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16강을 보며 든 생각

1.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가 열린 지난 17일, 저는 후배가 경영하는 남산밑 레스토랑에 있었습니다. 직장 동료 몇 명과 함게 응원을 하기 위해 찾았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오범석선수가 선발출장한 것을 두고 말이 오갔습니다. 전반 1:2로 마쳤지만 후반에 두골을 더줘셔 1:4로 완패를 했습니다. 이 때부터 논쟁은 치열해졌습니다. ?하루밤이 지나고 허정무감독이 인터뷰한 내용이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오범석과 차두리를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보다 서로 장단점이 있다. 그리스전에서 차두리의 플레이가 맘에 안들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최소한 무승부를 바랬던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져서 누군가 속죄양이 필요했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탓하지 않으면 안되는분위기에서 허정무감독이 동네북이 되었습니다.

다시 23일 새벽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열렸습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뭇매를 맞았던 오범석선수 대신 차두리선수가 출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16분 선수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면서 한골을 내주었습니다. 이정수선수와 박주영선수가 한골씩 넣으면서 역전. 김남일선수가 아르헨티나전처럼 투입되었습니다. 몇 분 지나고 휘슬.김남일선수의 과격한 태클로 벌칙차기가 주어졌습니다. 다시 동점. 그렇지만 무승부로 마무리하여 16강에 진출하였습니다.

2.
이상의 경기들은 차범근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하였던 1998년 월드컵과 많은 차이를 보여줍니다.

‘월드컵 참패가 끝내 감독경질을 불렀다. 차범근 국가대표팀 감독의 전격경질은 국내사상 전례가 없는 ‘대회기간 중 경질’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1998년 6월 22일 중앙일보)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차범근씨는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던 책임을 물어 경질되었습니다. 축구협회가 악화된 여론을 달래서 희생양이 필요했기때문입니다. 이번엔 허정무감독에 대해 경질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여기서 ‘권한 이양’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기업경영에서 권한 이양은 빨라진 업무속도와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경쟁력있는 조직을 구축함이 목적입니다. 차범근감독시절 축구협회(기술위원회)와 대표팀감독의 관계가 허정무감독시절 축구협회와 대표팀감독의 관계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2002년 히딩크감독이후 축구협회는 대표팀감독에 많은 권한 위임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원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이 허정무감독의 리더십과 더해져 16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을까요?

권한 이양, 위임을 받은 허정무감독은 어느 누구보다 선수들에 대한 파악을 가장 잘하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오범석선수와 차두리선수에 대한 허정무감독의 평가는 ?옳았습니다. 기업조직도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 ?CEO가 신뢰를 전제로 권한을 이양할 때 이양받은 조직은 동기부여 및 선택의 자유를 얻음으로써 더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모든 결정은 감독이 한다. 내가 감독으로서 결정한 모든 일들을 존중받고 싶었듯 나는 허 감독의 결정을 존중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한다. 전쟁 중에 장수가 힘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차범근감독의 인터뷰중)

3.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끝난 이후 모 신문기자가 아래와 같이 평가하였습니다.

경기 후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 ESPN > 은 “차두리가 첫 실점 때 보여준 엉성한 수비와 김남일이 페널티킥을 내준 장면은 허정무 감독이 두 번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의 실수를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김남일의 부인인 김보민 KBS 아나운서의 미니홈피를 찾아 그의 플레이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매서운 질타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다. 자신감의 결여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연결되고 그 긴장감은 계속된 실수 즉 경기력의 저하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이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서튼 교수는 자신들의 저서에서 조직 내 실패를 다루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용서하고 기억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즉 도전적으로 일하다가 발생한 창조적인 실수에 대해서는 부담 없이 인정하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용서하되, 그 원인과 과정은 기억해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러 실수를 하기 위해 뛰는 태극 전사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차두리와 김남일이 오늘의 아픔를 딛고 새로운 각오와 함께 16강 무대에서 멋진 활약을 펼쳐주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가자 8강으로] ‘X맨’ 차두리-김남일, 질타 대신 격려를중에서

기업조직내에서 도전과 실패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를 알려주는 너무나 좋은 기사였습니다. ?기업도 다양한 단위로 도전이 이루어집니다. 그렇지만 어떤 관계로 도전을 하고 결과를 어떻게 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봅니다.

4.
앞서 글중에 ‘동기부여’와 ‘선택의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이 단어는 오늘자(6월 24일) 한겨레신문의칼람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유사해 보이는 ‘내적 동기’와 ‘선택의 자유’는 사실 서로 다른 개념이다. 이 두 개념이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돈이나 성적 같은 ‘외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부여된 경우이다. 이렇게 ‘내적 동기’와 ‘선택의 자유’가 서로 충돌할 때 어느 요인이 더 강력할까?

