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1.
오랜만에 아이들도 없고 부모님도 없이 단 둘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렇다고 낭만이 있는 여행은 아닙니다. 80년대 초반부터 노동운동을 통하여 만났던 사람들까리 조촐하게 신년회를 하는 자리입니다. 각자 살아온 과정을 다르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 서울노운협(=서울노동운동단체협의회)라는 곳에서 몇 년동안 치열하게 함께 했던 사이들입니다. 우리 부부도 89년 서울노동운동단체협의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사실 2009년말 사당역근처에서 송년회를 하였습니다. 그 때 참석하지 못한 몇 분들을 만나고 30여년에 걸친 서울생황을 청산하고 원래의 직업인 목사가 되기 위해 충주호근처에서 전도사로 계시는 분들? 격려(?)하러 만든 자리였습니다. 매해 어김없이 연말이면 송년회를 하지만 노동단체를 마무리한 이후 벌써 20여년이 지났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랜 만에 충주호까지 가는 길이라 중간에 청주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대학때 고전연구회를 했던 친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변호사, 주로 민주노총일을 합니다. 다른 친구는 초롱이네도서관을 시작으로 지역에서만 벌써 20여년째 터를 잡고 있습니다. 요즘은 할머니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손큰할매만두’라는 사회적기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만두도 살 겸 해서 손큰할매만두집을 찾았습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반갑게 맞이해주었습니다. 만두 한접시를 뚝닥 해치우고
주섬주섬 냉동만두를 포장하고 충주호로 출발하였습니다. 세상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어려울 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미있는 소비’가 중요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만두가 필요한? 분들은 아래로 연락해주시면 어떨까요! 찐만두는
5000원이지만 냉동만두는 500원정도 싸게 배달합니다. 전화번호는 043- 292-0212입니다.(^^)

3.
방문지는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 반석교회. 충주나루를 지나서 호수옆을 돌아돌아 끝까지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예정보다 한시간이나 지나서 도착. 우리 부부를 빼고 먼저 도착하여 닭도리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참석자 면면을 보죠. 앞서 말했던 분은 열린우리당, 두산중공업 임원, 재야문화사업등을 두루두루 하다 원래의 직업을 찾아 사목의 길로 나섰습니다. 90년대 초반 저와 같이 구로동에서 서울노동운동연구소를 했던 선배님은 유학후에 대학교 강단에 섰습니다. 전공이 갈등관리라고 합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새마을운동중앙회등에 일하다 현재는 녹색병원 상담실장으로 계시는 누님도 있습니다. 과천에 살아 아내와 같은 계원이고 학번은 같지만? 나이가 많은 누님은 학교급식네트워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와 또래인 친구는 여주에서 한의원을 개업하고 있고 후배는 청주에서 10여년을 학원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다양하죠? 386세대들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모이면 즐겁게 하는 것은 수다입니다. 웃고 떠드는 동안 해가 뉘엇뉘엇 지고 헤어질 시간입니다.

4.
이상과 같은 여행이면 너무 평범합니다. 이제 문제의 사건이 발생할 시간입니다.
내비게이터를 찍고 집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넷북에 GPS와 지도프로그램을 구매하여 자동차에 설치한 내비게이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믿었습니다. 내비게이터가 가는 길을 따라가면 서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충주댐을 지나서 내려올 때만 해서 이상하지 않았는데 철교밑을 지난 다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점점 외진 산길로 길을 인도하는 듯 하더군요. 그래도 굳굳하게 믿고 운전을 하다 잠깐 방심을 한 사이 그냥 길을 지나쳐 U턴을 하여야 했습니다. 외진 길이라서 조심히 차를 돌려 왔던 길을 가는 도중? 약간 구불어진 길에 차가 미끄러지더군요.

“어!”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차는 뚝방길 아래로 꼬꾸라져 내려갔습니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차가 뒤집히나 두려워하는 사이 멈췄습니다. 다행히 뒤집히진 않고 4미터정도 논에 처박혀버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간신히 차에서 빠져나와 119로 전화할까 하다 보험사에 신고. 위치를 물어보더군요. 막막한 순간 머리속에서 얼마전 구한 아이폰이 떠올랐습니다. Daum지도을 열어서 ‘현위치’를 알아보았습니다.

“충주시 동량면”

긴급출동차량이 두대가 동원되었습니다. 2시간을 쌀쌀한 시골 산길에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기사님들의 도움으로 차를 올려보니 다행히 외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소음기가 망가졌습니다. 혹시나 해서 충주시내로 가서 검사를 받고 열심히 과천으로 올라왔습니다.

기사님이 그랬습니다. 뚝방길에서 사고날 경우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만약 속도가 조금더 높았으면?
만약 차량 방향이 90도로 떨어졌으면?
만약 차가 180도 전복되었으면?
차가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되었을 수도.

지난 토요일 어머님이 절에서 기도한 도움이려니, 충주호에서 만난 선배님의 기도덕분이려니, 그저 나를 아는 사람들의 기도려니 생각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여행이었습니다.

4 Comments

  1. 하늘보이

    큰 일 날뻔 하셨네요. 그나마 다행이십니다. ~
    자주 님의 블로그에서 좋은 글 읽고 가는데. 처음으로 글 써봅니다.

    Reply
    1. smallake

      염려 감사합니다.
      흔적을 남겨 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느낀 저의 교훈.감사하면 살아야겠다고….

      신자는 아니지만 아내따라 성당에 가서 기도를 계속할까 합니다.^^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Reply
  2. 김도형

    눈길 운전이라 더 위험했을 텐데 많이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Reply
    1. smallake

      감사합니다.과장님도 건강하시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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