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의 힘

1.
“제안을 하면 도와주겠다”는 말이 결국 씨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 결과 한달반 제안서로 머리를 쥐어 짜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신한은행에서 Project Leader로 일했지만 주로 관계관리(Relation Management)와 갈등관리에 주력(?)했습니다. 우아하게 표현했지만 사실 술먹고 이야기하기가 주된 일이었습니다. 프로젝트 기간동안 산출물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제안서를 쓰면서 많은 자료를 읽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분들이 만든 비공식 산출물을 50%정도는 읽었습니다. 자본시장업무를 이론적으로 정리할 능력이 없으니까 경험을 잘 정리해서 제안서에 표현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컨설팅 제안서’가 아니라 ‘구현 제안서’이기 때문에 구축Knowhow를 설명하는 방법이 휠씬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자본시장업무와 관련된 시스템은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프론트, 미들, 백오피스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제안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중에서 In-House FO와 관련된 부분, 영업점연계, 한도관리, 담보관리, Workflow, Front Mapping, 유가증권(주식,채권) 그리고 신탁자산관리와 관련된 자료를 읽었습니다. 신탁자산관리를 제외하면 다 신한은행 투자은행(IB)관리시스템의 개발범위이기도 합니다.

신한은행에서 위 업무를 분석부터 개발,이행까지 했던 분들은 다 15년이상씩 한우물을 판 전문가들입니다. 신한은행 담당PM은 현명하게 컨설턴트보다는 업무도 잘 알고 개발능력도 가진 분들을 투입하도록 요청했고 동양시스템즈나 누리솔류션 그리고 이프정보와 같은 회사들이 참여했습니다. 고객과 수많은 회의를 하고 이슈를 다투었고 시스템화를 위해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때의 산출물이 공식산출물이 아니라 비공식산출물로 남아 있습니다.

담보관리를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든 분석, 설계단계 산출물은 요구사항정의서,물리모델, 논리모델과 관련된 산출물등이 있습니다. CSA담보와 관련된 내용은 각 산출물에 몇 줄씩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CSA담보와 관련된 Margin Call 계산을 하기 위한 자료는 비공식 산출물로 몇 쪽이 넘습니다. 다른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공의 힘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그냥 시간이 단순히 흘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흔적입니다.

3.
항상 제안을 하면서 느끼지만 이번에도 쟁점은 가격입니다. 기술과 가격점수로 평가를 하지만 가격이 높아도 기술때문에 수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술점수가 높아서 선정되어도 결국 가격협상에서 경쟁업체의 낮은 가격에 맞추어야 합니다.

의문이 듭니다. 고객들은 예산을 어떤 기준으로 평성하는지 의문입니다. RFP가 나올 때 내용을 보면 많아도 20쪽을 넘지 않습니다. TSE(Tokyo Stock Exchange)가 차세대 프로젝트를 했을 때 RFP가 1000쪽이 넘은 것과 비교하면 발주사가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고 그래서 Funtional Point든 M/M이든 예산편성이 주먹구구식이 아니냐라는 생각입니다.

근거가 명확한 예산을 편성하고 제안사들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비용절감하는 제안을 하면 이해를 합니다.? 그렇지만 제안가가 예산과 너무 많이 차이가 나는 현실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과? 동떨어진 제안가면 제안사 잘못입니다. 이제 예산을 근거있게 책정하기 위한 내부프로세스가 정립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CEO들은 IT를 혁신의 중심이 아니라 비용이라는 사고가 바뀌지 않으면 쉽지 않지만……

4.
제안을 하면서 또 하나 고민은 야근과 휴일근무입니다. 제안서든 개발프로젝트든 너무 야근과 휴일근무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초과근무(야근, 휴일근무)의 폐해

저도 제안서를 쓰면서 휴일근무도 하였습니다. 처음엔 주6일 근무하다가 나중에 주 7일 근무를 하였습니다. 전자파때문인지 손목이 아프고 뒷머리가 띵합니다. 이번 제안을 수주하면 아마도 개발자들은 무척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비용을 줄이려면 기간을 줄이고 투입M/M를 줄어야 합니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은 줄지 않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개인이 일하는 시간을 하루 8시간 주 5일에서 하루 10시간이상, 주일 6, 7일로 해야 합니다.

언제 이런 관행이 없어질까요? 개발에 지친 엔지니어들이 전태일열사처럼 분신을 해야 없어질까요? ?엔지니어의 능력을 내공을 인정해주는 고객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