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5년 두달 가까이 일본 오사카와 토쿄에 머물렀습니다. 이 때 신주쿠거리를 다녔습니다. 밤거리를 거닐 수 없어서 낮에 돌아다녔습니다. 와세다대학까지 걷고 걸었습니다. 이 때 본 낮의 신주쿠는 유흥가라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사실 유흥가는 휘양찬란한 네온사인이 있어야 맛을 느낍니다. ?신주쿠거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허룸한 식당이 있습니다. 심야식당입니다. 현실이 아닌 드라마와 만화에 나오는 심야식당입니다.
‘심야식당’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말 그대로 심야에 문을 여는 식당입니다. 메뉴라고는 밥 한 공기, 된장국 한 그릇, 술은 세병 내지 석잔까지. , 그 외 만들어달라는 건 뭐든 만들어 준다,는 방침 하나.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식당을 여니까 손님은 신주쿠거리와 사연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조폭, 밤무대 가수, 스트립 댄서 등.
?드라마는 단순합니다.
식당의 손님이 찾아옵니다. 뭐든 주문하면 만들어 주기때문에 소박한 가정식을 주문합니다. ?달콤한 달걀말이, 문어모양 비엔나 소시지 구이, 낫토 정식, 하루 묵은 카레라이스처럼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곤 하는 소박한 반찬입니다. 음식은 음식이 아닙니다. 자신의 추억과 생활이 깃들어 있습니다. 드라마는 잔잔히 사연을 소개합니다. 긴자거리에서 특별한 직업을 가졌지만 사람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자식, 사랑, 슬픔, 도전이 음식을 통해 다뤄집니다. 잔잔합니다.
만화속의, 드라마속의 심야식당. 우리곁엔 포장마차가 있습니다. 늦은 시간 여의도에서 술을 먹고 뒷풀이 겸 포장마차를 찾습니다. 우동 한그릇을 시킵니다. 12시가 넘은 시간, 포장마차엔 여의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증권사 직원, 방송국 사람들, 술집 아가씨들 등.
우동을 먹으면서 포장마차를 채운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지 얘기하느라 정신없습니다.심야식당과는 다르지만 우리네 정서가 가득한 심야식당입니다.
2.
심야식당을 보면서 만화가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본 만화중 음식을 주제로 다룬 만화를 좋아합니다. 초밥왕, 맛의 달인 등. 그렇지만 더 좋아하는 만화가 허영만화백의 ‘식객’입니다. 심야식당이 음식에 담긴 사연을 다룬다고 하면 초밥왕이나 식객은 요리대결이라는 구도를 가집니다. ?’식객’은 식객만의 시각으로 요리대결을 다룹니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사연, 이야기를 담습니다. ?아마도 성찬의 직업이 차장수라서, 성찬이 일하는 공간이 트럭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트럭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하며 장사를 하는 공간입니다.
반면 운암정은 성찬이 일하는 트럭과 다른 공간입니다. 사람의 냄새가 아니라 자본의 냄새가 납니다. 정성보다는 성공이 앞섭니다. 식객의 마지막은 성찬 자신의 고뇌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은 밀면을 다룹니다. 성찬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고급 음식점 주방장이 되고자 합니다. 진수는 그런 성찬이 불만입니다. 대를 이어 밀면을 이어가는 음식점을 보여줍니다. 성찬과 진수는 차장수로 사랑스럽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신선한 식재료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지는 차장수로….
3.
심야식당을 보면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 생각났습니다.계란말이, 버터라이스, 감자샐러드,계란샌드위치. 특히 버터라이스는 70년대 귀하게 먹었던 음식입니다. 버터가 귀할 때 버터 한조각을 하얀 밥위에 올려놓고 녹입니다. 간장을 살짝 뿌려서 먹으면 “음~~~향하며 고소한 맛까지…” 좋았습니다.
맛의 달인에서도 보았던 음식인 ‘오차스케’. 먹어보지 않았지만 그냥 보리차에 밥말아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꼭 음식위에 무엇을 올려놓아야 하나요? 그저 마른 멸치,고추장에 찬 보리차와 식은 밥이면 훌륭한 한국식 오차스케가 아닐까 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음식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생각하면서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