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연 vs 안철수

혹시 티맥스OS때문이라고 하면 박대연 vs 안철수 두번째에 정리했습니다. 아래글은 2010년에 쓰여진 글입니다.

1.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가 맞을 듯 합니다. 그래도 굳이 선택하라고 하면 과거의 티맥스소프트, 안철수연구소, 한글과 컴퓨터에 더하여 알티베이스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이중에서 티맥스소프트와 알티베이스에 대해선 한번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잘나가던 기업들의 속사정

좀더 다른 관점에서 티맥스소프트와 안철수연구소를 분석한 글을 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글이지만 성공과 좌절이라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한 리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박대연 vs 안철수.

누구나가 알지만 티맥스소프트는 박대연에 의한, 박대연을 위한, 박대연의 회사입니다. 그만큼 절대적입니다. CIO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의사결정은 독점했습니다. 저도 2000년쯤 대우증권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박대연씨를 잠깐 뵈었습니다. 뭐 특별한 느낌이 없었지만. 박대연씨를 중심으로 티맥스소프트의 성공과 몰락을 다룰 글을 매일경제신문에 나왔습니다. 길지만 관련 부분을 옮겨보겠습니다.

티맥스가 설립된 것은 지난 1997년. 약 13년이라는 시간동안 티맥스는 국내 SW산업의 가능성과 한계, 명(明과) 암(暗)을 보여줬다. 그리고 최대주주의 선택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티맥스가 한때나마 국내 SW업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박대연 회장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카이스트 교수 출신인 박 회장은 끊임없는 개발 의욕으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SW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다. 이 같은 의욕 덕분에 티맥스는 지난 2008년 순수 국내 SW개발 업체로는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국가대표 SW업체라는 한글과컴퓨터와 안철수연구소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국내 미들웨어 시장 정복은 티맥스의 가장 큰 자랑이었다. 이 시장은 그동안 IBM과 BEA(오라클에 흡수합병) 등 외국계 SW업체의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티맥스는 ‘제우스’라는 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을 점차 늘려가더니 최근 4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티맥스의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성공에 도취한 박 회장은 결정적인 악수를 수차례 두기 시작한다. 과도한 사업 확대가 첫번째다. 지난 2007년부터 티맥스는 DBMS와 OS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미들웨어 시장을 장악했다는 판단 하에 나머지 3대 기반 SW도 장악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업검토도 없이 사업 추진이 순조로울 리가 없었다. 무턱대고 미들웨어 시장의 성공을 DBMS와 OS에서 재현한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다. 더욱이 DBMS와 OS에는 각각 오라클과 MS라는 두 거인이 있었다. 티맥스 같은 신생 SW업체가 이들을 뛰어넘기에는 가지고 있는 인력도, 자본도, 시간도 부족했다.

더 큰 실패는 SI사업 진출에서 일어났다. 각종 핵심 SW를 보유하고 있던 티맥스가 직접 SI사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빅3’인 삼성SDS, LG CNS, SK C&C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빅3’는 공공과 금융권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티맥스의 SW를 주로 사용해왔다. 티맥스의 급성장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티맥스의 뜻하지 않은 SI사업 진출 선언으로 이들의 암묵적인 협력관계는 종지부를 찍고 만다. 티맥스는 약 1년 후 SI사업 철회를 선언하지만 남은 것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와 ‘빅3’와의 찢겨진 신뢰뿐이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대표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어김없이 경영진간 불화설이 흘러나왔다. 공개적인 기자간담회에서 조차 이 같은 불협화음이 포착될 정도였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전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에 불타는 박 회장은 매출 상승 추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경영진들을 들들 볶았다.

회장과 대표 간에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데 일반 직원들이라고 별수 없었다. 박 회장은 일관되게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5년 안에 MS와 오라클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단순히 의욕에만 넘쳐서 매출 1000억원 회사가 직원을 2000명씩이나 뽑았다. 그들은 주말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일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회사가 어려워졌다며 수백명을 정리해고 했다. 지금도 티맥스 퇴직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티맥스는 벤처캐피탈 업계에도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손을 벌렸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업체들은 CEO 리스크가 크다며 투자를 한사코 거부했다. 벤처캐피탈 업계 한 임원의 말이다. “교수 출신인 박 회장은 지나친 아집으로 결국 회사를 무너뜨린 셈이 됐다. 적당한 시점에 일선에서 물러나 기술개발에만 전념했어야 했다. 돌이켜보면 티맥스가 이만큼 큰 것도 박 회장의 공이고 이렇게 몰락한 것도 박 회장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티맥스소프트의 성공과 몰락중에서

