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주동안 주말 시간에 책 하나를 부담없이 읽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70가지 여행”입니다. 여기서 여행은 우리에게 익숙한 ‘여행(=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자기 거주지를 떠나 객지(客地)에 나다니는 일)’만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탐험 혹은 정복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서문에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관찰은 이해로 향하는 열쇠다. 역사 전반에 걸쳐 사람들은 환경을 보고 이해하기 위해 여행을 했다. 낯익은 주변 환경에서 시작해 장거리 여행을 시도한 경우든, 아니면 군사·경제·종교적 성격을 띤 원정의 경우든 모든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관찰하고 기록하려는 그칠 줄 모르는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이 책에서는 여행의 다양한 사유를 다룬다. 이주와 종교도 있고, 호기심과 정복도 있다. 또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을 때 얻은 혜택도 다룰 것이다. 여행가가 직접 그 시대에 기록한 사례도 있고, 당대나 이후 역사가들의 저작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여행도 있으며, 신전이나 궁궐 또는 사금파리나 뼈 같은 고고학적 유적과 유물로 흔적을 남긴 여행도 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여행을 재구성하다 보면 자연히 한 가지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미지의 세계로 진출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이러저러한 모험을 무사히 치르고 귀환한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었을까? 탐험의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정의하는 탐험이란 세상을 변화시킨 여행을 뜻한다. 따라서 이 책에 기록을 남긴 ‘위대한’ 여행은 모두 우리의 세계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여행이다.
2.
그러면 세계관에 영향을 준 여행은? 어떤 것일까?
고대 세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거나 대체로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출발합니다. 아마도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로부터 탈출하는 여행’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다시 아시아를 거쳐 아메리카를 넘어가는 신세계여행을 다룹니다.
중세에는 종교적인 목적을 지난 여행을 다룹니다. 실크로드를 통해 불경을 구하기 위한 중국인들의 여행도 있고 예루살렘, 산티아고를 향한 그리스도교의 성지여행도 그려집니다. 이븐 바투다나 명나라의 정화함대도 등장합니다.
르네상스에 들어서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항해시대가 열립니다. 대항해시대의 주역들인 콜롬버스,마젤란등이 등장하고 현대에 이릅니다. 남극,북극, 에베레스트산을 넘어 심해탐사가 다루어지고 달에 착륙한 인간이 우주를 향해 진출해가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3.
르세상스에서 근대에 이르는 여행은 유럽의 팽창 및 정복과 맞닫아 있습니다. 시대적인 욕망은 정복과 팽창으로 표현됩니다. 그렇지만 시대적인 욕망때문에 모든 사람이 탐험과 여행을 나서지 않습니다.
“전하께서 나 크리스퍼 콜럼퍼스를 인도에 파견하셨다. 그러나 통상하는 것처럼 동쪽 육로를 택하지 말고 우리가 아는 한 일찍이 누구도 간 적이 없는 서쪽 길을 통해 인도로 가라고 명하셨다.”(콜럼버스 항해일지, 1492년)
“총 사령관은 너무 기뻐 울었다. 그는 그곳을 소망의 곶이라고 이름 지었다. 오랫동안 그 곶을 기다려왔기때문이다. 그 뒤 우리는 그 해협을 빠져나와 태평양으로 뛰어들었다.”(피카페타, 태평양에 이르러, 1520년 11월 28일)
“누구도 그런 것을 찾으려고 그렇게 험하고 힘든 여행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나라의 날씨는 너무 더워 어떤 일도 쉽게 할 수 없어요. 나 역시 목숨을 걸고 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더 이상 머물수 없었죠.”(뉘른베르크의 요한 게오르크 폴카메르에게 보낸 편지, 1708년)
“1879년 7월 20일 오전 11시 우리가 탄 베가호는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해협의 중간에 이르렀다. 여기서 우리는 깃발을 내걸고 스웨덴식 예포를 발사해 구세계와 신세계의 만남을 축하했다. 드디어 많은 나라가 꿈꾸는 목표점에 이른 것이다.”(노르덴셀드, 1881년)
“내 머릿속에는 늘 하나의 그림이 떠오른다. 세 척의 보트가 있다. 동상에 걸리고 물에 젖고 몹시 목마른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들은 몇 일동안 잠도 자지 못했다….밤새 밧줄에 손을 얹고 앉아 있다. 보이지 않는 파도가 들이닥칠 때마다 그의 생각은 앞 날에 대한 계획으로 바삐 흐른다.”(앱슬리 체리 개러드, 1919년 12월 13일)
“비행은 크나 큰 자유를 준다. 마치 신이 된 듯한 기분이다. 나는 바다의 해안과 뭍의 길에 예속되지 않는다. 북쪽으로 북극까지, 서쪽으로 태평양넘머까지, 남동쪽으로 아마존 정글까지 마음대로 누빌 수 있다.”(찰스 린드버그, 1953년)
“평생토록 나는 달을 2차원의 작고 노란 원반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제 달이 지금까지 본 공 가운데 가장 멋진 공이리나느 생각으로 바뀌었다.”(마이클 콜린스, 아폴로11호의 우주배행사, 1969년 달 궤도에 도달했을 때)
이들은 남과 다른 DNA를 가졌습니다. 시대적인 요구는 이들의 선구자적인 여행으로 현실화되었습니다.
이동의 정신을 촉발한 것은 무엇일까? 그 굶주린 마음은 무엇을 먹으려 했을까?한 친족 집단이 누대에 걸쳐 에티오피아에서 남아메리카 남단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단지 메머드 고기나 맛있는 과일을 찾으려는 유목생활의 요구를 넘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틀림없이 집단지도부의 대담한 호기심,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이, 개척정신이 왕성한 개인에게 반영되어 역사적으로 위대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다.
피터 와이브로의 이동의 정신중..
4.
여행이든 탐험이든 정복이든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대항해시대에 탐험에 나선 개척자들은 항상 왕정의 뒷받침을 받았습니다.? 누가 위험이 높은 여행에 돈을 댈까?? 금융제국 JP 모건을 다룬 “The House Of Morgan”중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 몇 주동안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다가 우연히 눈에 띄더군요 ^^)
“또다른 위기가 피바디 은행을 엄습했다. 런던의 머천트 뱅크는 독일의 유니버셜 은행처럼 벤처사업에 돈을 대기도 했다. 피바디 은행이 북극지역으로 향하는 북서 지역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떠난 존 프랭클린의 탐험에 자금을 지원하게 한 예이다.”
르네상스이후에서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습니다.
위험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하면서 뒷받침을 하고 있는 자본이나 왕정의 탐욕에 불편하였습니다. 저자들이 주장하듯이 세계관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 서구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그렇기에 불편하였습니다. 책의 머리에서 다루었듯이 인류는 아프리카를 벗어나서 신세계에 이르는 오랜 여행을 통해? 세계의 곳곳에 정착하여 나름의 문화와 역사를 이미 가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지구적인 규모는 아니더라도 대륙과? 대륙 혹은 지역과 지역은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다만 치마고도나 실크로드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새로운 문명에 의해 열려진 새로운 교류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부터 10만년전 인류는 아프리카를 벗어나서 지금까지 길고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언제 끝날 수 없는 아주 길고긴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우주 어디에 있을 수 있는 미지의 생명체와의 만남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행이 정복일지 무엇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