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춘이 지났습니다. 아직 찬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속에 봄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설전부터 시작해서 지난주말까지 마지막 겨울산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자주 찾았던 관악산 대신 청계산과 마니산입니다.
1월말. 몇 달만에 다시 청계산을 찾았습니다. 지난 여름내내 청계산을 올랐지만 찬바람이 불면서 관악산으로 옮겼습니다. 따뜻한 햇볕을 좀더 많이 받고자 관악산을 찾았습니다. 그렇지만 연 이은 눈폭탄으로 아이젠을 하고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아이젠 없이 가볼까 해서 청계산에 올랐습니다. 대공원에서 과천매봉을 오르는 길입니다.
과천 매봉을 바로 앞으로 두고 국사봉방면으로 가는 샛길이 있습니다. 이 날 제가 택한 길입니다. 여름에 이 길로 들어서면 무척 시원합니다.
정상에 올라가지 않고 산길을 – 눈길이지만 – 걷고 싶어 찾은 청계산이라 중간에 청계사로 빠졌습니다. 청계사에 자주 들리지만 눈으로 덮힌 청계산 전경은 처음입니다. 찬 바람에 손도 시리지만 나를 생각할 적막이 흐릅니다.
2.
마니산을 찾은 때는 설연휴 토요일이었습니다. 남들처럼 산악회를 따라 원거리로 등산하지 않고 근거리등산을 주로 하기때문에 몇 년전 회사 워크샵때 마니산을 오른 것이 가장 최근입니다. 추위를 싫어하는 아내를 설득하여 강화도로 떠났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구제역 방역때문에 강화도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추운 날 방역을 하는 공무원들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마니산입구. 산을 오르는 등산객으로 가득찼습니다. 맑은 날을 기대했지만 안개가 낀 듯 잔뜩 흐렸습니다. 오르막 길은 단군로입니다. 참성단 계단로는 무릅에 무리를 주므로 걷는 즐거움도 빼앗는 최악입니다. 항상 오르내릴 때마다 “왜 이런 길을 만들었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산을 다녀보면 곳곳에 등산로를 계단으로 덮힌 곳이 많습니다. 관악산, 청계산, 북한산 곳곳에 계단이 들어섰습니다. 지방 자치를 하면서 시민 편익을 위한다는 이유가 첫째일 듯 합니다. 물론 어떤 곳은 사고예방을 위해 계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단이 최선인지 의문입니다. 전시 행정이고 예산 낭비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습니다.
단군로를 따라 참성단으로 오르는 길을 편안합니다.아이젠을 했지만 눈으로 덮혀 조심조심 천천히 한걸음한걸음 내딛습니다.한 두번의고비를 넘으면 멀리 참성단 꼭대기가 보입니다.
능선에 올라 참성단가는 길은 능선길이 그리 하듯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합니다. 참성단을 앞에 마지막 오르막. 몇 백계단입니다. 계단 중간 전망대가 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서해를 볼 수 있지만 안개에 가려 보지 못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참성단계단로와 이어지는 길과 만납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참성단이 보입니다. 등산객들때문에 접근을 막았습니다. 대신 옆 헬기장에서 멀리 정수사방면을 봅니다. 아마 90년대쯤 함께 왔던 길입니다.
3.
지난 주말 다시금 찾은 청계산. 청계산을 찾은 목적은 두시간 바람같이(^^) 과천에서 청계사로 뛰어 점심공약을 먹고 다시 집으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4시간 공을 들인 점심식사. 출발시간은 11:00. 빠듯합니다. 보통 걸음으로 가면 두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공양시간을 조금 넘깁니다 어쩔 수 없이 평지에서 속보를 내 달았습니다. 두주전 청계산을 찾은 때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미 눈이 녹아내렸습니다. 흙속에 눈이 녹아 얼어붙은 곳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청계사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12:50분. 뒤로 다섯분정도 공양할 밥이 남아 있었습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한끼를 해결합니다.
쌀쌀하지만 날은 좋아서 산사를 찾는 등산객이 많을 듯 했지만 거의 없네요. 기와지붕을 덮었던 눈들도 다 녹아 내렸습니다. 지금이 겨울의 끝자락임을 알려주는 곳은 꽁꽁 얼어붙이 우물입니다.
부처님에게 절을 올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이번에 응봉(매봉)을 올라 한 숨 쉬고 사그막골로 내려왔습 니다. 과천방면 청계산중 가장 음기가 강합니다. 역시나 다 눈이 녹았지만 하얀 눈이 계곡을 다 덮고 있었습니다. 가파른 계곡을 타고 내려오면 처음 만나는 약수터입니다. ?한여름이나 한 겨울이나 물줄기가 변함없습니다. 아주 시원합니다.
사그막골엔 주민을 위한 운동시설과 야외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겨울이라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지 눈이 덮힌지 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 한 여름이면 등산객들이 앉아서 쉬었을 나무의자도 봄을 기다립니다. 하얗게 쌓였던 눈들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4.
청게산을 올랐던 그 날밤. 주말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100년만의 폭설이라고 합니다. 전방에서 근무할 때 서울로 휴가올 때 다녔던 7번국도변이 모두 눈에 잠겼다고 합니다. 1미터가 넙는 눈이 쌓이면 할 도리가 없습니다. 전방에선 보급품을 받으려고 죽자 살자 눈을 치우지만 민가는 도움이 손 길을 주지 않으면 눈을 치울 방도 없을 듯 합니다. ? ?그래도 설악산 대청봉 밑자락에 위치한 중칭대피소에서 보낸 눈 덮힌 대청봉은 장관입니다.누군가의 재난이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장관입니다.
어제 1박2일이 대청봉 일출의 감동을 전했습니다.
올라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