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 그 후

1.
몇 달째 통합시험을 진행중입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합니다. 일찍 나와서 늦게 들어갑니다. 세월호 이후 1년이 지나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되돌아 볼 때이지만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하루 묵주 기도를 바치면서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였습니다. 에수님이 짊어지신 십자가를 통하여 제가 져야 할 십가자를 생각하였습니다.

천주교 수원교구 사제단 성명서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며 –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이사 5,7)

지난해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는 우리가 얼마나 죽음의 문화에 젖어 있었는지를 고통스럽게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하여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며 굳은 약속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 일 년이 지나도록 우리 정부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약속이행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 예고한 ‘특별법 시행령’은 세월호 특별법의 정신과 핵심 취지를 심각하게 벗어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제안한 시행령에서는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위해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인 참사 원인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정부가 내놓은 조사 결과의 분석”으로 못 박고 있으니, 이는 특별조사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무시하고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저의가 숨어 있는 시행령에 불과합니다.

또한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유가족과 대다수 국민의 염원을 무시한 채, 배상 및 보상 기준을 전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이번 참사를 금전적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를 드러내었습니다. 여기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보상적 차원의 처우개선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사안의 본질을 희석하고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무시하고 욕보이는,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를 잃어버린 수치스러운 처사입니다.

이에 천주교 수원교구 사제단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의 가족들,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신자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이 나라 이 땅에 정의와 진리가 울려 퍼지기를 희망하며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표명합니다.

하나, 정부는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을 즉시 폐지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마련한 특별법안을 적극 수용하라!

둘, 정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하고 구체적인 인양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라!

셋, 정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모독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

넷,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하여 더 이상 이와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잘못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나아가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국가재난안전대책을 마련하라!

2015년 4월 15일
천주교 수원교구 사제단

2.
416 아침. 여러 가수들이 재능기부로 만들어 진 ‘다시, 봄’을 들었습니다. 이들이 표현한 봄에서 80년 5월 광주가 겹쳐지더군요.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 게 없는 봄’을 계속 맞을지, ‘부끄럽지 않은 봄’이 될지 결국 여기에 있는 우리의 몫일 듯 합니다.

다시 봄이 오네
아름다운 섬에
아무 말이 없이
해가 떠오르네
떠오를 것은 따로 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오오 기울어진 봄
오오 변한 게 없는 봄
봄이 궁금해서 꽃들이 피네
파도는 자꾸 들이치며 묻네
도대체 왜 그런 건가요
왜 아무 말도 못했나요
오오 질문하는 봄
오오 대답이 없는 봄
가을 겨울 오면 봄이 잊혀질까
내년에도 봄은 변한 게 없을까
그만하면 바뀔 때도 됐는데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오 부끄러운 봄
오오 기억하는 봄
오오 기울어진 봄
오오 변한 게 없는 봄
오오 질문하는 봄
오오 대답이 없는 봄
오오 부끄러운 봄
오오 기억하는 봄

3.
‘어린이책을만드는몇몇사람들’이 ‘416 세월호 그 후’을 만들었습니다.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져서는 안될 416세월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