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과 IT노동자

1.
5월 1일. 노동절입니다. 노동절마다 있던 노동자대회에 발길을 끊은지 오래입니다. 내가 노동자이다, 아니다를 떠나 노동자들의 외침이 나에게 울림을 주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었거나 가치가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느낌이 강합니다.

“내가 변했니? 그럼 너는 변하지 않았니?”

5월 2일. 새벽에 일어나 지난 밤 뉴스를 살펴봅니다. 구글 리더를 이용하여 클리핑해서 봅니다. 코스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했다는 뉴스가 있네요. 사업본부로 전환하였다고 합니다. 익숙한 분의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자리를 맡았던 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오랜만에 사이언스타임즈를 살펴보았습니다. 인력아웃소싱이 농협 전산사태의 원인이라는 토론회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내용이 궁금하여 사무금융노련 홈페이지를 열어보았죠.

2.
지난 26일 사무금융노련이 주관하여 “금융IT 아웃소싱, 이대로 좋은가“라는 토론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위의 자료가 소개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시장에서 지역농협과 경쟁관계에 서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전산망을 무기로 협박해온 만큼, 이번 기회에 전산망을 독립시켜야(농협노조 위원장)

이번 사태의 본질은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의 무분별한 확대에 있다’. 전산담당 노동자들이 야근이나 전직이 잦은 혹독한 근무환경과 열악한 고용조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비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전산업무에 대한 자회사화가 시도되면서 ‘직원중 누군가가 전산업무에 불만을 품고 이번 사태를 벌인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농협중앙회 노조 위원장)

정보가 곧 권력이라며, 우리의 권력이 통제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단언했다. 비용절감이 아니라 비용증가로 귀결된다는 외국의 사례, 또 신용정보의 활용문제, 대기업의 그룹내 몰아주기, 비정규직 양산뿐만 아니라 노동조합활동과 투쟁에서 핵심을 차지하며 사측을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전산인력을 무력화시켜 노동조합운동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사무금융노련 위원장)

읽으면서 “자기중심적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IMF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몇 은행들이 통폐합되었습니다. 이 때 노동조합이 사용한 핵심전술이 IT시설 점거였습니다. 최악의 경우 금융시스템을 세우겠다는 전술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 때의 기억인지 몰라도 “IT를 직접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강합니다. 사실 금융기관에서 IT아웃소싱을 전사적으로 실시하는 곳이 몇 군데나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제가 일했던 곳을 보면 부분적인 외주입니다.

노조라는 요소를 배제하고 바라보면 IT아웃소싱 혹은 자체전산으로 하느냐가 IT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넓은 의미의 투자가 결정적입니다. 비용이라는 관점이면 투자를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아웃소싱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결과는 같습니다. 월급을 적게 받느냐, 약간 더 많이 받느냐의 차이. 금융기관의 직원으로 일을 하느냐, IT협력업체 직원으로 일을 하느냐, 아니면 IT외주업체 직원으로 일을 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누구나가 이야기하듯이 월화수목금금금 더하기 야근와 철야만 남습니다.

3.
금융산업의 IT는 금융산업의 한 부분이지만 IT산업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서로 연관되어 있고 두 범주를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에 접근하여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 내부에서 백번 외친다고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전산자회사를 설립하든 하지 않든 IT전문회사와 협력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국내 대기업들의 IT관련 하도급 관행과 하청에 대한 횡포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보안문제를 지적하지만 이것은 기술적인 한계라기보다 ‘가격을 후려쳐서 나오는 산출물의 질적 저하’ 문제라는 것. 대기업은 열악한 상황에 놓인 IT기업을 상대로 대가없는 노동을 요구하거나 1년 계약으로 2년간 유지보수업무를 요구한다면서, 무리한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하도급 업체와 그곳에서 일하는 IT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전산인력시장의 왜곡된 구조로 인해 개선이 쉽지 않은 현실(HP노조 위원장)

제가 보기에 사무금융노련이 가장 귀를 기울여 들어야 목소리는 HP노조 위원장이 한 말입니다.

4.
121년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투쟁을 벌였던 8만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을 외쳤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IT노동자들도 똑같은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연대가 필요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좀더 이해하고 협력을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퇴근시간전 ‘갑’이 말합니다.

“오늘 저녁 10시에 점검회의 합니다.”
“이번 주말에 시험을 합니다.”

2 Comments

  1. 최원백

    바뀌어야 할 IT산업의 현실입니다.
    물론 다른 업종도 야근 철야 많이 합니다만..
    IT업종..특히 금융계의 현실은 …..?

    저야 금융계를 떠났지만..그래도 이쪽도 야근은 합니다만..
    그렇게 심하진 않습니다. 평소에 좀 널널합니다. ㅎㅎ

    너무 짧은 개발기간과(오픈 날자를 너무 앞당겨 잡는)…전시성 개발이 원인입니다.
    빨리 개발해주면 그만큼 보수를 더 줘야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
    개발 기간이 짧으니 전체금액에서 깎겠다..이게 현실입니다.
    개발기간을 우리가 줄인게 아닌데..개발할 양은 늘어나고..기간은 줄어들고..금액도 깍기고.
    책임은 전부 안아야 하는…
    그래도 해야만하는 현실?

    Reply
    1. smallake

      뭐 기사가가 없으면 한번씩 IT노동자들의 현실을 말하는 분위기라 진짜로 쓰고 싶지 않은 글이지만 노동조합이 발언을 하려면 좀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IT아웃소싱을 가지고는 시위 농성도 하면서 근로조건을 가지고는 그런 일이 없더군요. 사실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1)IT부서의 근무조건
      2)IT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참여자들에 공통 적용

      이렇게 두가지만 넣어도 되는데.아니면 IT관련 일정수립을 할 때 최소한 노동조합의 의견을 듣도록 하던가. 비용이 아니라 근로조건을 위하여.

      1년짜리 프로젝트를 할 때 야간 및 주말근무가 6개월이면 이상한 프로젝트가 아닐지.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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