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파이프능선

1.
관악산 삼거리를 지나 사당역으로 내려 가는 길. 능선너머 위험하지만 무척 도전하고 싶은 능선이 보입니다. 암벽으로 둘러싸인 능선. 항상 궁금했습니다.

지난 번 사당역 하산길. 오르막을 타던 분이 물어봅니다.
“국기봉을 가려면 이쪽이 맞나요?”
“….”
“국사봉이면 청계산쪽인데….”

주말 2연전중 이틀. 관악산을 오르는 목적은 의문의 능선을 타는 일입니다. 의문의 능선은 파이프능선이라고 합니다. 파이프능선을 타려면 사당역에서 연주대로 오르내리는 주능선에서  파이프능선쪽으로 빠지는 길목을 찾아야 합니다. 몇 번 찾아보다 등산객에 물어서 길을 알았습니다. 내리막을 기준으로 제1헬기장에서 우측으로 난 능선을 따라가 제2 헬기장 가기전  낙성대와 사당역 갈림길로 나오는 구간입니다.

2.
오늘 사당역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평소 남현동으로 내려왔지만 관음사가 궁금하여 관음사로 올랐습니다. 관음사 입구를 지나면 국기봉 밑에 자리잡은 관음사가 보입니다. 신라 진성여왕 때 창건한 절이라고 하지만 증축한지 오래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다른 곳에 보기 힘든 커다란 관세음보살상을 대웅전옆에 보셨습니다.

관음사에 뒷산이 국기봉을 오르는 길이 둘입니다. 관임사 입구에서 우측으로 난 길, 관음사 입구를 지나 좌측 절 담장으로 끼고 난 길입니다. 저는 좌측으로 난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렇게 오르면 관음사 국기봉입니다. 암석 봉우리입니다. 조용헌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암석으로 둘러싸인 곳이 가장 기도발이 쎄다. 이런 곳에서 기도를 해야 한다…”

사실 조용헌씨가 말한 곳은 흔치 않습니다. 다만 관음사도 앞을 제외하면 사방이 돌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기도발이 세든 아니든 중생의 어려움을 보살펴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이라 삼배를 정성스레 올렸습니다. 또다른 도전이 쉽지 않겠지만 이겨내어 목표를 이루어주도록 도와주시길 빌었습니다.

 국기봉에서 다음 능선을 타야 합니다. 얼마전에 놓인 철 계단이 아니면 무척이나 험한 길이었을 듯 합니다.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다들 한마디 하십니다.
“돈이 얼마나 남아돌면 쓸데없이 계단을 만드는지…험한 돌 능선을 타려고 왔지 누가 계단오르려 왔나?”

이제 갈림길 좌축으로 난 이정표를 따라 파이프능성을 타러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파이프능선은 관안산 주능선을 바로보는 곳이라 계곡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야 합니다. 파이프능선은 멀리서 보면 짤릿하지만 가까이 가면 갈 수록 두렵습니다.

멀리서 보면 완만한 능선을 타고 으르는 듯한 느낌이지만 암벽 바로 앞에서 아래와 사진과 같은 느낌입니다. 납작 엎드려서 올라야 합니다. 손으로 바위틈을 잡고 오르는 곳이 아니라 등산화 신발의 마찰을 믿고 몸을 최대한 낮추어 기어가는 듯한 등산입니다.  세걸음을 옮기니까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바위틈이 보이지 않아 그냥 옆으로 낑낑 이동하였습니다.

3.
멀리 보이는 곳이 앞서 오르막 암벽이 있던 곳입니다. 파이프능선은 등산로가 넓지 않습니다. 몇 발만 좌우로 옮기면 바로 절벽같은 내리막입니다.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분들이 애용하는 능선입니다.

제1헬기장으로 나와서 다시 연주대 가는 능선길. 편안한 길입니다. 너무 많은 분들이 다녀서 기다려야 할 정도입니다  관악산 3거리에서 연주대로 빠지지 않고 바로 과천교회쪽 능선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올 때 무릅 충격을 줄이려고 능선을 타기로 했습니다. 자주 다녔던 곳이라 여유있었습니다.

등산 내내 뿌연 연무가 하늘을 가렸습니다. 겨울 스모그때문인지 좋은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내려가던 길 중반쯤 갑자기 환한 햇살이 등뒤에서 내리쬐더군요. 구름속으로 잠시 내민 얼굴을 너무 따뜻했습니다. 수줍은 새색시마냥 바로 구름에 가린 햇님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4.
몇 달 열심히 관악산을 다녔습니다. 그토록 소망하던 파이트능선도 타보았습니다. 물론 암벽을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모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부청사와 안양쪽 능선으로 오를까 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즐거움입니다.

파이프능선이 왜 파이프능선일까요? 능선이 가파르고 반지르한 암벽으로 되어 있어 파이프능선이라고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라 레이다기지나 연주대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을 감싼 파이프가 등산길내내 이어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파이프능선이라 한답니다.

4 Comments

  1. 고은석

    무지 반갑네 . 형도 반갑지요? 갑자기 생각이나서…. 여러가지로.. 함 봅시다. eunseok_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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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반갑습니다. 벌써 10년이 다되가는 듯 한데..

      이메일로 전번을 보낼께요…우선 전화라도 합시다.
      건강하죠? 뭐…당근이라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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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최원백

    이제 관악산맨이 다 되었네요.
    저는 북한산입니다.

    가까운 산에 다니는 것이 행복입니다.

    언제 한번 합류하시지요..
    눈내린 겨울산 좋습니다.

    Reply
    1. smallake

      나중에 관악산과 북한산 산신령이나 하면서 바둑이나 두시죠…ㅋㅋ

      백두대간이 어디서 합류하나….음…남산?

      눈 내린 겨울산을 한번 가시죠…저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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