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안철수

1.
이상한 일입니다. 재미있는 기사라서 읽어 보려고 선택을 했습니다. 비공개 기사라고 하면서 열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오늘 다시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달라졌더군요. 아래 기사는 RSS로 포스팅된 초안중 일부입니다.

추억의 국민벤처들이 맞는 새로운 기회

안철수연구소(이하 안랩),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한 때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던 소프트웨어 업체들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가 별로 주목하지 않게 된 회사들이기도 합니다. 물론 두 회사는 여전히 적지 않은 매출과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기술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 같던 초기의 기세는 모두 사라진 지 오랩니다. 그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암묵적 후원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세금으로 먹고 산다며 공기업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아래는 수정된 기사의 머리글입니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한 때 대한민국의 자랑이었던 소프트웨어 업체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 회사에 별로 주목하지 않게 됐습니다.물론 한컴은 여전히 적지 않은 매출과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기술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 같던 초기의 기세는 모두 사라진 지 오랩니다. 그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암묵적 후원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세금으로 먹고 산다며 공기업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안철수연구소만 빠져 있습니다. 최초 기사를 쓸 때와 초고를 쓰고 난 후 생각이 달라져서 안철수연구소를 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님은 생각이 바뀌었지만 저는 원안의 취지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
안철수. 어떤 이는 안철수라는 이름을 떠올리면서 존경하는 경영자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안철수라는 이름은 두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자로서의 안철수, 기업가정신 전도사로서의 안철수입니다. 지금은 대학교수로 명강사로 많은 사람에게 기업가정신을 북돋아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영자 안철수가 없었다면 현재의 안철수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시계바늘을 2005년 3월 대표이사 사퇴할 때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퇴를 하면서 10년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습니다.

지난 10년 간 경영을 하면서 △지식정보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고 왜곡된 시장 구조의 척박한 토양에서도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워킹 모델(working model)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 하에서도 정직하게 사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공익과 이윤 추구가 양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안철수 사장의 퇴임사중에서

어떤 기사에서는 사퇴를 한 이유중 하나로 개성을 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인연이 돼 10년 전 회사를 설립했지만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모자란다는 생각에 혼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 목소리도 작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얼굴이 붉어진다. 최고경영자(CEO)는 연구개발 이외에 투자자금 유치,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것은 그에게 잘 맞지 않는 분야였다고 털어놓았다.
“경영 손떼고 공부하러 떠납니다”…안철수사장 사퇴 발표중에서

당시 새롭게 CEO로 선입된 김철수 대표는 다음과 같은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세계 IT시장에서 우리나라의 투자 비중은 1.2% 수준이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여기에 훨씬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잠재적 성장성이 높다는 얘기이므로 투자자 스스로 보안 업종의 미래 가치를 판단했으면 한다. 더욱이 대표적 보안 업체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안연구소가 앞으로 2010년까지 세계 10대 글로벌 통합보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란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숫자로 2007년까지 매출을 1,000억 원대까지 올리고 2010년에는 2,500억 원을 달성, ‘글로벌 10대 보안전문기업’으로 자리잡을 계획이다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철수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다시 돌아와 안철수연구소로 복귀하지 않고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2005년을 전후한 주가의 추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3.
어찌보면 안철수연구소는 2005년이후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보통 목표를 과도하게 잡지만 어찌되었든 결과는 2005년 비전선포는 실패하였습니다. 10대보안기업이 되지 않았고 매출목표나 이익을 달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항상 갖는 의문이 “꼭 이 때 회사를 떠나야 했는가?”입니다. 어찌보면 기업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국내시장만으론 성정세를 이어갈 수 없었고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앞서 기사의 초고에 들어갔던 ‘정부와 공공기관의 암묵적인 후원’이 없다면 현재의 매출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일까요? 안철수씨는 시사인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진정한 기업가란 기득권에 만족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진정한 기업가란 기득권에 만족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 또 그런 일들을 누구 지시에 따라 또는 월급을 받고 행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어느 대기업 사장님이 중요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투자 결정을 스스로 못하고 대기업 오너로부터 결정을 받아 일을 수행한다면 그는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가 아니다.
안철수, “기업가정신 공생에서 찾아라”중에서

만약 대주주로써 이사회의장으로 대표이사에 복귀한다면 저는 그것이 또다른 기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벅스 창업자로 유명한 하워드 슐츠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스타벅스가 어렵자 2008년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하였습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혁신을 벌이고 있습니다. 몇 년전 이야기입니다.지금은 늦은 시간 술까지 팔 계획이라고 합니다.

애플컴퓨터의 스티브잡스와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다른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지난 세월과 경험만큼 사람도 변하고 성숙하지만 애플컴퓨터 시절의 스티브잡스나 지금 잡스나 스타일이나 철학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 합니다. 그럼에도 예전 잡스는 혹평을 받았고 지금 잡스는 전세계적인 찬사를 받습니다. 무엇때문에? 혁신,혁신,혁신 그리고 매출과 영업이익등의 탁월한 숫자때문에 찬사를 받습니다.

예전에 안철수씨와 비교하여 박대연 회장을 비난하는 듯한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박대연 VS 안철수

그렇지만 경영자로써의 박대연회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계속입니다. 티맥스소프트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재기할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집니다.

결국 기업가는 기업(起業)이 아니라 기업(企業)을 통하여, 숫자를 통하여 이야기를 하여야 합니다. 재벌의 비리에 분노하여 안철수연구소가 말하는 ‘영혼있는 승부’에 열광하였지만 영혼만으로는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고 가치도 만들지 못합니다. 기업( 起業)을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경영일선에서 온갖 것을 맞닥드리며 힘겹게 의사결정하면서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지키고 기업을 성장시켜가는” 경영자모델입니다.

4.
술 먹으면 자주 하던 이야기입니다.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누구를 깍아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안철수연구소를 흉 볼 생각도 아닙니다. 여전히 훌륭한 기업입니다.? 다만 우리사회가 살기 힘든 이유가 ‘기업가정신이 없어서’, ‘청년이 도전정신이 없어서’라는 식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공정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의 보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안철수.저는 ‘영혼있는 승부’를 읽으며 경영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해준 교수로 기억합니다.

Update 001209) 가장 최근에 안철수씨가 안철수연구소 신입사원과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좋은 내용도 많습니다.

안철수가 신입사원과 나눈 대화 10문 10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