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규제는 암덩어리’ 이후 금융위원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간담회 때 금융위원장이 답변한 내용 중 규제 개혁 방향과 관련한 답변. 규제완화와 관련한 총론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규제개혁 방향은 규제를 획일적으로 없애는 것(de-regulation)이 아니라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를 만드는 것이므로,
– 건전성,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좋은 규제들은 강화해 나가되, 규제준수 비용을 낮추고 내부통제를 강화하여 잘 지킬 필요
이는 앞서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때 나온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위기 이전 자율화(de-regulation)와 이후 재규제(re-regulation)가 혼재되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규제완화 기조가 필요
ㅇ금융산업 자체의 혁신과 역동성을 위해 진입에 있어 경쟁촉진적 규제개혁이 필요하며, 특히 자본시장 규제는 점진적(Piecemeal) 방식이 아닌 빅뱅적 접근(Big Bang Approach)이 필요
규제라고 하면 거부감이 많으니까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회피하려는 느낌입니다. 결국 ‘좋은’을 판단하는 잣대는 금융위원회이기때문입니다.
다른 부분중 가장 큰 비판을 받은 부분은 해외 진출과 관련한 규제 완화입니다.
(해외진출) 금융회사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해외영업점에 대해 해외법과 국내법이 충돌하면 해외법이 우선 적용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특례규정을 마련해서라도 규제를 개선 – 잠재력이 큰 신흥국 진출에 도움이 된다면 지위고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면담 등을 통해 적극 지원
경향신문이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합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업주의를 택하는 한국의 법 제도로 인해 해외영업 범위가 과도하게 제약되지 않도록 해외 영업점의 경우 해외법과 국내법이 충돌하면 해외법이 우선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특유의 규제가 해외 진출에 장애가 되는 경우에는 특례 규정을 마련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업주의는 은행·보험·증권 등 업종마다 할 수 있는 고유 업무를 구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보험사는 은행이나 증권업을 할 수 없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 규정이 해외 진출에 장애가 된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홍콩만 해도 은행과 증권업 겸업이 가능한 ‘유니버설 뱅킹’을 허용하고 있는데, 국내 은행의 홍콩 지점은 투자일임업을 금지한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 홍콩에서 유니버설 뱅킹을 할 수 없었다. 해외법을 우선 적용하면 해외 진출 금융회사의 경우 국내 은행법에 명시된 금산분리 규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한화생명과 동부화재가 각각 말레이시아와 라오스에서 은행을 설립·인수하려 했을 때에도 금산분리 규정에 걸려 무산된 적이 있다.
신 위원장은 “금산분리는 한국 규정으로, 해외에서 금산분리를 할 이유가 없다”며 “다만 해외 은행을 인수한 뒤 다시 국내 은행으로 들어오려는 것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보험사와 증권사 대부분이 재벌 계열사라는 점에서 해외 은행이 국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지 은행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국내 계열사를 지원하는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며 “해외 거래를 통해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막을 자신이 있는지 금융당국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재벌도 해외서 은행 설립·인수 가능해진다중에서
트레이딩과 관계 있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파생 증권) 국제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합리한 장내 파생상품 규제, 외국환 규제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
– 금융투자업계도 기존 영역에 안주하지 말고 M&A, 자산관리 연계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고민할 필요
이 또한 말뿐입니다. 장내 파생상품 규제중 시장이 요구하는 부분은 빠집니다. 검토를 했으나 ‘좋은 규제’이므로 유지하겠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기사들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그리는 파생시장의 모습은 이렇다. 파생상품시장은 1차적으로 기관이 현선물의 다양한 거래를 통해 위험을 헤지(회피)하는 시장으로 기능을 해야 하고, 부차적으로 투기성 거래 부분의 경우 파생 거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는 전문투자자의 참여로 제한돼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그러면서 “승수를 낮춰달라, 미니상품(선물)을 허용해 달라 등은 다 ′개미′가 들어가기 좋게 진입 문턱을 낮춰 달라는 것”이라며 “더 많은 개미가 들어오도록 (길을) 터주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오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할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생시장 규제완화 없다…”미니선물도 난망”중에서
기관투자가 중심의 파생상품시장. 이를 위한 금융위원회가 내세운 카드는 은행에게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금융위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은 허용 여부에 따라 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자본시장법 상 장내파생상품 매매 자격은 한국거래소 회원인 선물회사와 증권사만 갖고 있고, 은행은 개인투자자처럼 회원사에 위탁거래만 할 수 있다.
하지만 TF에선 은행들이 장내파생상품 자기매매분에 대해 증권사나 선물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은행이나 보험과 같이 파생상품 기초자산 거래가 많은 실수요자가 참여하면 유동성이 더 공급돼 장기적으로는 파생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숨은 규제 찾기′ 간담회에서 “업권간 영역 다툼보다 금융업 전체의 시장(파이) 확대가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 은행 장내파생 직접 참여 놓고 ′고심′중에서
2.
