도라는 건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게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를 하든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후회없이 끝까지 해내는게 중요합니다. 우리 앞으르 달려나갑시다.
우리는 히말라야를 등정한 산악인을 떠올릴 때 함께 오른 셰르파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돈을 받고 일을 하기 위해 오른 사람들이고? 자연에 도전하는 알피니스트(?)의 숭고한 정신과 견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즘 많이 달라졌고 ‘츠루기다케 점의 기록’도 육군 육지측량부만을 그리지 않습니다. 마지막 츠루기다케 정상 바로앞에서 쵸지로가 안내인이라는 역할을 생각하여 앞자리를 시바사키에 양보하려고 합니다. 이 때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아뇨, 제 역할은 산에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을 돕는것입니다. 제가 먼저 올라가버리면 너무 죄송해서요(쵸지로)
아니, 저는 당신의 안내가 없다면, 정상에 올라가지않을겁니다.지금까지 함께 힘내서 왔잖습니까!
우리는 이미 멋진 동료입니다.저는 당신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수없었을겁니다.앞으로도 동료와 함께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습니다.쵸지로상, 마지막까지 안내 부탁드립니다.(시바사키)
누가 첫 등정을 할지를 놓고 경쟁자였던 산악회도 진심으로 육지측량부대와 안내인들에게 축하를 건냅니다. 시바사키와 쵸지로도 산악회를 동료하고 합니다.
3.
1907년 츠루기다케을 올랐던 사람들은 지도를 그려야 하는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결과가 츠루기다케 최초 등반이라는 결과로 나왔습니다.
산에 오르려면 한발을 내딛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발,한발,한발. 힘들더라도 끊임없이 묵묵히 내딛어야 합니다. 묵묵히 오늘 내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할 때, 언제가 내 앞에 다가오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요?
“힘든 일, 괴로운 일, 슬픈 일을 겪고 넘어선 후 기쁨을 맛보라는 거죠?”
쵸 지로의 아들이 쵸지로에게 보낸 편지중 한 귀절입니다. 고통없는, 도전없는 기쁨과 승리는 없습니다.
배우도 배우지만
스탭들이 엄청 고생했을 것 같네요…
그렇죠….메이킹 필름만 보더라도 고생많이 했을 듯 합니다.
국내 블로그를 보니까 츠루기타케를 오르는 분들이 있네요. 여기 오르면 멋있을 듯 한데…
지리산도 아직 같이 못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