심리학자들은 ‘선택의 자유’ 쪽 손을 들어준다. 비록 외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지만, 스스로 선택했을 경우, 그 행동의 몰입도가 순수한 내적 동기에 의한 행동의 몰입도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구태여 순서를 따지자면 ‘선택의 자유’가 먼저고 그다음이 ‘내적 동기’라는 이야기다.
[김정운의 남자에게] “내년에 오십인데…”중에서

기업이 직원들에게 ‘동기의 부여’보다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직원들을 춤추게 합니다…..

6 Comments

  1. 카카오수다걸

    보아하니 어째든 대한민국이 결승에 갈것 같군요. ㅎㅎㅎ

    Reply
    1. smallake

      인간이 의사결정할 때 약점이 있습니다. 저도 경영할 때 그랬습니다.
      자신의 희망을 의사결정을 할 때 반영하도록 현실을 왜곡하는 거죠.(^^)
      사실 저도 결승전에 갔으면 하지만 아르헨티나전처럼 실력차가 나니까…
      그렇지만 저도 같은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마도 난리가 나겠죠…!!!

      Reply
  2. 카카오수다걸

    대~한민국 똑 떨어졌습니다. ….. 근데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정말 복잡한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사람들이 기계처럼 사는것처럼 보입니다. 똑 떨어져서 그만두고.. 떠나고… 월드컵을 가기 위한 과정과 그 주변들의 힘들의 잘못은 못 느끼고… 항상 중심에 선 사람은 선택을 하기가 정말 어려운것 같습니다…… 챙겨야할것이 많아서….

    Reply
    1. smallake

      저의 의견보다는 차범근 감독이 미투데이에 올린 글을 인용할께요..
      애정을 느낍니다. 애정이 있다면 어떤 비판이나 비난도 아프지 않습니다. 애정의 표현이니까…우리에게 필요한 한 것은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축구선수에 대한 애정입니다. 승패를 떠나서….(^^)

      허정무 감독,
      16강에 올랐을때 정말 축하하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두리 잘봐달라고 저런다며 우리 모두가 우습게 될까봐 참았지.
      16강에 오른거 축하하고 고마워! 우리아들 잘뛰게 잘 가르켜 줘서 더 고맙고.

      지성이도 수고 많았다.
      질문중에 너 피부가 좋아졌다며.. 날더러 영국에서 어느 피부과 다녔는지 알아봐 달라는게 있더라. 아마 너가 잘생겨 보인다는 얘기겠지. 축구를 잘하면 원래 멋있잖아.

      영표야,
      오래 축구해라. 선수 할 때가 젤 좋다.

      운재, 정환이.
      많이 아쉽겠지만 감독을 지낸 내가 가장 잘 안다. 팀이 여기까지 올려면 벤치를 지키는 고참들이 자신들의 아쉬움을 얼마나 삭이고 참아줘야 하는지… 내가 대신 고맙다고 할게.
      골프한번 낼게.

      영건들은 4년후를 기다리마.
      브라질은 더 재밌을테니 다치지 말고 꾀부리지 말고 실력 갈고 닦아라. 그때 또 보자.

      팬들도 아쉽겠지만
      열심히 뛴 우리 선수들 에게 힘찬 박수를 !!!!!!!! 나도 여러분들께 힘찬 박수를!!!!!!!!

      Reply
  3. 카카오수다걸

    내일 경기가 몹시 궁금합니다. 일본! 일본이 8강에 들어가면 어떤 말들이 이어질까 정말 궁금합니다. 일본 상대도 우루과이와 비슷한 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파라과이….. 오늘 저의 상대는 과메기로 해볼까 합니다…… 걸죽한 막거리에 과메기….. 식중독은 걸리지 말아야 하는데…..

    Reply
    1. smallake

      우리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식민지를 겪으면서 일본에 대한 열등감, 미국에 대한 열등감, 서구에 대한 열등감….

      우리는 열등감을 인종적 편견과 차별로 메꾸려 합니다.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차별, 흑인에 대한 편견, 아프리카에 대한 무시….

      일본이 자기 반성을 하지 않는 점은 문제지만 8강에 가면 기꺼이 성원을 보낼 수 있는 아량이 있었으면 합니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써…(^^)

      월드컵 8강이 되었다고, G20회의를 개최한다고 해서 국격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그저 경기는 경기일 뿐입니다. 축구자체를 즐깁시다…

      Reply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