어떤 분이 저에게 질문을 하더군요.
“왜 모피아가 한국의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가?”
딱히 개발독재이후의 역사로 설명하는 말고 다른 길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연구자도 아닙니다. 또다른 질문을 하더군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저는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은 다 제외하고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자본시장’, ‘신상품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특히 신상품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는 자본시장이었으면 합니다. 파생상품 활성화방안으로 거론되는 변동성지수선물, 미니지수선물이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품인지 의문입니다. 신고 혹은 보고하고 소비자 보호와 같은 기준으로 볼 때 보완할 점이 있을 때 감독기관이 개입함이 정상 아닐까요?
시장에 진입이 어렵습니다. 어렵기때문에 한번 진입하면 망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습니다. 무리를 하려고 해도 감독기관이 못하게 합니다. 창조적인 상품을 내놓으려고 해도 감독기관이 말립니다. 적당히 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현실 아닐까요?
좀 오랜 칼럼입니다. 금융위원회의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금융은 누적적이며 선형적으로 그리고 축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지 계단을 건너 뛰며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그런 산업이 아니다. 무엇인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금융산업이 획기적 전기를 얻는다는 생각부터가 후진적이며 위기를 구조화하는,투기적 사고다. 외환 위기 이후 지난 10여년의 금융정책 중에서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선진금융 기법을 배우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되었던 국내은행 해외매각 부터가 그랬다. 외환위기 와중에 단행되었던 시중은행 해외 매각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는 이미 명백하다. 외국계 은행들의 본사가 한국의 로컬 전문가를 초빙해 한국형 금융상품을 공부하느라 바쁘고 외국자본에 팔려갔던 시중 은행들은 꾸준히 상호저축은행 수준으로 퇴보해 갔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진정한 모습이다.
여러 개의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것처럼 선전되었던 자본시장법이 지금은 작동이나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법이 만들어지고 증권업협회가 이름도 거창한 금융투자협회로 간판을 바꾸어 단 것 외에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우리는 듣지 못하고 있다. 개별 증권사들의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소식이 없다.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을 야무지게도 헛짚은 결과가 바로 자본시장법이다. 이런 잇단 정책 실패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진적도 없고 정부 차원에서 백서를 만들어 본 적도,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어본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그때의 설계자들이 다시 모여 이번에는 메가뱅크라는 슬로건을 들고 있으니 금융 컨설팅업자인 누군가의 배만 불려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려한 금융기법은 대부분 사기에 가깝다는 것이 모든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리요 진면목이다. 바로 그것이 한국 금융의 낙후성인데 원인을 거꾸로 되짚어 덩치 키우기라는 결과에서만 해답을 찾고 있으니 이는 논리의 전도다. 덩치라는 것 자체가 실은 착시다. 국민소득(GDP)의 크기를 감안하면 국내 은행이 이미 미국 씨티뱅크보다 더 크다는 일각의 지적도 경청해야 마땅하다. 지금도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의 금융 파워는 너무도 막강한 것이고 사회적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을 정도다. 대졸자 최고 연봉은 모조리 금융권이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이 부족해 실물경제가 제약받는 적은 없다. 역사는 온통 금융과 화폐 과잉이라는 그 반대논리의 증거만 쌓고 있지 않은가.
메가뱅크 논의를 재점화시키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더욱 초점이 잘못된 것이다. 주인 없는 은행에서 주인도 아닌 자가 주인 노릇 한다는 것이 소위 지배구조 문제의 본질인데 여기에 주인 없는 우리은행을 또 끌어다 붙이면 더 큰 주인 없는 공룡이 될 터이다. 이 문제는 나중에 심각한 분란의 불씨로 작용할 게 뻔하다. 소위 ‘대리인 문제’가 금융위기의 진면목이라는 점을 정부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금융업의 비약적 성장이 불가능한 것은 업의 본질이 ‘시간 가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자(利子)는 시간의 경과에 비례해 늘어나는 법이다. 시간은 생략할 수도,끊을 수도,더할 수도 없다.
이명박 정권이후 현재까지 자본시장 정책의 뿌리는 ‘메가뱅크’입니다. 자기자본금 3조이상인 금융투자회사를 만들어 정책적인 특혜를 주어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자는 발상입니다. 이미 은행산업에서 시도하였던 메가뱅크론의 자본시장판입니다. 그런데 소수의 은행만이 남은 지금, 은행의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산업적 경쟁력이 커졌다고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습니다. 금융판 메가뱅크 또한 비슷한 결과일 듯 합니다.
業의 본질
에서 벗어난 메가뱅크論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