결국 기업의 리더가 욕심을 부리면서 모든 것을 망쳐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CEO리스크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2.
반면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씨는 어떤가요?
사실 안철수씨는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입니다. 이사회 의장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선에서 CLO라는 위치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철수씨가 TV등에서 한 이야기가 많지만 서울대에서 한 강연이 가장 안철수연구소설립 및 이후과정을 잘 설명해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관련부분만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연구소 시작하기까지

실패를 하면 사람 발목을 잡는다. 그런데 성공은 더하다. 한번 뭔가를 가지게 되면 이것을 놓지 않는 한도 내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 원숭이가 캔디를 잡으면 사냥꾼이 다가오는데도 놓지 않듯이 말이다. 결국 성공이나 실패나 똑같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성공했거나 실패했던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나 평가에는 항상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주위사람들이 원하는 선택을 하게 되면 첫 1,2 년은 괜찮고 주위 사람들이 만족하는데 3,4년이 지나면 자신도 불행해지고 주위사람도 불행해진다. 결국 장기적으로 나와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자기가 행복한 선택을 해야 한다. 자기가 행복하면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은 섭섭해도 장기적으로는 (그들은 자신이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이니까) 결국은 행복해진다.

미래의 결과라는 것을 미리 욕심내면 안된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선택을 하고 노력을 하고 운이 따라주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그런 과정 거치기 전에 결과를 따지게 되면 판단을 그르치기가 쉬워진다.

중요한 결정을 하려고 하면 과거에 상관없이,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욕심내서도 안된다. 선택에 주어진 상황만 보고 , 어떤 선택을 하면 진정으로 의미를 느끼고 재밌게 느끼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라.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이 7년동안 괴롭더라도 일하다보면 재밌어서 시간이 금방 갔었다.? 마음 정리가 금방 되서 의대교수를 사퇴하고 안철수 연구소를 설립했다.

2. 기업을 하게 된 후

한 분야에서 일하다가 다른 분야로 가게 되면, 당연히 먼저 전문가로서 시작한 사람들과 경쟁이 안되고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무수한 단점 속에서도 유일한 장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기존에 아무도 의문을 던지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이는 명제에 관해 새롭게 질문을 던지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전에는 의사, 프로그래머, 대학교수였는데 자신이 혼자 열심히 해서 전문성을 쌓은 전문가 일이었다. 경영이나 조직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 다음과 같은 3가지 기초적인 경영학적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하였다.

1. 왜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할까??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커다란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2. 회사라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답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역질문을 던졌다. 만약 회사라는 존재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디즈니라는 회사를 떠올려 보았다. 이것이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을 했는데,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꿈이 없어지더라.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가지는 의미는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자아실현을 하는 장이라든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준다는 것이라든지 하는 의미보다도 더욱 값진 의미다.

3. 기업에서서 수익이 과연 목적(Goal)인가? 만약 돈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수단을 결과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빵집이 값싼 중국산 재료로 빵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면,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사회 구성원들에게 해악을 끼친다. 수익이라는 것은 결국 기업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Result)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중에 유학을 가서 알아보니 피터 드러커도 같은 생각을 했었고, 대부분의 경영학 교과서에도 수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고 정의하더라. 그런데 왜 수익이 목적이라는 것이 국민 상식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회사가 경영이 잘 안되면 , 대표가 문제다. 그런데 경험이 없다보니 대표가 뭘 못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결국 고민 끝에 한 선택은,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간접경험을 최대한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당시 유펜에 Management of Technology (유펜,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과정이 있어서 그곳에 입학하기로 결정을 했다.
CEO인데도 미국가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생겼는데, 한글과 컴퓨터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는 대신 해준다고 했다. 결국 필라델피아에서 이메일로 경영을 했다. 미국이 아침이면 한국은 저녁이다. 아침에 한국에서 업무 보고 이메일을 받으면 고민을 한 후 저녁에 이메일을 준다. 그때는 한국이 아침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것을 토대로 회사를 경영했다.

