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그린 서울

1.
금년에 영화를 많이 봅니다. 결혼전 데이트할 때, 신혼때 많이 찾던 영화관을 금년엔 벌써 세번째 찾았습니다. 워낙 날이 더우니까 어디갈 엄두가 나지 않고 음료값등을 포함해 3~4만원에 두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기도 합니다.

이번에 무슨 영화를 택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트위터에 @esstory님이 소금을 재미있게 보았다고 해서 “어!소금이라는 제목이 들어가는 영화는 없는데”하면서 열심히 검색했습니다.

“뭐야, 소금이 솔트잖아”

졸리를 택할지, 원빈을 택할지.
부담스러운 졸리보다는 우리영화인 아저씨를 택했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어느 날부터 갑자기 연기자의 얼굴을 유심히 봅니다. 표정도 그렇고 눈매,미소등등. ?시작은 작년말에 SBS에서 방영하였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였습니다 ?고수 눈이 맑았습니다.오랜전 ‘썸’이라는 영화에서 멋있는 액션을 보여주었던 배우로만 기억을 했는데 표정으로 보여지는 감정이 좋았습니다. 물론 크로즈업된 한예슬은 무척이나 예뻐보이더군요. 커다란 눈망울, 촉촉한 눈빛. 그래서 한창 공사중이던 카페 베네 여의점에 걸린 대형 블로마이드를 유심히 보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아저씨는 원빈을 위한 영화입니다. 어떤 이는 ‘레옹’의 한국판이라고 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니까. 특히 총상을 당한 후 소미를 찾기 위해 나설 때 긴 머리를 짤라 짧은 스포츠머리가 될 때의 장면이 최고입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자신의 머리를 밀어낼 때의 눈빛.

표정없는 얼굴, 그렇지만 몸으로, 눈빛으로 감정과 액션을 표현해야 하는 연기. 저는 만족합니다. 즐거운 시간이었기때문입니다.

3.
특정하지 않았지만 영화는 지금의 구로동과 대림동을 배경으로 합니다.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터를 잡은 곳입니다. 영화는 마약을 둘러싼 국내와 중국의 컨넥션을 소재로 합니다. ?구로동 만화방 한구석진 곳에 팔려온 아이들이 갇혀 있습니다. 또다른 시장골목 지하에 마약생산시설이 있습니다. 팔려온 아이들이 강제노동을 하는 곳입니다. 인신매매,마약판매, 중국 흑사회. 극단적인 묘사이지만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을 어두운 면을 ?구로동을 통해 보여줍니다.

구로동.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중반까지 노동운동을 위해 보냈던 곳입니다. 90년대까지 구로동은 어둡웠습니다. 힘든 노동에 지친 노동자들이 찌들고 지친 생활이 물든 곳입니다. 그렇지만 생산과 저항이라는 의미를 같이 가진, 사람냄새가 나는 밝은 곳이기도 합니다. 90년대 ‘장미빛 인생’은 깡패,노동운동가등이 모인 가리봉동 만화방을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구로를 폭력과 불법의 상징으로 그립니다. 아마도 조선족을 우리안의 이방인으로 여기기 때문 아닐까요? ?부패와 타락을 상징하는 곳은 오히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강남의 밤거리입니다. 강남은 구로와 같은 곳의 ‘피’를 빨아 먹고 풍요,타락,환락,소비가 이루어집니다. 묘한 조화를 이룬 서울입니다.

비슷한 영화로 ‘의형제’가 있습니다. 전직 국정원 요원, 전직 북한공작원. 둘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그렸지만 저는 영화속에 비친 이주노동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필요해서 들어온 베트남 노동자들이지만 한국인의 텃세와 편견때문에 자위조직을 만들고 폭력을 행사합니다. 국제결혼도 나옵니다. 우리사회의 ‘인종편견, 인종착취’가 ?보입니다.

4.
아저씨가 일하는 곳에 자주 놀러오는 아이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불량학생으로 찍혔지만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아저씨는 몇 년전 큰 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어버렸습니다. 세상과 단절하고 어느 허룸한 건물에서 전당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걸어옵니다. ?그렇지만 무시했습니다. 아마도 아이에게 정을 줄 수 없었기때문입니다.

아이가 납치되어 어디론가 팔려갔습니다. 아이의 맑은 목소리와 웃음, 아이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한 죄책감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아저씨는 세상을 향해 문을 열었습니다. 비록 피빛 나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한 아이를 위해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 송영창씨가 나옵니다. 불미스러운 일때문에 영화에만 출연합니다. ‘박쥐’도 그렇고 너무 탐욕스럽고 굴실거리는 이미지로 고착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런데 원빈과 현빈이 왜 이렇게 헷갈리죠?송혜교씨 애인이 현빈인데..쩝.(^^)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