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새벽녘 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가슴에 두드립니다.
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다시금 읽어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001년 설레는 맘으로 개표를 기다리던 때가 생각합니다.
당선이라는 말보다 ‘이겼다’라는 말이 더 살갑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오년이 흘러갔습니다.
잘했던 기억, 못했던 기억 모두 우리의 기억입니다.
역사앞에서 역사를 뛰어넘는 사람은 없습니다.
떠난 이도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언젠가 작별을 할 세상, 좀 먼저 떠났습니다.
‘그 뿐입니다’라고 하고 싶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떠난 이를 둘러싼 찬성, 반대를 세상살아가는 사람으로 뛰어 넘기를 바랬지만
봉화마을에 사는 모든 이의 이웃집 할아버지이기를 바랬지만
우리에게 짐을 남기고 훌쩍 떠났습니다.
누굴 원망하리요.누굴 탓하리오.
떠난 이를 딛고 일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라는 더 큰 뜻이 있음을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 하나가 만드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역사
보통 사람이 함께 만드는 미래가 우리의 짐임을 압니다.
새벽녘 빗소리.
우리 모두의 마음을 적십니다.
그렇게 1주년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