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 20일. 다른 해 이맘때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봄기운이 천지를 뒤덮은 날이었습니다.낮 기온이 13도까지 오른 봄날이었습니다.
주말이면 고민이 많습니다. 산을 오를지, 자전거와 나갈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시륜이후 자전거를 탈 정도로 날이 포근해졌습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하트코스를 2011년 처음으로 돌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어서 무작정 관악산을 올랐습니다.집앞 케이블능선을 타고 올랐습니다.
역시나 나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봄기운을 느꼈나 봅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리끼리 산을 오릅니다. 산밑이라 대부분은 눈은 녹았습니다. 11월 말 낙옆이 떨어져 삭막했던 그 때와 비슷합니다. 단 찬기운이 아니라 따뜻한 기운이 산아래에서 올라오는 점만 빼고.
과천에서 바라본 하늘은 안개가 낀듯히 뿌옇습니다. 그러나 정상과 가까와 지면서 하늘은 너무 맑고 깨끗합니다.
관악산 송신소의 첫번째 케이블탑근처에서 까치가 앉아서 웁니다. ? 밑에서 사진기를 살작 대고 누르는 순간, 하늘로 날라갑니다.
두시간을 걸어서 드디어 송신소 정상. 홀로 등반이라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내 요기를 합니다. 송신소 하늘도 구름한점없이 너무 맑습니다.
2.
이제 사당으로 갈지, 과천으로 갈지 아니면 안양으로 갈지 어디로 갈지 정해야 합니다. 점심을 먹는 옆 등산객들이 팔봉능선을 이야기하네요. 귀가 얇아서 팔봉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누가 그랬습니다.
“과천 육봉능선과 안양 팔봉능선을 이으면 북한산에 부럽지 않다”
관악산은 신림동,사당,과천,안양에 걸친 화강암으로 된 큰 산입니다. 그동안 안양으로 관악산을 오르내린 적이 없습니다. 팔봉능선을 따라 내려간 관악산 전경은 멋있더군요. 다른 능선보다 바위들이 웅장합니다.
내려가는 길이라 팔봉부터 시작입니다. 암릉으로 된 능선을 타다보면 오를 때보다 내릴 때 더 위험하거나 무섭습니다. 팔봉능선도 그렇습니다. 처음 타는 코스라 어디로 내려갈지 알 수 없었습니다. 길도 모르고 내려가도 오도가도 못하는 낭패를 당할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다” 싶으면 내려와서 우회로를 내려갔습니다.
멀리 관악산 송신소가 보입니다. 오봉쯤 되지 않았나 합니다. 사실 팔봉이든 육봉이든 어느 곳이 어떤 봉우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마땅히 지을 이름이 없어 봉우리 숫자로 지은 이름입니다. 제가 보기에 팔봉이 넘는 것같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바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내리막에서 본 바위중 가장 멋있는 바위입니다. 보기에 큰 북같은 느낌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힘들어 보이지만 그리 힘들진 않았습니다.
아마도 일봉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내리막으로 보면 마지막 봉우리는 무척 넓습니다. 멀리 삼막사방면 송신소도 보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다른 각도로 찍어보았습니다. 하산 길에 만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팔봉능선을 오르막으로 타면 죽음”이라고 합니다. 관악산종주를 하면 삼막사로 가서 무너미고개로 내려와 다시 팔봉능선을 올라 사당까지 갑니다.? 하산 길에 만난 등산객들은 모두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겠죠?(^^)
3.
사실 팔봉 하산길은 최악이었습니다. 무너미고개에서 안양예술공원으로 방향으로 하산하였습니다. 그런데 서울대 수목원때문에 계곡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우회 등산로을 타고 내려와야 합니다. 하산길이 아니라 등산입니다.
무너미고개쯤 와서 긴장이 풀린 탓인지 내려가는 걸음걸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육봉을 오를 때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르면서 팔봉을 알았습니다.
팔봉을 내려오면서 관악산의 또다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오봉능선(학바위능선)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팔봉능선을 끼고 종주를 해보고 싶습니다. 2011년 봄이 오면 해야할 일이 점점 늘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