여태까지 의학이나 컴퓨터공학은 곧바로 현실 적용이 쉽지 않았는데, 경영은 곧바로 현실에 적용이 가능한 실용적 학문이어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수업에서 조직도 상의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새롭게 조직도를 짜라는 숙제가 나오면, 그 숙제를 한 뒤 그걸 이메일로 보내면 다음날 한국에서 조직 개편이 되었다.미국에서 공부하는 2년동안 이틀에 한번밖에 자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마케팅 교수같은 경우는 뒤쪽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걸어오면서 학생들을 읽게 시킨다. 그 정도로 시간을 아꼈다. 수업은 빡셌다. 매 수업마다 Reading material 100page정도 읽고 discussion을 해야 했다. 안 읽고 들어가면 교수에게 비인간적으로 체크를 당해서 밤을 새워서 읽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영어 실력으로 아무리 잘해도 한시간에 10페이지 읽었다. 결국 10시간동안 밤을 새워서 읽어갔다. 학위 경험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간접경험을 하기 위해해 간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7년동안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했고, 연이어서 2년동안은 2틀에 한번씩 잤다.

3. Establishment

97년도에 한글과 컴퓨터 망해가면서 동시경영도 힘들어졌다. 10월 말에 한국에 귀국한 뒤 10년동안 강행군을 한 것에 건강이 안좋아 져서 병실에 실려갔다. 그와 함께 IMF 가 일어났다. 그리고 병실에서 TV를 통해 IMF 봤다.

국가가 부도위기인데 안연구소 같은 것은 더더욱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었다. 우선 경영학 배운 힘이 컸다. 사실 외국에 가서 “무엇을 배웠냐?” 하고 누군가가 물으면 말할 것이 없다. 결국에 배우고 남은 것은 공포감이었다. 예전에는 경영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의사는 10년 공부해서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만, 경영은 자격증 없이 최선의 판단만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외국에서 경영을 제대로 배워보니, 경영은 [회계, 마케팅, 전략, 프로세스, 인사/조직관리] 이 다섯 분야에 대해서 최선의 판단을 하는 것이 경영자가 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인 것은 이런 것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주위 상황이 끊임없이 바뀌게 되는데 이에 따라 실시간으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자기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게 모티베이션을 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켜야 하고,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고, 인사 평가-보상 시스템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일하게 해야 했다. 이렇게 넓고 복잡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공포감만 남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런 공포감에서 배운 최선의 선택은 risk managemenet였다. 가능하면 risk를 최소화하는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투자가 필요하면 빚을 안쓰고 자기자본으로 했고, 같은 비용이 필요하면 고정비용이 아닌 변동비용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이 좋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IMF 가 오면서 공격적으로 운영하던 회사들이 줄줄이 망했는데, 안 연구소는 보수적으로 운영해서 살아 남았다. 그리고 실업률이 증가함에 따라 중소기업으로도 훌륭한 인력들이 오기 시작했고, 임대료 등등이 줄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상황이 더 좋아졌다.

이 때 아마 5년 정도가 있어야 이 위기가 지나갈테니, 준비를 하자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인사관리 시스템 정비, R&D, 협력업체 만들기 등등을 하면서 준비를 했다. 그런데 99년 4월 26일날 CIH 바이러스가 침투해 50만 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망가져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온 나라가 엄청난 공황에 빠졌다. kbs 9시 뉴스에 바이러스가 최초로 헤드라인으로 떴다. 그 후 1년에 시장이 300% 가 성장을 하고, 안 연구소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중략)

4. Challenge of Ahnlab

2003년이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오히려 이 시기 가장 고마운 시기였다. 가장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
잘되는 시기를 어떻게 보내냐는 어차피 잘되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 나쁜 시기를 잘못보내면 회복을 못하고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보내냐다.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느냐는 것을 3가지 깨달았다.

1) 유혹에 빠지지 말라.

기업들이 어려울 때 분식회계를 한다. 없는 재산을 있는 재산처럼 보이게 한다. 이는 달콤하다. 그런데 이런 가짜 재산이 생기면 기업이 죽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의 편법은 단기간은 편하지만 잘되는 시기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독과 같다. 주홍글씨다.

