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러 삼십리길

1.
요즘 주말은 단순합니다.토요일은 조조영화보기, 자전거나 걷기. 일요일은 산에 오르기.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멀리 가서 쾌감을 느끼려고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혼자 다니니까 주말마저 가족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을 하면서 아내와 다닙니다.

다음주 김장이라 이번 주말 땀을 내야 합니다. 이번 주말에 마땅한 영화도 없고 토요일은 백운호수, 일요일은 관악산 파이프코스를 생각했습니다. 계획은 트러져야 맛이라고 하지만 어머니의 부탁이 있어 양재 하나로매장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자전거 타면 왕복 두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걸어서 가기고 했습니다. 출발때 대략 예상을 해보니 왕복 네시간 거리입니다. 거리로 따지면 왕복 삼십리길입니다.

이 맘때부터 양재천은 한가합니다.내년 초 햇살을 받아 겨울눈에 물이 오를 때까지 양재천 주인은 철새들입니다. 그중 오리천국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양재천 과천구간은 오리로 넘쳐납니다. 처음 인기척만 느껴도 바로 도망가던 놈들이 몇 년 짠밥을 먹었다고 도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눈으론 별로 먹을 것이 없어보이는데 내년 떠날 때가 되면 살이 뒤룩뒤룩 찝니다.

양재천 과천구간을 지나면 서초구간입니다. 서초구간을 가면 항상 공사중입니다. 이름도 각양각색입니다. 토요일 장보러 가는 길. 불도저와 포크레인이 양재천 바닥을 퍼내고 있었습니다. 4대강 공사처럼 양재천살리기공사를 하는 듯 했습니다. 멀정한 하천 바닥 모래를 퍼내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있던 모래톱들이 없애고 있었습니다. 퍼낸 모래가 하천변에 높은 산을 이뤘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공사구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인데….

2.
양재 하나로 매장을 가려면 큰 길따라 갈 수 있습니다. 짧은 길이지만 매연과 소음으로 고생하는 길입니다. 반면 물 따라 가면 돌아가지만 즐겁습니다. 양재동 시민의 숲 여름은 초록으로 가득하여 너무 시원합니다. 초겨울에 들린 시민의 숲은 낙엽들이 곱게 떨어져 카펫을 만들어 놓은 듯 합니다.

물 건너 길 건너 도착한 하나로 매장. 몇 개월만에 찾았지만 많이 변했습니다. 하이마트나 뚜레주르의 매장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없던 수입제품들도 눈에 들어오고. 실적이 필요해 선택한 듯 합니다. 하나로 매장은 근처 이마트나 코스트코와 다릅니다. 시장과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도 가격이 높은 배추를 사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섰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많은 시식코너는 여전히 마트식 뷔페입니다.

3.
돌아올 때 양재천 지류로 난 자전거길을 이용했습니다. 양재 시민의 숲중 주로 다녔던 곳 너머는 색달랐습니다. 백마유격부대 충혼탑, KAL기 사망자 위령탑, 삼풍아파트붕괴 사망자 위령탑등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한적 하더군요. 메타세과이어가 늘어진 길위로 낙옆이 곱게 쌓였습니다.

양재 시민의 숲 건너편 서초문화예술공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울교육문화회관에 이어져 있는 곳으로 서초영어체험공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곳도 양재 시민의 숲만큼이나 조용합니다. 다만 서초영어체험공원이 자리잡고 있어 남 다른 볼거리가 있습니다. 다 헤어진 큰 신발에 세워진 작은 집이 아름답습니다.

서초예술문화공원은 너무나 조용합니다. 한 여름에도 인적이 드문데 찬 바람 부는 겨울이라 더 쓸쓸하였습니다. 가끔 인적이 드물어 영화를 찍은 독립영화인들이 눈에 띱니다. 집에 가려고 양재천으로 나가려는데 아주 밝은 조명빛이 멀리 보였습니다. 광고를 찍은 분들입니다. 빅뱅의 탑같은 느낌을 주는 남자와 얼굴이 아주 작은 여자가 눈 덮인 벌판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삼 십리길을 쉬지 않고 걸었더니 무릅이 아프더군요.이날 밤 무한도전을 보고 꿈나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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