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떼돈 벌기

1.
여의도에서 살아남기은 IT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본 여의도의 생리를 적었습니다. 그 중 두번째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실탄을 확보하라”를 적었습니다. 몇 일전 불법을 방조한 IT는 무죄?은 실탄을 확보하여 생존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의 사례입니다. 이제 여의도에서 돈 버는 방법을 알아보죠. 그렇다고 너무 기대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창조’라는 말이 여의도에 회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화두로 제시하니까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금융회사들이 너도나도 창조금융을 외칩니다. 여기에 날개를 단 것이 창조경제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개장하는 코넥스입니다. 벤처중소기업들이 코넥스-코스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하여 성장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와 비슷한 외침이 오래전에도 있었습니다. 김대중정부가 들어선 후 신지식인을 선정하였고 코스닥시장을 육성하였습니다. 이 시절 여의도에서 자본시장IT와 관련한 일을 하는 기업가들의 목표는 코스닥상장이었습니다. 상장으로 대박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기때문이었습니다. 여의도에서 IT로 돈을 버는 첫번째 길은 IT기술로 회사 가치를 높히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창조경제, 창조금융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불행하게도 지난 15년동안 이런 방법으로 성공한 경우는 한 곳도 없습니다. 딱 한번 성공할 뻔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HTS가 지점을 제치고 핵심적인 영업채널로 부상하고 주문이 급속히 전자화하던 때 시장에서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 두리정보통신입니다. 이후 실적이 부진하고 우회상장을 하고자 했던 엔터테이먼트회사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성공의 꿈은 사라졌습니다.

“왜 실패를 했을까요?”

‘여의도’라는 시장은 자본시장IT를 하는 회사, 여의도에서 IT로 꿈을 꾸는 회사에게 너무 작습니다. 금융투자산업 또한 천수답산업이라 경제상황에 크게 좌지우지합니다. 자본시장IT가 독자적으로 자기영역을 만들어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솔류션이라는 이름으로 SI를 하는 것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미래가치가 없는 회사이고 시장은 외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코스닥 혹은 코넥스 상장으로 여의도에서 대박의 꿈을 이룬다? 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2.
이천대초반 SI로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듯 했지만 해가 바뀌고 바뀌면서 살림살이는 그대로입니다. 몸과 시간을 다 바쳐서 SI를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피로’입니다. 꿈을 꿀 힘 조차 없습니다. 이 때부터 IT가 아닌 비즈니스를 꿈꿉니다. IT와 금융투자업무를 결합하여 비즈니스를 만드는 시도입니다.