2) 문제를 고쳐라

사람은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잘될 때는 절대 문제를 못보고 고치지 못한다. 문제는 어려울 때 고칠 수 있다. 어려운 시기는 문제를 고치라고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이다. 이 기회를 자기걸로 가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라. ‘운’이라는 것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순간이다. 문제를 고치지 못하게 되면 그 운을 다른 조직, 국가가 가져가게 된다. 결국 자신의 기업 자체가 불행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3)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

‘stockdale paradox’ 은 전쟁 영웅 이야기다. 그는 7년의 걸친 포로생활 끝에 어떻게 월남군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았는가? 낙관주의자들은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믿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크리스마스에도 못나가면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루어지지 않자 지속적인 자기에 대한 실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죽어 나갔다. 나중에는 현실주의자만 살아남았다. 현실주의자들은 소망과 현실은 별개라고 인정하고, 전쟁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직감했다. 현실주의자들은 현실은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살아서 고향에 돌아갈 운명이라고 믿음을 가졌다. 결국 이런 사람만 살아남았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 한다. 차가운 머리란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이다. 뜨거운 가슴이란 미래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다. 반대로 뜨거운 머리란 현실에 근거하지 않은 막연한 낙관이다. 어려운 시기는 긴 법이다. 뜨거운 머리는 이 기나긴 시기를 버텨나가지 못한다. 낙관주의자들은 냉정한 현실을 깨닫게 되면 버티지 못하게 된다.

5. 2004년 / 가장 좋았던 시기

2004년에 안철수 연구소가 한국에서 존경받는 기업 10위 안에 들어갔다. 삼성, SK, 유한양행과 함께 말이다. 이들의 평균 매출은 40조였다. 그들의 0.1%의 매출(당시 400억)에 불과한 안철수 연구소가 같이 들어간 것이다.

처음 경영을 시작하면서 질문해 보았던 3가지 개념이 작다면 작은 것이지만 이것이 경영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내리게 해 주었다. 자신이 이루어낸 가치를 여러 사람이 보게 되니까 사람들이 인정을 하기 시작을 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가장 좋은 성과를 냈었다. 무료로 배포한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수천억이라는 결과도 나왔었다. 이때가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다. 경영은 잘하고, 재밌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10년 정도 하니까 공포감도 극복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벤처기업의 성장과정 :안철수 연구소의 사례중에서

3.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대연씨는 경영을 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한 것입니다. 그냥 회사의 가장 높은 직원이었습니다.그런데 안철수씨는 경영을 했습니다. 그것도 공부하는 경영자였습니다. 리더가 빛이 나는 순간은 중대한 의사결정 – 다른 말로 하면 선택을 할 때입니다. 선택이 당장 어떤 결과로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에 영향을 미칩니다.

안철수씨가 내린 선택중 가장 훌륭한 것은 역시 ‘경영자로써 MBA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유학을 한 것”입니다. 이 때 이런 결정을 놓고 말이 많았습니다. 과연 가능할까, 사실상 물러나는거 아닌가 등등. 그렇지만 경영자로써, 리더로써의 소양을 체계적으로 쌓은 후 안철수연구소는 더 발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저는 박대연씨와 가까운 유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이라는 영역을 너무 쉽게 생각한 면도 있고 스스로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고민하여 풀 생각도 못했고…그래서 실패했겠죠. 실패의 교훈. 배우자….배우면 남 주지 않는다.(^^)

회사직원들에게 위에서 소개한 두 글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결국 리더인 CEO의 판단과 역량입니다.”라는말을 덧붙였습니다. 손정의회장의 향후 30년 비전 선포식 동영상와 번역글도 보라고 했습니다.

내가 주변에서 보는 기업들은 다 꿈이 없어 보입니다. 어디가 잘못 되었을까요?

10 Comments

  1. Sirotan

    어렵지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Reply
    1. smallake

      저는 소개만 했고 쓴 사람은 안철수씨와 매일경제신문 기자겠죠. 그리고 그것을 정리해서 인터넷으로 공개한 분들.

      Sirotan님의 블로그가 ‘나는 coder다’가 반어법인 듯 하네요.보통 coder대신에 개발자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결국 코더와 같은 대접을 받는데…코더라고 하면서 코더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하시는^^

      시간이 되실 때 많은 글을 읽고 책도 보셨으면 합니다.

      어제 트위터에 올린 글귀입니다.

