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발자 한 분이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코스콤의 HTS프로젝트를 할 때 친했습니다. 한참 뒤 코스콤을 나와서 금융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를 다니고 다시 금융SI를 하는 회사에 몸을 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커피한잔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품도 만들어 보았고 SI도 해본 사람으로써 “소프트웨어개발자의 미래가 없다”고 이야기하던군요. 그래서 선택한 길은 알고리즘 트레이더입니다. 지수옵션을 거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트레이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익율이 높다고 하네요. 로봇트레이더의 길로 나선다고 합니다.
또다른 개발자 한 분이 있습니다. 이천년쯤 모 증권사 프로젝트를 할 때 만났던 분입니다. 한동안 증권사를 다니는가 했더니만 나와서 FX를 개발하는 회사의 책임을 맞았습니다. 다시 유명한 트레이딩 회사에서 일하다 지금은 금융SI업체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 분은 부업이 있습니다. 알고리즘트레이딩에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전략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을 보니까 Market Making Model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이 분도 자신의 미래를 로봇트레이더에서 찾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자본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은 별 볼 일이 없습니다. 자신의 전부를 걸기엔 미래가 불투명하고 사회적인 대접도 좋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을 합니다. 창업을 한다고 뽀죡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업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서 미래를 찾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증권사에 대해 고객이고 갑입니다. 을이기때문에 받을 수 있는 불공정한 행위가 없습니다. 나이의 제한도 없습니다.
로봇트레이더로 새출발을 하여야 할까요?
2.
영국 잡지인 가디안이 HFT에서 일하는 프로그매머의 일상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Voices of finance: computer programmer at a trading company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프로그래머입니다. 자신의 일상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I am an IT guy with a strong background in maths. I have co-written the?program for our high-frequency trading systems ? ‘the engine’, as we?call it. I come into the office around 7am, well before the stock market?opens. My team and I need to check and double-check all our systems?prior to trading. With so many trades taking place each day, it’s?important to ensure everything is accounted for correctly before and?after trading. During the day our team monitors the engine as it buys?and sells, thousands of times. Lunch is 10 minutes, the time required to
run across the street, grab a sandwich and get back.? The day gets slightly more tense as we draw nearer to 4.30pm, when the ?market closes. Once closed, any mistakes can’t be corrected until the?following trading day, so could end up being expensive.
그러면 무슨 일을 할까요? 뭐 예상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다만 돈이 걸린 민감한 문제이기때문에 오감을 세우고 모니터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We constantly check for bugs, disruptions or indications of incorrect?activity. Even if the engine misbehaved for just a second, the number of?trades it could do in that time is enormous. Thus it is important to?monitor it as closely as possible. The mark of a good program is not
just how it performs during normal operations, but also how it reacts to?unexpected events. It is important to ensure that there are several?layers of fail-safes built into the engine itself.
Real stress occurs when the machine does something unusual and you can’t?figure out whether it’s an internal bug or something in the market.?Humility is essential for programmers like me. You must always assume?something is your own fault. If you are arrogant and you tend to blame a?bug on the outside world, it is likely you’ll miss a bug of your own.
HFT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알고리즘)과 속도(latency)입니다. 빠르면 빠를 수도록 경쟁가가 없는 알고리즘이면 일 수도록 더 많은 수익을 얻을 확율이 높아집니다. 그렇지만 항상 변수는 존재합니다.
One is a so-called black swan event, something entirely new, unforeseen?and unprecedented that you couldn’t have modelled for it ? it’s new so?it could not logically have shown up in historical patterns.?Another?peculiar aspect is that there are more companies like ours, so when we?analyse market movements we need to take into account the activities of?those other companies and include these in our model. Meanwhile the?other companies are doing the same so you get into a ‘they know that we?know that they know’ situation.
인터뷰에 응했던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현재를 100% 만족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하네요.
3.
미국 Celent라는 조사기관이 HFT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High Frequency Trading: Looking to Asia for Succor?
미국이나 유럽의 HFT들이 지난 몇 년동안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경쟁이 늘어나면서 수익율이 떨어진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따라 HFT들이 아시아시장이나 주식이 아닌 다른 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소개하네요.
In the Asia-Pacific region, Japan and Australia are the leading HFT markets, with share of HFT trading in 2011 in the region of 28% and 20% respectively. These are followed by Singapore, Hong Kong, and Taiwan. China and India are also important markets for HFT in Asia, but dealing with the regulatory environment is a challenge in both these countries.HFT strategies are mostly implemented in cash equity markets, but are also gaining significant traction in futures, options and foreign exchange markets. Correlation between investment returns in various asset classes vis-a-vis emerging markets, as well as commodities have been rising since 2004, and this trend has been strengthened by the financial crisis.
