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한지 벌써 이년이 넘어갑니다. 어느 날 문득 “왜 비싼 돈을 주고 조미료 덩어리를 먹기 위해 고민하고 줄을 서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겨서 도시락을 챙겼습니다.
전 직장에서 도시락을 싸왔던 분들이 몇 있었습니다. 꾸준히 싸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도시락문화라고 할 것이 없었습니다. 한명, 두명, 세명을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솔선수범을 보였죠.
특별히 약속이 없는 한 도시락을 챙겼습니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원탁에 둘러앉아 많으면 여섯 일곱명이 식사를 합니다. 두런 두런 수다도 떨고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합니다. 무슨 절에서 묵언수행을 하듯이 밥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수다를 떱니다. 개인이야기도 하고 듣고, 가끔 회사이야기도 합니다.
그렇게 몇 년을 하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2.
새로 둥지를 튼 사무실은 현재 세명입니다. 같은 회사도 아니고 다 각자 하고자 하는 일이 있는 분들입니다. 터주대감이 마련한 사무실에 두 명의 손님이 둥지를 튼 겪입니다. 처음 둘이 사무실을 쓸 때 물어보았습니다.
“도시락을 싸오세요 ”
“가끔 도시락을 싸옵니다.”
“그럼 같이 도시락을 드시죠 ”
그렇게 새 사무실의 도시락문화는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 그저 도시락만 먹었습니다. 저는 부식으로 꼭 과일을 챙기기때문에 후식으로 과일을 먹습니다. 가끔 수다도 떱니다. 새롭게 한 명이 더 둥지를 틀었습니다. 적 직장에 있던 후배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닙니다. 같이 먹습니다. 이제는 라면포트도 있어서 추운 날 라면국물을 반찬으로 냅니다. 두부라면도 만들어 먹을 요량입니다.
그러다 전 직장 후배를 만났습니다.
“요즘 점심은 도시락이야 ”
“아닙니다. 거의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서 도시락문화가 없어졌어요.”
“왜 싸오지 않아 ”
“그저 도시락을 까서 밥만 먹으니까 재미도 없고 귀찮고 해서…….”
3.
이런 글이 떠오릅니다.
어떤 회사의 작업반장이 둘 있었습니다. 회사의 작업장은 항상 지저분하고 공구들이 너부러져 있었습니다. 한 반장은 묵묵히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공구를 정리하고 작업장을 청소합니다. 반원들이 처음엔 주저주저하다가 한명 두명씩 참여하였습니다. 어느날부터 모든 반원들이 함께 청소하고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반장이 떠났습니다. 그런데 작업반의 문화는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또다른 반장이 있었습니다. 작업문화를 개선하려고 반원들을 닥달했습니다.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하였습니다. 상사의 명령이나 귀찮아도 반원들이 동참을 하였습니다. 작업장은 깨끗하고 공구는 잘 정리되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반장이 떠났습니다. 작업장은 반장이 떠나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변화를 마음으로부터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내용입니다. 문득 도시락문화를 보면서 변화가 떠오릅니다. 도시락문화로 변화를 이야기함이 견강부회일 수도 있지만 ‘사서 먹는 사람을 귀찮더라도 도시락을 싸오도록 한다”는 점만 놓고 보면 변화를 만듭니다. 아주 어려운 변화입니다.
전 직장의 도시락문화가 왜 사라졌을까 시작이 잘못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잡 생각입니다.
잘 지내셨죠? 핸드폰을 분실해서 이사님의 연락처를 잃어버려 이곳에 글로 올립니다. jky027@naver.com 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제가 메일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