      “”꾸준히 운동하면 체력이 좋아지듯이 비록 읽은 다음에 잊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읽으면 독서력도 좋아집니다. 잊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안의 어딘가에 희미하게 나마 쌓여서 지혜를 줍니다.”

      MBC 라디오 북카페에 출연한 황석영선생님의 말을 요약정리하였는데…좋은 말입니다.

      더운데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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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나가는 사람

    티맥스의 성공과 부침은 소프트웨어 자체보다도 정치권력의 교체와 더 잘 맞아 떨어지는 경향이 있읍니다. 박대현씨가 카이스트 교수가 되는 과정도 그리 석연해 보이지도 않지요. 학문적인 업적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참 특이한 경우라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사업가라면 모를까 전산에 관한 식견은 전문가라고 보기엔 무리가 너무 많은 듯 하고…모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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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e jung (@coolsummer108)

      한심하네요. 님도 뒤에서 남 험담이나 하고 수근거릴 줄만 아는 한국의 열악한 sw 수준에 일조하는 그저그런 부류 아닙니까? 반성이나 합시다.

      박대연씨가 당시에 국내 최초로 tp-moniter와 was를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잘난 교수들이 아무도 못한 일 아닌가요? 학문적 업적이 뭔가요? 학벌, 논문? 남이 만들어 놓은 업적으로 썰 풀고 밥 먹고 사는 게 한국 교수 아닌가요? 티베로 개발할 때만 해도 니가 뭔데 감히 dbms를 만드냐고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던 교수들 많았지만 결국 했죠. 어쨌든 지들은 흉내도 못내는 일인데 품질에 대해 말하는 거 우습더라고요. 그런 박대연씨도 os는 흉내만 내고 말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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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Post author)

        안녕하세요.
        음! 무척이나 감정적인 글이네요..
        우선 박대연씨가 교수라는 전제로 시작하였는데 저는 아닙니다. 읽어보시면 경영자로써 박대연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실패를 했고 그 실패에 대한 평가가 없이 여러가지 우여곡절로 오늘에 이릅니다.

        경영자, 기업가 박대연씨가 내놓은 제품중 티베로를 말씀하시네요. Jeus도 있고 Tibero도 있고 WebtoB도 있고 많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SI를 할 때 만든 프레임워크 사업도 하시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Jeus를 쓰지 않습니다. Tibero도 쓰지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하면 오픈소스를 쓰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지식에서 굳이 Jeus와 Tibero를 써야할 이유를 아직까지 찾지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뒷다마. 맞습니다. 그렇다고 박대연씨를 아는 것도 아니고 안철수씨도 아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칼럼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 이런 류의 글도 쓰지 못하면…뭐하러 블로그를 열어놓을까요? 참, 박대연씨는 2000년쯤 대우증권에 제품을 납품하러와서 SI를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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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mallake (Post author)

          @lee jung (@coolsummer108)님의 댓글이 @지나가는사람님의 댓글에 달린 글인 줄 모르고 올렸네요. 그렇다고 올린 글을 지우자니 그래서 이렇게 흔적을 남깁니다.

          감정적이라는 표현은 제가 쓸 말이 아닌 듯 합니다. 이점은 사과드리고…. 나머지는 쓰신 글에 대한 개인의견으로 이해해주세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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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나가는 사람

    오히려 쇠락기 티맥스의 자금 흐름이며 정리과정이 카이스트 교수 출신의 엔지니어로 보기엔 지나치게 영악한 … 소위 그바닥 전문가 수준인것도 상당히 찜찜한 구석이라고 볼 수도 있읍니다.

    Reply
    1. smallake

      제가 뭐라고 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으로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티맥스가 재기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실적도 좋다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은 저에게 아름답습니다. 저도 크게 실패해본 입장이라서….

      건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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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xisml

    최근 박대연 씨가 10년 동안 두문불출하면서 개발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공개했더군요.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저는 과감한 도전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경영자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일을 그저 연구자이기 때문에 무모하게 저지른 것이겠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한국 소프트웨어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Reply
    1. smallake (Post author)

      아마 아래 기사와 관련한 듯 합니다.

      티맥스가 그리는 클라우드, 혁명인가 망상인가

      티맥스가 내놓은 제품이 오픈소스와 비교하여 어떤 차별적 경험을 제공할지 저는 알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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