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이 너무 선정적인가요? 맞습니다. 선정적으로 달았습니다. 앞선 글에서 한국증권시장을 강하게 지배하는 힘이 공정성이라고 했는데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감시시스템을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KRX가 2010년 초에 시장감시시스템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발표하였습니다.
‘비주얼 분석 시스템’ 구축 등 시장감시 시스템의 첨단화를 통한 불공정거래 대응력 제고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시장감시’라는 이름으로 증권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정성을 부정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공정과 경쟁이라는 두가지 축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조화를 이뤄내느냐가 중요한데 지금은 공정성에 너무 많은 강조를 두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해봅니다.
2.
아주 재미난 기사가 한국경제신문에 실렸습니다.
기사의 압권은 마지막에 있습니다.
각종 파생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현물과 선물을 연계한 불공정거래인 ‘첨단지능형’ 작전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엔 장외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현 · 선물 연계 불공정거래 혐의가 불거진 데다 최근엔 주식워런트증권(ELW)에서 불공정거래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ELW 초단타 투자자인 ‘슈퍼 메뚜기’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ELW 시세조종뿐만 아니라 기초자산과 ELW
간 현 · 선물 연계 불공정거래 우려가 높다.2008년 거래소가 감독당국에 통보한 파생상품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8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0건 안팎으로 급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고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만건의 거래를 한순간에 처리하는 고주파거래(High Frequency Trade)가 성행하고 있어 불공정거래 개연성을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주파거래를 주가조작을 위한 불공정거래가 가능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2009년 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시장환경의 변화
실물경제의 회복 및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위기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 가운데, 금융투자상품의 다양화를 촉진하는 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시장감시 대상이 확대되고, IT기술의 발달로 초단타거래기법(High Frequency Trade) 등 거래기법의 고도화 진전 및
인터넷을 이용한 불특정 다수의 시세조종 개입 등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증가하고 있음…..
新거래기법의 등장으로 불공정거래 여부 판단의 모호성 증대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IT기술에 기반을 둔
초단타거래기법(HFT) 등*이 개발되어 확산되는 추세* HFT : IT기술 발달을 기반으로 고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만건의 거래를 일순간에 처리하는 방법으로 초단기간에 호가상황을 파악하여 주문을 제출하거나 취소하여 초단기이익을 얻는
알고리즘거래의 일환이들 新거래기법은 대량의 주문 및 주문취소·정정이 지극히 짧은 시간에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나
주문의 정정·취소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허수성호가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등 거래의 불공정성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음상
품·시장간 연계 불공정거래 혐의의 증가자본시장법의 시행으로 금융상품의 다양화가 강화되는 가운데 신종 불공정거래 발생
개연성*도 높아짐ELW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 기초자산인 대상주식의 시세를 조종하는 경우가 나타나거나(現-現
연계), 장외상품인 ELS의 기초자산인 상장주식의 주가가 해당 ELS의 조기 및 만기 상환일에 이상 급등락하는 경우도
발생(장외-장내 연계)* 시장감시위원회는 ‘09년 중 ELW 및 ELS 감시와 관련하여 예방조치, 금융위 통보,
증권사에 대한 제재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음
투자자는 IT의 발전으로 컴퓨터에 의해 가능한 매매기법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술들을 ‘불공정거래’, ‘주가조작’의 한 유형- 물론 가능성입니다- 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을 알고리즘트레이딩으로 돌려도 결과는 같습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algorithmic trading)의 경우 시장변동성이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최적 매매시점을 포착하고 대량주문의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며 비용을 절감해주기 위해 미리 설정한 전략모델에 따라 주문을 시간과 양으로 분할하여 자동으로 제출하도록 프로그 래밍된 거래84)인데 이 경우 시세조종 등 범죄로 볼 것인가 아니면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 할 것인가의 문제는 case by case로 봐야 할 것이다. 즉, 프로그래밍 자체의 취지가 시세조종과는 무관하고 기계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시세조종의 고의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워 보이나 위에서 본 판례가 당해 유가증권의 성격, 발행주식의 총수, 종전 및 당시의 거래상황, 증권시장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매거래의 유인 목적 여부를 판단하는 것처럼 각각의 주문제출행위에 대한 시세조종 고의 여부를 간접증거에 의해 추인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이 경우 범죄의 주체를 사람이 아닌 기계나 주문제출행위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는 없고 결국 그 주문을 제출한 고객 및 선물업자라고 봐야 할 것이되, 이러한 전략적 투자거래의 불공정거래관련 가이드라인, 업자의 설명의무 강화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법적 예측가능성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실무 및 사례로 본 증권범죄에서의 위법성 이해 – 엔 드바이방식, 유동성공급자의 Market Making, 투자전략적 거래 등을 중심으로에서
시장감시를 담당하는 팀은 당연히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매매기법을 항상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맡은 일이고 무척 중요한 가치입니다. 한국거래소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여야 하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에 대해선 침묵하고 감시의 눈만 초롱초롱 밝히고 있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도입하면 그에 따른 위험이 발생하고 위험이 노출되면 모든 책임을 뒤짚어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려면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3.
참고로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시스템을 만든 회사는 (주)빅트레이드입니다. 거래소가 시장감시시스템을 도입할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 한우물을 파고 있습니다.
2000년 초반 비슷한 시스템을 증권사에 납품하였던 친한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통계학적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합니다. 기술의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시장감시와 관련된 한국거래소 노하우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시장감시시스템을 TSE도 도입하려고 검토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영희선생님이 쓰신 책중에 이런 귀절이 있습니다.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이오.”
공정성과 경쟁은 좌우의 날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