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 셋째 이야기

1.
파생상품 발전방안을 다루는 글중 세번째입니다.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 둘째 이야기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이 아직도 논란입니다. 파생상품시장은 두가지 과제를 해결하여야 합니다.

거래활성화 vs 투자자보호

어디에 방점을 찍을지에 따라 다른 입장이 나옵니다. 그러면 금융위원회 방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보호가 가장 앞선 정책적 목표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금융연구원 김영도 위원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금융투자 상품과 관련된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조치는 의미가 있다. 파생상품은 사용목적에 따라 이용자에게 상당히 다른 효과를 준다. 일부는 파생상품을 위험회피(헤지)용으로 이용하고 일부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이용한 투자(투기)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이 30%대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국내 파생상품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소액으로 큰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제로섬 게임인 파생상품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기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사회적으로 국민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 부문에서 투자자 보호는 당국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이슈다. 투자자 보호 강화는 필연적으로 금융시장과 산업의 효율성을 일정 부분 희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어느 수준이 적당한지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숙제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투자자 보호장치는 교육을 통해 투자자 스스로 투자 대상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므로 이번 조치는 정책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발언대]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의 의미중에서

서울대 안동현 교수도 투자자 보호를 강조합니다.

정부는 왜 개인투자자 유입 문턱을 높였을까.

첫째, 파생상품이 상품구조와 가격결정, 민감도 등 그 속성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개인투자자는 이런 비대칭성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을 감독당국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점을 참고한 듯도 하다.

둘째, 파생시장이 제로섬게임이란 측면에서 도박과 경제적 속성이 동일하다는 점을 지목할 수 있다. 하지만 파생시장과 도박은 차이가 있다. 도박은 모든 참가자가 투기적 수요로 참여하는 데 반해 파생상품시장은 투기적 수요 외에 헤지수요 및 현물과 파생상품 간 가격 격차를 통해 이득을 추구하는 차익거래 수요로 세분화된다. 헤지 수요의 비중이 얼마냐에 따라 도박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결국 파생상품시장의 경제적 기능은 헤지 수요의 비중에 달려 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밝히자면 개인투자자는 헤지가 필요할 정도로 현물에 대한 노출도가 큰 경우가 드물고 차익거래도 거의 하지 않기에 대부분 투기적 참여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다 보니 ‘불공정한 도박’에 가깝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ELW시장은 스캘퍼(전문 초단타 매매자)를 제외한 개인투자자의 95% 이상이 손실을 봤다. 파생상품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성격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금융투자업계는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선진시장과 달리 개인투자자의 참여 없이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 참여가 ‘투자자 개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는 듯하다.

시장의 활성화는 건전성과 공정성 증진에 그 답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감독당국의 파생상품시장 대책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정책의 좋은 의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파생시장 발전, 건전·공정성에 기반 둬야중에서

안동섭 교수의 글은 궤변입니다. 시장 활성화는 투자자 보호로 이루어질 수 있고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되는 문제라고 합니다. 논리를 증명하려면 ‘어떻게 운용하여야 하는지’가 핵심인데 이것은 쏙 빠졌습니다.

2.
그러면 금융위원회의 방안을 비판하는 분들은 어떤 논리일까요? 대부분 금융투자회사에 다니는 분들은 익명으로 의견을 표현합니다. 아래 인터뷰는 외국계 회사이기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노무라증권 이혜나 상무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 들어보셨죠? 초가삼간을 태우면 빈대는 박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살 집이 없어지죠. 홍콩이 시장을 직접 규제하지 않는 건 이 때문입니다. 한 국가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면 더 이상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인건비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 때 새로운 성장동력은 서비스업입니다. 금융업은 그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속하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고요.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이자 중국 시장의 관문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건 그래섭니다.

주식시장을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요?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은 함께 움직입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서 삼성전자 풋옵션을 함께 삽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말입니다. 파생상품 시장이 주식시장의 위험 회피 기능을 한다는 얘기죠. 횡보하는 코스피 지수는 어쩌면 고사 직전에 놓은 파생상품 시장의 다른 얼굴일지 모르겠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파생상품 시장 발전 방안을 내놓은 건 환영할만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더군요. 파생의 기본이 되는 상품이 잘 안되는데 신상품을 추가로 상장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요?
겹겹이 규제 … 파생상품 직원들 다 짐 쌉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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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회사가 의견을 표현하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은 보고서입니다. 애널리스트가 만드는 종목 및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하여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애널리스트가 이런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김영도, 안동섭 교수 및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보호정책을 내세우도록 만든 “개인은 파생상품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는 전제에 도전하였습니다.

지난 주 국내 파생시장을 놀라게 한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안에는 개인투자자 보호 안이 포함되었다.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면 파생매매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는 일정 시간의 교육과 모의투자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탁금도 선물매매 3,000만원에서 옵션매매 5,000만원까지 비교적 큰 폭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과연 개인투자자는 파생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는 투자주체인지 객관화된 데이터를 토대로 검증했다. 다양한 포지션매매가 가능한 옵션시장은 손익 판단이 힘들기 때문에 선물시장을 대상으로 했다.

-검증 로직은 간단하다. 개인투자자의 선물매매를 누적한 후 순매수가 늘어나면(개인 누적 순매매의 이동평균선을 계산한 후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면 익일 시가에 매수) 매수하고 반대라면 매도하는 방법이다.

-2013년부터 시뮬레이션 한 결과 대략 100p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승률은 54%였고 대체로 우상향의 수익률 곡선이 형성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K200이 비교적 제한적인 움직임을 연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양호한 수익이다.

-물론 이러한 간단한 시뮬레이션으로 특정 투자주체의 손익을 분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생각만큼 개인투자자는 무능(?)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기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선물 개인은 정말 깨졌을까?중에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리가 아닌 실증의 영역으로 논쟁을 끌어내릴 수 있기때문입니다. 미국의 HFT논쟁처럼 한국거래소의 데이타를 이용하여 분석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3.
금융위원회 방안을 또다른 시각에서 비판한 논문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미 자본시장 사랑방에서 ‘규제프로세스의 정립’을 제안하였던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박사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Perspective에 기고한 논문에서 규제조치가 만들어낸 결과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파생상품시장의 규제 이슈에 대한 고찰

Download (PDF, 4.5MB)

여의도가 금융위원회와 맞짱을 뜨려면 데이타에 근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남길남 위원이나 최창규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틀을 데이타로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한걸음 나간 논쟁이 가능합니다. 한국거래소가 데이타를 제공하고 금융투자협회가 연구비를 지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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