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주교회의의 보도자료입니다.
금년 7월에 우리는 남북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0년을 맞이하게 됩니다만, 요즈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어느 때보다도 혼미한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의 회심을 위해 기도했듯이 우리도 우리 모두의 회심을 위해 먼저 기도하고, 주님의 자비와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쳐야 할 것 같다는 소회와 함께 한국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 아래와 같이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보내오셨습니다.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혼미한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가톨릭신자는 물론 선의의 모든 분들과 함께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평화를 구하는 기도
주님, 이 어리석은 민족을 용서하소서!
수백 만 백성이 배를 곯고 있는데,
쌀밥 한 공기, 고깃국 한 그릇도 배불리 못 먹이면서,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핵무기를 실험하며 허공에 돈을
뿌리는 어리석은 무리를 용서하소서!
주님, 이 무심한 민족을 용서하소서!
한 핏줄, 한 민족 백성이 굶주림에 허덕이다 못해 철조망을
뛰어넘고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먼 나라 산하를 헤매다가
가진 것 다 팔고 몸까지 팔고 영혼이 산산조각 나는데
지척에서 소 닭 보듯, 나 몰라라 하는 이 무정한 무리를 용서하소서!아벨을 죽인 카인을 용서하셨듯이,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속인
야곱을 용서하셨듯이, 저희를 용서하소서!
당신이 베푸신 끊임없는 은총을 망각하고,
돌아서면 불평하고, 밥 먹듯 배신을 반복한 이스라엘을
눈감아 주시고 참아주시고 용서하셨듯이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이 우매한 백성은 불과 60년 전에 수백만 동족 목숨을 짓밟은
어리석은 전쟁을 치르고 부모 형제들의 비명과 신음 소리 들으며
그 많은 시신을 땅에 묻고도 벌써 까맣게 잊고 있습니다.
당신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형과 아우들, 누이와 친구들 목숨
끊으려고 또 다시 총을 닦고 포대를 세우고 핵폭탄까지 터뜨리며
당신 앞에 오만과 협박을 늘어놓고 있습니다.형제 집안보다 40배나 많은 재산을 벌어 하늘에 닿는
대궐 같은 집에 살고 살 뺄 걱정들만 하면서도 도움을
청하는 가난한 형제를 업신여기고 손 내미는 아우 앞에
매정하게 문고리를 닫아걸고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하지만 주님, 당신은 이 백성을 수천 년 동안 자애로이
키우시고 길러 오셨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이민족의 침략과
역경 속에서도 지켜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살려내셨습니다.
주님, 당신의 옛 정과 사랑을 기억하시어 이 우매한 백성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당신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어 주소서. 그러면 저희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옵니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 않게 하소서.저희에게 주님의 영을 보내소서.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주님을 경외하는 영을 보내주소서.
그러면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옵니다.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