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소리, 風聲

themessage1.
부산영화제 폐막작입니다.

항일테러조직원인 권총과 유령. 이들을 쫓는 일제와 하수인인 괴뢰정부.
계속된 테러로 일제 고위인사들이 살해당하자 일본 정보부는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5인을 외진 성으로 초대하여 ‘유령’을 찾기 시작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3일.

영화는 회유와 고문속에서 갇힌 사람과 가둔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심리 스릴러형식을 띄고 있지만 조국 해방을 위해 이름없이 죽어간 동지들을 추모합니다.

2.
영화을 보면서 우리의 역사가 머리를 스칩니다. 괴뢰정부의 요직에 있으면서 고문을 지휘하고 직접 고문하는 사람들은 우리 역사속에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친일경찰의 대명사인 노덕술.

반민특위 공판에 출두하여 고문받았던 상황을 생생하게 밝혔던 증언자들에 의하면 그들의 고문 방법은 머리카락을 뽑고 물을 먹이는 데서 혀를 뽑는(강우규 열사의 경우) 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친일고문 경찰의 대명사, 노덕술중에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고문장면은 이와 비슷합니다. 구타는 기본이고 전기고문도 등장합니다. 침으로 극한의 고통을 주어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도 등장합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가혹하니까.

고문경찰의 악명은 현대에 이르러 이근안에 이릅니다. 그런데 일제유산도 청산하지 못하고 독재유산도 청산하지 못한 우리는 또다른 비극을 눈앞에서 봅니다. MB정권이 등장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근안씨는 2010년 자신있게 자신은 “고문 기술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고문 기술자’ 혹은 ‘민주 인사를 무참하게 탄압한 인물’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며 강압적 수사가 있었지만 “당시 상황에는 그때에 맞는 수사 기준이 있었다”며 애국을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일한 것을 지금의 잣대로 죄인 취급을 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건국 60주년이라고 합니다. 정부수립에 참여했던 친일파는 눈에 보이고 독립운동을 위해 조국을 떠난 투사들을 무시합니다.그래서 도울 김용옥이 말합니다.

나라가 왜놈들에게 먹히기 전에 재산을 전부 팔아 서간도 망명을 결의했는데, 건영·석영·철영·시영·호영, 6형제가 모두 의연히 동의했다는 것은 경패(敬佩)의 염을 금할 길 없다. 지금 우리나라가 외세에 의해 망하게 되었다면, ‘강부자’ 같은 최고의 거부들이 재산을 다 팔아 독립운동에 헌신할 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손가?

3.
아마도 영화는 중화인민민주주의공화국 건국 60주년에 때맞추어 제작된 듯 합니다. 그렇지만 건국대업(建國大業)과 달리 심리스릴러에 영화적 완성도가 무척 높습니다. 표현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요즘 세대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세대는 조국, 투쟁, 희생, 해방, 산자와 죽은자이라는 단어에서 뜨거움, 끓어오르는 무언가의 열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살아남은 ‘권총’이 편지를 떠올리며 흘리는 눈물에서 나도 같이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메세지를 전할 수 있을지는 오늘에 달렸어.

죽는 건 무섭지 않지만 날 사랑하는 이들이 내가 죽은 이유를 모를까봐 무서워 난 지옥에 있겠지만 메세지는 여기에 남길게
우리 가족들과 언니가 나의 이 결정을 용서하길 바래.

난 지옥에 있겠지만 메세지는 여기에 남길게
우리 가족들과 언니가 나의 이 결정을 용서하길 바래
그렇지만 나중에 나의 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믿어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내가 이렇게까지 무정하게 한 것은 민족이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바쳐 여러분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육체는 이렇게 사라지겠지만 영혼은 여러분과 함께할 것입니다

적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유령과 권총은 누구 한 사람이 아닌 이 시대의 살아있는 정신이고 신앙임을

항일조직이 괴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다른 동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샤오밍이 친언니이상으로 좋아했던 리닝위에게 남긴 편지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치파오에 모스부호로 쓴 편지.

내일이면 3.1절입니다.
오늘이 누군가의 희생으로부터 물려받았음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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