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통, 그러나 피드백은?

1.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소통을 위한 시스템구축을 먼저 합니다.

넥스트웨어시절 대표이사에 취임하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사내BBS를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현재 있는 회사에서도 웹메일과 Forum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시스템은 시스템일 뿐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휴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회사의 소통은 대면접촉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회의라는 공식적인 틀이 아니라 개별적인 보고등을 통해 의사결정이 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업무권한이 없을 때 의견을 내놓기 힘듭니다.

2.

전략기획실을 맡은 사람으로 사내와 소통이 쉽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프로젝트때문에 파견나간 상태에서 어쩌다 있는 회식이나 워크샵때 이야기하거나 고객사를 방문하여 저녁술자리를 갖는 것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메일입니다.

30명정도 되는 회사이기때문에 내부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메신저를 많이 이용합니다. 메신저로 할 수 없는 일도 많기때문에 메일이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보낸 메일 제목만 보면 이렇습니다.

아이낸스 차세대플랫폼과 관련하여
소프트웨어개발자와 프로젝트
본사 PC들의작업그룹과 컴퓨터이름에 대한 규칙
신입사원 교육에 대한 의견 및 계획
면접과 관련하여
모투자증권 해외선물프로젝트의 의사결정과 향후 대책
SW개발자용 독서토론 일자
신입수습사원 3개월 프로그램 개괄
PC Client팀이 검토하였으면 하는 자료들
Wiki를 이용한 주간보고서 작성에 대한 조사
주간보고 및 출근부
좋은 상사 되기
추천 교육
SW가내수공업
10월의 독서모임
[All of Software] 온라인 소프트웨어 개발역량 분석 리포트
소프트웨어개발에 대한 어떤 시각
……………………………………….

어떤 내용은 회사조직과 문화에 관한 것이고 어떤 것은 맡고 있는 일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메일을 보내면서도 갑갑한 점이 많습니다.

첫째는 보낸 메일에 대한 반응(피드백)이 없습니다. 아마도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술자리 대화라는 문화에 젖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둘째는 집행=실행입니다. 나중에 가면 권한의 유무가 쟁점이 됩니다. 술자리대화로 풀려고 해봅니다. 그렇지만 술자리대화는 모든 이슈나 문제를 안주로 전락시킬 뿐이고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할 어떤 힘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허탈하죠…

3.

그래서 멈춰버릴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누가 지시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까 그냥 하지 않으면 됩니다.그렇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전보다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만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처럼 소프트웨어개발자로써 한번쯤 생각했으면 하는 이야기를 하거나 좋은 글 내지는 교육을 추천하는 정도입니다.

2 Comments

  1. puritysb@gmail.com

    안녕하세요 한가로이 주말에 웹서핑을 하다 이렇게 우연히 들러 글 남깁니다
    먼저 포스팅 하나하나 수려한 문장(?)에 글 읽기가 참 편합니다. 글 못쓰는 저에겐 부러울 따름입니다 🙂

    저희 회사에서는 소통에 여러가지(메신저, 이메일, 사내 자유게시판 등)를 사용하고 있지만 종종 ‘리뷰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보통 소스코드 리뷰를 위해 사용하지만 이를 소통에 사용하는것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워크샵 장소 결정, 사내 스터디에 관한 토의, 새로운 룰의 적용에 관한 토의, 글에서 말씀하신 신입사원 채용 문제에 관한 토의…

    물론 사내시스템이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누구나 접근하기 좋게 되어있다는 전제가…
    시스템을 이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라고 하지만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

    Reply
    1. smallake

      안녕하세요. 주말이면 쉬셔야 하는데.운동도 하시고.전 자전거를 탔습니다만(^^)

      이 글은 소통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무엇이 소통에 장벽을 만들고 있냐에 대한 글입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혹은 인간관계에 대한 글이기도 합니다. 단지 일기와 같은 글입니다.

      그렇지만 댓글로 다신 내용은 동감합니다. 제가 사내에 설치한 아주 훌륭한 시스템들이 있죠. 그렇지만 문제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경영진의 생각이고.

      좋은 주말되세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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