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에 투영된 과거, 현재, 미래

1.
오늘 아침 길고 길었던 제안의 마지막, 제안발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물론 제는 발표자(PTer)가 아닙니다. 주사업자가 담당합니다.  어제 마지막 작업을 하고 늦은 7시 풍광보에 몸을 실고 남산 소월길을 달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잠에 취해 느끼지 못했던 양재천이 늦은 시간이지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양재천의 과거.

지난해 서울에 폭설이 여러번 내렸습니다 서울 도심인 강남에 내린 눈을 치우는 일은 담당 구청으론 무척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몇 일이지만 많던 눈이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해답은 바로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합수부에 있습니다.

그 곳을 지나면 예전에 없던 시커멓고 쓰레기같은 더미가 도로옆에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2~3미터쯤 되었습니다. 지금은 포크레인으로 쓰러 내렸는지 30cm로 줄었습니다. 4월 꽃피는 봄이 왔지만 그곳에 가면 아직도 눈이 서로 엉켜서 얼어붙은 빙하(^^)를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다음해 겨울까지 녹지 않은 얼음이  계속 쌓이면 바로 빙하가 되지 않을지.

지금 우리가 보는 너무나 맑고 깨끗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흔적이 남겨진 빙하는 까만색입니다. 온갖 쓰레기더미입니다. 만약 빙하기가 닥치고 도시를 뒤덮었다고 가정을 합시다. 그리고 미래의 생명이 맨아래 빙하를 발견하면 인류문명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2.
양지천의 현재.
당연히 봄입니다. 강남 도심에서 햇볕이 포근히 내리쬐는 곳은 양재천옆입니다. 건물이 빽빽히 들어서지 않아 햇볕이 잘 듭니다. 특히 가장 목이 좋은 곳은 타워펠리스가 있는 도곡동입니다. 작년에도 금년에도 가장 먼저 개나리가 피었고 벗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양재천 좌우로 길게 늘어선 벗꽃길, 꽃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면 저절로 봄내음이 내 코에 인사를 하러 옵니다.  비싼 땅값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환경이 부럽습니다.

(*)새로운 글로 올리려다가 그냥 덧붙임으로 처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봄이 오는 소리를 사진으로 감상해보세요. 전세계 곳곳을 앵글에 담았습니다. 아주 멋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인도입니다.

Signs
of Spring, 2010

3.
양재천의 미래.
현재 양재천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도곡동근방 강남구청이 담당하는 지역에 큰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약 1Km에 걸쳐 양재천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굻은 H빔을 백여개 이상을 박아 놓고 무슨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표말에 이렇게 써있습니다.

“양재천 보도교공사”

그곳에 이미 징검다리가 있습니다. 물론 양재천을 건너려면 내려와서 징검다리를 건너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렇게 사는 게 불편했는지 공사를 합니다.

다시금 서초동쪽으로 1km를 더가면 서초구청구간이 나옵니다. 과거 이곳에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수중무대가 있던 곳입니다. 여기도 공사를 벌인다고 뒤엎었습니다.  공사명은 “양재천 업그레이드 및 홍수보완공사”
 
양재천을 업그레이드한다고 합니다. 인간의 눈으로 업그레이드된 하천은 인공구조물이 들어선 하천입니다. 오세훈시장이 벌인 한강르네상스와 같습니다. 똑같은 일을 양재천에서 벌이고 있습니다.  근처 시민의 숲에서도 같은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사장옆에 지난 겨울 서초구청에서 꾸며놓은 보리와 밀밭이 있습니다. 파릇파릇 새싹들이 나서 힘차게 자라고 있는 곳 옆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다시금 과천으로 몇 킬로 더가면 도로쪽으로 제방이 붕괴된 곳이 나옵니다. 공사명은  옹벽보완공사입니다. 몇 년전 양재천에 범람할 정도일 때 비에 쓸려가서 그대로 방치된 곳입니다. 몇 년이 지나 지금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생각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입니다. 미래의 일입니다.  인공구조물로 치장하여 업적을 보이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임기 마지막이라 펑펑 세금을 쓰는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선거를 의식한 공사입니다.

4.
양재천은 작은 물줄기지만 수량이 풍부합니다. 겨울 철새들이 찾아오고 수변 생태계도 풍부합니다. 비록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자전거도로등이 나 있지만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함께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양재천의 주인이 인간인양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연을 보호한답시고 훼손하지 말고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니면 무상급식을 위해 사용하였으면…..

2 Comments

  1. 귀돌이

    멀쩡한 양재천을 뭐하자고 그렇게 죄뒤집어 놨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어디다 항의해야 하는건지, 하고많은 시민단체는 도대체 뭐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컴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서초구청이나 서울시 사이트도 열리지 않네요..

    Reply
    1. smallake

      과천이나 서초구나 강남구나 다 자치단체에서 하는 일입니다. 손낙구씨가 ‘부동산계급사회’에서 보이고자 한 것처럼 부동산가격=건설경기과 이해를 일치하는 분들=개발론자들이 많으면 어쩔 수 없죠.

      과천시장을 이번에 바꿨으면 하지만 모르겠네요….과천주민들이 생각하는 만큼 정치가 만들어질테니까~~~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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