This has encouraged the emergence of cross-asset trading. This is leading to complexity in areas such as real time position monitoring, collateral management when trading across multiple assets and management of infrastructure.
한국에서? HFT 혹은 알고리즘트레이딩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ELW재판으로 궁지에 몰리긴 했지만 ELW스캘퍼들이 나름 가능성을 보여주습니다. 또한 지수옵션을 하는 팀들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기국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 수 없지만 통과한다고 하면 ATS등 규제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HFT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판단합니다.
이 때 고려할 것이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HFT와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실력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규제환경이 변화하고 기회가 더 늘어난다고 하면 그 만큼 해외트레이더가 더 한국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을까 합니다.?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과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갈고 닦지 않으면 기회는 그냥 기회로 그칠 확율이 높다는 생각입니다.
4.
자본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및 프로그래머가 중요하다고 수도 없이 강조하여도 말로 그친다고 하면 프로그래머는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월급을 받는 프로그매머도 선택입니다. 다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로봇트레이더의 길을 가겠다고 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ELW매매를 하고 계시는 분이 저를 보면 매매를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싫다고 합니다. 저의 적성과 맞지 않기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로봇트레이딩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가장 잘 인정하는 분야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따라서 프로그래머도 그 만큼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의 자금을 스스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앞서 영국 프로그래머는 100년에 한번 있을 수 있는 기회의 시대라고 평가합니다.
“I just feel incredibly lucky to be living now. What would I have been doing with my maths skills 100 years ago? Or 100 years from now? This is exactly the right time in history to have these skills. And I have them.”
여러분의 생각은?
알고리즘 트레이더를 준비하는 개발자입니다.
스터디 모임도 갖고 있고, 마음속에는 시스템 트레이딩 개발관련 아이디어가 한가득 들어찼습니다.
그런데 본업인 회사업무는 항상 일정에 쫓기고, 일과를 마치면 진이 빠지고, 칼퇴도 가뭄에 콩나듯 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다보니 집에 돌아와서 만사 귀찮아집니다.
지난 여름, 한창 더울 때 정말 몇주에 걸쳐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진도를 빼지는 못했지만, 나름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어느정도 진척을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지구력이 떨어져서 그 몇 주 이후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회사 일도 마침 매일같이 늦은 야근으로 집에 느즈막히 들어올 수 밖에 없었고요.
회사 일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쉽사리 정을 붙이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솟아나고, 이런저런 적용을 해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길 추진력을 얻기가 너무 힘드네요.
세계경제위기와 금융거래에 대한 여러가지 제제조치로 인해 시스템 트레이더의 미래가 좋을런지 나쁠런지 이제 불투명한 것 같은데.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한직에 놓인 개발자로서 본업을 연장하는 가장 주요한 선택지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사회와 환경이 그럴 기회를 잡을 준비도 못하게 훼방을 놓는다는 느낌이…
사실 한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살아가면서 다른 일을 준비한다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말씀대로 야근 등때문에 심신이 지치죠.
아마 두가지 검토를 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어떤 사례를 보더라도 개인이 트레이딩을 하기 보다는 팀작업이 더 좋은 듯 합니다. 보통 프로그래밍을 할 때 제3자 리뷰나 Peer 2 Peer Review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합니다. 덧붙여 자본을 모으기도 좋고
다른 방법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알고리즘트레이딩을 구현하려면 다양한 기술적 요소를 결합하여야 합니다.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선택할지 냉정한 판단을 하여야 합니다.
사실 제가 하는 모델은 전략에 선택과 집중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입니다. 트레이더가 프로그래머이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래머 모두가 트레이더는 아닙니다. 프로그래밍하는 트레이더로써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략적 완성도 혹은 모델의 수익성이 아닐까 합니다. 적은 자원을 자신의 경쟁력에 키우는데 투자하는 것이 바로 성공전략이 아닐지..
이야기하다 보니 제가 영업사원이 된 듯 합니다. 오해없기를 바랍니다. (^^)
@smallake 아닙니다.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일단 두가지 방법을 다 해보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스터디 모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분업해서 진행합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경험이 많은 리더 지휘하에 업무를 분담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도 있죠.
근데, 다들 이런저런 일들에 치이니 서로가 진도에 맞춰 진행하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꽃을 핍니다.
물론 쉬운 일이면 아무나 다 시도해서 성공했겠죠.
그래서 다들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역시 각자 투입시간과 지속력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올리시는 글들 보면서 다시 기운을 차려봅니다.
@오랜만에 예전 직장에서 프로그래머들 보고 Off Duty시간을 내서 제품개발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결과는 실패입니다. 결국 인생에서 반쯤 걸치는 것은 없다는 뜻이죠. 전력을 다해도 쉽지 않는 것인데.
사실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나을지는 각자의 선택이라…
하여튼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