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을 열정으로 평가하는 나라

1.
포천지 선정 일하는 싶은 100대기업중 1위는 SAS입니다.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면 항상 1위를 하는 회사는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 7년 연속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올라
포천지가 미국기업이 아니라 전세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니까 세계1위와 한국1위입니다. 먼저 SAS라는 기업을 알아보죠. Weekly Biz에서 대표이사인 짐 굿나잇씨를 인터뷰하였습니다.

[Weekly BIZ] 전 직원에 개인 사무실… 식당엔 피아노 선율… “여기가 꿈의 직장”

기사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회사가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사원 복지 덕분에 12년째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포천지 선정)에 포함됐다.(2009년엔 20위였다). 1998년 구 글을 창업한 세르게이 브린과 로렌스 페이지가 ‘지식 근로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답을 얻은 곳도 바로 ‘쌔스’였다. 2003년 미국 CBS방송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직원을 왕(王)처럼 대접하는 회사”라고 했다.

지식근로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나….

SAS의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인 굿나잇씨는 직원들에 대해서 종종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매일 밤 우리 직원들이 회사 정문을 통해서 퇴근을 합니다. 대표이사로써 내 임무는 퇴근한 직원들이 그 다음날 다른 회사의 정문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정문으로 다시 출근하도록 만드는거죠.”

굿나잇씨의 이러한 자세는 직원들을 위하는 인도주의적 정신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직원들한테 잘해주면 그만큼 더 생산성이 올라서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기여한다는 마키아벨리적인 사상에서 나오기도 한다. SAS의 평균 주간 업무 시간은 보통 35시간이다 (나도 일주일에 35시간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가나 휴가를 관리하거나 감시하는 제도는 없다. 그냥 알아서 양심껏 쉬면 되는거고 아프면 상사한테 말해서 쉬면 되는 제도가 이 회사에는 아주 잘 자리를 잡았다. 솔직히 이런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통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조금만 풀어주면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직장인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은데 미국인들은 알아서 잘 자제하는게 참으로 신기하다. 9시 – 6시와 같은 특정 근무시간도 SAS에는 없다. 정문의 경비가 아니면 9시에 출근을 하던 11시에 출근을 하던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몇시에 출근을 하던간에 일단 출근을 하면 열심히 일을 하는건 기정 사실이니 그렇다고 인력담당자들은 말한다.
SAS, The best Company to work for중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 세계1위인 SAS입니다. 반면 한국 1위인 삼성전자는 어떤가요?

주차장의 연봉은 9천만원을 웃돈다. 모임에 나온 동창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다 보니 동창들에게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주차장은 “연봉을 근무 시간으로 나누면 동창 8명 가운데 꼴찌이다”라고 말했다. 동창 모임이 끝나고 귀가하는 동창과 달리 주차장은 밤 10시30분까지 회사로 복귀해야 했다. 당직이나 저녁 근무조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삼성전자맨’으로 살아남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꿈의 직장이라고? 중에서

친기업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매경 논설위원도 이런 글을 실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에 다니는 수많은 직원들은 높은 업무강도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조직생활에 실망하거나 꿈을 잃고 전직을 꾀하는 사람들도 많다.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경직된 사고, 창의성보다 상의하달식 일사불란함을 요구하는 조직문화가 아직도 뿌리 깊다. 삼성 타 계열사의 한 간부는 “세계 최고라는 부담감이 있겠지만 가슴이 메마른 인간군상들의 피폐해져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월요아침] 삼성전자, 꿈의 직장 되려면중에서 

SAS는 삶을 즐기면서 회사를 다니지만 삼성전자는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아마도 45년 해방이후 한국사회가 발전해온 과정, 가깝게는 IMF이후 한국사회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극한경쟁의 그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부추깁니다.

전자신문에서 한국형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라는 기사를 보면서 열을 너무 받아 한동안 입에 욕을 달고 있었습니다. 기사는 한국형 베스트 프랙티스가 가지는 특징을 아래 그림과 같이 정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계가 선택한 ‘한국형 베스트 프랙티스’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가지가 눈에 거슬렸습니다.

– 과감한 프로젝트 추진력
– 우수한 인력과 열정

두가지를 결합하여 기사중 어떤 분은 이런 말을 합니다.

“해외에는 정해진 시간동안 주어진 업무를 열정적으로 수행하는 인력이 있는 대신 한국 조직에는 목표를 향해 시간을 잊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면서 높은 역량도 겸비한 고급 IT 인력들이 많다.”

시간을 잊고 일하는 것을 열정적이라고 표현합니다.
‘프로젝트 일정을 맞추라’고 하고 약간만 지연이 되도 야근을 지시하고 휴일근무를 지시합니다. 그래도 힘들면 철야를 지시합니다. 그래서 명령을 받아서 일합니다. 살기 위해서. 일해야 급여가 나오니까…

한국형 베스트 프렉티스라고 합니다. 이것이 지난 45년이후 한국사회를 이끌어온 분들의 생각입니다. MB밑에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는 분도 참여정부보다 잘 하는 일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3.
지난 주말 장진의 라디오북클럽에 구본형 소장이 출연하였습니다. 소개하시려고 했던 책은 ‘경영의 미래’입니다. 구본형 소장은 경영의 미래에 대해 말합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직원이 자유로운 것은 위험하다’는 뿌리 깊은 편견에의 도전이다. 경영자와 관리자가 이 오래된 믿음을 넘어서고,직장인 스스로 열정과 창의성으로 ‘경영자 없이 경영하고,조직 없이 회사를 운영해 갈 수 있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과 방식을 재발명하지 못한다면 경영의 미래는 없다. 나는 동의한다.

저도 동의합니다…..(^^)

2 Comments

  1. dolppi

    게리 헤멀의 책(“꿀벌과 게릴라”, “경영의 미래”)들은 기본적으로 반골 기질이 있어야 가슴에 와닿는것 같습니다. ^^ 세상이든 기업이든 전복시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그 책들을 좋아하게 되죠. 저는 완전 좋아합니다. ㅎㅎㅎ

    Reply
    1. smallake

      전복이라~~~음, 먹는전복은 아닐테고 예전에 들었던 전복인 듯….

      그런데 난 반골기질이 별로 없는데….다만 정체를 무척 싫어하기는 하지만.

      제가 읽으려고 계획을 잡고 있는 책중 하나입니다. 경영의 미래. 다른 하나는 슬랙 Slack입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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