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바와 제임스 본드. 그리고 애론 크로스
살인 면허를 갖고 인간병기로 키워진 영화 주인공들입니다. 실바와 제임스 본드는 007 스카이폴의 주인공, 애론 크로스는 시핀 오프 본 시리즈인 본 레거시의 주인공입니다. 공통점은 조직에 의해 버림받은 공작원입니다. 다만 선택은 다릅니다. 부활, 복수, 생존.
본 레거시. ‘Man vs Wild’라는 리얼다큐가 있습니다. 극한의 조건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줍니다. ‘인간 대 자연 극한에서 살아남기’의 주인공은 전직 SAS 출신입니다. 본 레거시는 야생을 무대로 국한하면 ‘Man vs Wild’의 극장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행위는 특수공작원을 육성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생존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존을 위한 행위가 인간사회로 옮겨지면 폭력으로 바뀝니다. 야생에서 생명에 위협을 주던 것은 인간의 광기와 욕망으로 바뀝니다. 체제를 위해 버림받은 애론 크로스의 사회 생존기, 본 레거시입니다.
반면 007 스카이폴의 실비와 본드도 체제는 아니라 하더라도 작전을 위한 선택때문에 버림받습니다. 실바에 잡힌 제임스 본드를 앞에 두고 실바가 말합니다.
어느 외딴 섬에 쥐가 가득했다. 어떻게 하면 쥐를 잡을까 고민하던 섬 사람들은 드럼통과 코코넛을 준비하여 덫을 놓았다. 드럼통 위에 코코넛을 걸어두었던 것이다. 이를 보고 달려들던 쥐들은 그만 드럼통 안으로 추락하고 만다. 여기저기 설치된 드럼통 속으로 쥐들이 빠져들면서 섬에 가득했던 쥐들이 점차 없어져갔다. 그러나 섬 주민들은 드럼통 안의 쥐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 드럼 통에 갇힌 쥐들은 따로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쥐들은 그 통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게 되었다. 마침내 통 안에는 최후의 두 마리만 남게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통 안에 갇힌 쥐들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이제 오다가다 코코넛을 보더라고 관심이 없다. 아직 섬안에 살아남은 쥐들을 잡아먹느라고 정신이 없다.
코코넛쥐로 키우진 두 명의 특수공작원은 다른 선택을 합니다. 코코넛과 쥐로 상징합니다.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들은 매순간 선택과 결정을 합니다. 선택과 결정이 어떤 이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뀌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에서만 희생자는 생존이나 복수나 부활이 가능할 뿐 입니다. 현실에선 그저 처참히 짓밣혀 좌절과 죽음을 맛 볼 뿐입니다. 여의도 칼부림사건으로 알려진 절망살인입니다.
김씨는 마지막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낸 자기소개서에 “군대에서 지오피(GOP) 철책근무와 전방 상황근무를 통해 사람이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맡겨져도 노력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최선을 다해 제 발전은 물론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썼다. 하지만 김씨는 1년여 만에 빚 4천만원과 깊은 절망만 남긴 채 지난 4월 이 회사를 그만뒀고, 지난 22일 여의도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폭발시켰다.
내부의 적입니다. 명시적인 적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합니다. 영화 스카이폴 M이 의회 청문회에 나와 증언합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세상은 여러분이 마주하는 세상과 다릅니다. 그리고 제가 그안에서 무서운 세상을 봅니다. 저를 두렵게 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우리는 적들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국가가 아닌 개인들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우리가 두려워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단체인지, 어떤 국가인지 알 수 있습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이상 투명하지 않습니다.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위험은 그림자 속에 있는법이죠
위험사회의 적은 개인일까요? 아니면 끊임없이 희생을 요구하는 시스템일까요?
2.
아직 젊은 본 시리즈에 비해 본드 시리즈는 50년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고 시대의 변화를 담아야 합니다. 007이 Q와 첫만남을 가질 때의 대사입니다.
007, 제가 새로운 장비부서 책임자이에요
농담하는거지?
왜요? 제가 흰색가운을 입고 있지 않아서요?
자넨 아직 얼굴에 여드름도 가시지 않았잖아
제 얼굴과는 아무 상관없어요
네 자신감과도 상관없지
나이가 많다고 꼭 능력이 있는 건 아니예요
젊다고 꼭 혁신적인 건 아니지
당신이 현장에서 일년동안 노력하는 것보다 제가 잠옷을 입고 침실에서 노트북으로 하룻밤동안 훨씬 많은 공격을 할 수 있을텐데요
그러면 왜 내가 필요한데?
마지막에 방아쇠를 당길 사람은 늘 필요하니까요
Q와 새로운 M으로 대표하는 혁신에 구시대를 대표한 M은 청문회 마지막 의원들에게 좋아하는 시를 소개합니다.
We are not now that strength which in old days
Moved earth and heaven; that which we are, we are;
One equal temper of heroic hearts,
Made weak by time and fate, but strong in will
To strive, to seek, to find, and not to yield.비록 우리의 힘이 옛날처럼 하늘과 땅을 뒤흔들 수는 없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우리다, 모두 하나같이
영웅의 기개를 가진 우리는, 우리는
시간과 운명에 어쩔 수 없이 약해졌다 하여도
강력한 의지로 싸우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결코 굴복하지 않겠도다.
노병은 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군대에 보병이 필요한 이유나 정보기관에 현장요원이 필요한 이유는 같을 듯 합니다. 다만 영화에서 보인 M16의 정보시스템은 대단합니다.
M16보다 더 거대한 감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미국NSA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타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그림자속에 감춰진 위험을 찾아내기 위하여 전세계 모든 이의 사생활을 감시합니다. 한국 국정원 요원이 댓글을 감시하는 것과 달리.
The NSA Is Building the Country’s Biggest Spy Center (Watch What You 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