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천의 가을은 아름답습니다. 단풍잎과 은행잎으로 물든 중앙공원은 빨강과 노랑의 향연입니다. 늦은 시간 관문로 은행나무길은 가로등과 어울려 노랑물결로 뒤덮여 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입니다. 아침부터 아내가 바람 쐬러 가자고 재촉합니다. 그래서 주말 이틀 자전거로 돌아다닐 계획을 취소하고 영화 보고 산에 오르는 일로 대신하였습니다. 첫 날 인덕원 시너스에서 ‘부당거래’를 보았습니다.
2.
한 놈은 죽고 한 놈은 삽니다.
세상은 총든 놈,돈을 가진 놈과 권력을 가진 놈들의 세상입니다.
보는 내내 역겨웠습니다. ‘부당거래’가 그리고 있는 현실이 너무 싫었습니다. 유승완감독이 만든 영화중 ‘최고의 걸작’이고 손가락을 들어올릴 정도로 잘 만든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똥냄새 나는 세상이 싫듯이 영화가 편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쉬었지만 계속 머리가 아팠습니다.
영화에는 놈놈놈이 등장합니다.
놈 하나는 주양 검사입니다. 정략결혼을 해서 고위검찰이 장인입니다. 놈 둘은 최철기반장입니다. 경찰대출신이 아닌 서러움이 뼈속 깊습니다. 놈 셋은 김기자입니다. 검경언‘검경언(檢警言). 서로 살기 위해 세 놈은 서로 물고 뜯고 돕습니다.
새끼놈도 등장합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려는 기업형 폭력배 장석구와 기업인 이회장이 등장합니다. 한놈은 검사스폰서고 또 한놈은 경찰스폰서입니다.
놈놈놈과 새끼놈에 붙어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양검사실 수사관인 공검사관. 미용실을 하는 철기여동생 광역수사대 형사 대호입니다. 가족과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고 아둥바둥입니다.
사건이 발생합니다.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익히 알고 있는 ‘유영철사건’과 비슷합니다.언론과 정치권이 난리법석입니다. 범인을 잡지 못하면 누군가 목이 날라갑니다. 최철기는 ‘배우’를 세울 계획을 꾸밉니다. 배우로 선정된 인물은 아동성추행 전과가 있는 이동석입니다. 정신장애가 있는 아내와 어린 딸을 위해 유치원 버스기사로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반전이 있습니다. 쉬쉬하면서 들어나지 않는 가정내 성폭력의 가해자입니다.
상황,주연,조연을 설정하였습니다. 이제 이야기만 남았습니다. 이야기는 영화를 보면서 확인하시길.
3.
세상에 정의가 있을까 의문을 던져 봅니다. 요즘 유행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식으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보통 사람들 약점을 잡아서 뒷돈을 받아 쓰는 놈들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대장이 출세를 위해 비리와 살인을 저지른 증거를 잡고 하수인을 꼬셔 대장을 죽입니다.이들의 행위는 정의일까요?
영화는 “세상사는 모든 이가 부당거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도 그중 나은 부류가 공수사관과 미용실 동생입니다.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부당 거래를 합니다. 정도의 차이뿐입니다.
얼마전 PD수첩이 스폰서검사를 다루었습니다. 인터넷도 난리나고 언론도 난리가 났습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결론은 ‘직무와 관련이 없다’로 끝났습니다. 약점이 잡혔던 기업인은 아직 구치소에 있지만 스폰을 받은 검사는 당당히 세상을 확보하고 다닙니다.
마지막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피의자신분으로 검찰청에 출두한 주양검사는 장인과 걸으면서 올라갑니다.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사람을 사귀어도 조심히 사귀라고..조만간 새로운 사건이 하나 터질꺼야.그러면 조용해질테니 다시 해보라”
누구 이 사회에 정의가 있다고 합니까?
누가 이 사회를 공정사회라 합니까?
사람은 줄로 연결됩니다. 연결된 줄은 스폰이 되고 스폰은 다시 거래로 이어집니다.정치, 기업, 언론, 검경뿐 아닙니다. 영화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