대표적인 시도가 ASP입니다. 소프트웨어 판매가 아닌 소프트웨어 이용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이죠.코스콤이 제공하고 있는 파워베이스를 포함한 여러가지 서비스가 ASP입니다. 코스콤과 같은 독점사업자가 아닌 중소사업자들도 여러가지 시도를 하였습니다. 저도 넥스트웨어를 폐업하기 전에 했던 모델이 ASP입니다. 중소사업자가 ASP를 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시장은 틈새시장이어야 합니다. 금융투자회사가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작고 그렇다고 놓칠 수 없는 애매한 시장이어야 합니다. 금융투자회사는 작은 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IT회사는 비지니스모델을 제공하는 ‘윈윈모델’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이천년대 중반 FX시장이 딱 이런 시장이었습니다. 비록 저는 회사를 폐업하였지만 HiperFX로 서비스를 제공한 외환선물과 파트너회사는 큰 돈을 벌었습니다. 여러가지 조건이 맞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투자회사는 지출을 줄이고자 하고 ASP 대신 자체 개발 혹은 SI발주를 하여 시스템을 대체합니다. 그러면 금융투자업무와 IT를 결합한 방법중 금융투자회사가 선택권이 작은 모델이 무엇일까요? 자금을 동원한 비즈니스입니다. 지금도 여의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첫째는 트레이딩비즈니스입니다. 이천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트레이딩은 기술과 엔지니어링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급속히 전환합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자본시장SI에 회의를 느끼던 때와 맞물립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사례가 있습니다. 한동안 여의도를 떠들썩이게 했던 ELW스캘퍼입니다. 신문에 오르내린 수익만 보면 몇 백억입니다. 그런데 사용한 기술과 지식을 보면 다르지 않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았고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프랍트레이더(위탁매매가 아닌 자기매매를 하는 트레이더, 꼭 증권사에 재직중인 트레이더에 국한하지 않음)도 전직합니다. 항상 갑이었던 금융투자회사는 을입니다. 고객의 트랜잭션을 받아야 하는 증권사는 트레이더와 협상을 합니다. 2011년 주문수탁제도가 바뀌면서 공식화한 DMA는 트레이딩비지니스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둘째는 매매자금 대출서비스입니다. 스탁론이나 대여계좌로 불리웁니다. 스탁론과 같은 매매자금대여서비스의 출발은 이천년대 중반 에이엠집이나 개미집입니다. 사채업자의 자금과 IT회사의 기술을 결합하여 투자자에게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은 레버리지, 증권회사는 트랜잭션, 사채업자는 이자, IT회사는 운용수입을 얻는 구조입니다. 저도 이와 같은 사업에 IT로 지분출자를 했습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에 있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매매자금대출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했기때문입니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저축은행이나 카피탈이 신용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법화하였고 오늘에 이릅니다. 물론 주식은 스탁론으로 합법화한 상태지만 파생상품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현재 여의도에서 스탁론을 제공하는 IT회사가 몇 있습니다. 저의 경험만을 놓고 보면 여의도에서 IT회사가 돈을 가장 많이 번 모델로 보입니다.

“바로 300%까지 빌려드립니다” 스탁론의 함정

이상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한가지입니다.

“여의도에서 IT만으로 떼 돈을 벌려고 하지 말라”

여의도는 ‘자본시장’의 중심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의도에서 돈을 벌려면 금융투자회사들이 원하는 금융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ASP, 트레이딩, 매매자금대출 모두 금융서비스입니다.

“여의도에서 IT를 이용한 금융서비스로 돈을 벌어라”

그렇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돈이 모이면 사람도 모이고 사업자도 모입니다.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트레이딩입니다. 비록 경제상황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트레이더간의 경쟁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스탁론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은 수익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도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앞선 세가지중 첫번째를 하고 있습니다. ZeroAOS는 HiperFX의 경험을 살린 ASP입니다. ZeroAOS와 같은 채널이 HTS를 대체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MTS와 AOS가 HTS를 양분한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전망이고 예측이 현실화할 때까지 버틸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솔직히 재무적인 능력이 있다면 DMA전문 증권사를 해보고 싶지만……(^^)

3.
돈을 이야기했지만 핵심이 빠져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혹은 기업가가 생각하는 가치관입니다. 가끔 만나서 분들이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솔직히 안철수씨를 자꾸 까는 것이 시샘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
“대여계좌서비스를 비판하는 것이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부러워 그런 것이 아니냐?”

실패를 한 이후 돈에 대한 욕망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돈이 많으면 좋겠죠. 그렇지만 요즘 진짜로 부러움의 대상은 다릅니다. 몇 달전 제가 설립하고 떠났던 진보네트워크센터 15주년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떠난 이후 선배와 후배들이 함께 어울려 15년동안 아기를 어엿한 소년/소녀로 키웠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부럽습니다. 한달전쯤 어떤 회사의 대표를 뵈었습니다. 비슷한 또래입니다만 20여년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회사를 키웠습니다. 회사를 키운다고 하지만 회사의 구성원을 키우는 일입니다. 직원이 성장하면서 회사도 성장하고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갑니다.

기업가의 꿈이 무엇일까요? 대박? 한번의 실패로 헛된 꿈임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기업을 하면서 가지고 싶은 꿈은? 누군가의 성장에 디딤돌이 되고 그로 인하여 공동의 생명체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가지고 싶습니다.

여의도에서 살아남든, 여의도에서 대박의 꿈을 이루든 밑바탕에 꼭 간직했으면 하는 것이 있었으면 합니다.

“내가 진실로 하고자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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