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1.
영화를 보고난 다음 가슴이 따뜻해지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선택했고 역시나 가슴을 따뜻히 하는 영화였습니다.

여기 두사람이 있습니다.
사채로 빚을 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직장과 여자친구에게 버림받는 남자 김씨. 얼굴에 있는 흉터로 인해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하루종일 방에서만 살아가는 여자 김씨. 이들이 만나는 계기는 민방위훈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김씨는 한강다리에서 자살을 합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한강의 밤섬이었습니다. 밤섬이 묘합니다. 위치상으로 보면 서울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자연보호지역으로 사람이 출입할 수 없는 사실상 외딴 섬입니다. 무인도 아닌 무인도에서 스스로 야생생존을 택합니다.

그리고 밤섬 모래밭에 “Help”라는 글자를 크게 적어놓습니다. 아마도 내가 살아있음을 외계인(?)에게 보여주려고 했지 않았을까…

또다른 여자 김씨는 방이라는 또다른 무인도에 역시 스스로 나오지 않습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은 컴퓨터 그리고 망원경입니다. 어머니 하고도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그저 쪽지로 대화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민방위훈련 날? 밤섬에서 낑낑거리는 김씨를 봅니다. 그리고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2.
세상을 향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또다른 누가 조금씩 말을 걸어옵니다.
“Hello”
“Hello”
“How are you”
“Fine Thank you And You?”
“Fine Thank You”
사용자 삽입 이미지“I am sorry”
“Congratuation”

와인병에 담긴 쪽지와 모래밭에 적은 글씨만으로 두 사람은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또다른 김씨는 어머니와 짧지만 대화를 합니다. 또다른 김씨는 비록 늦은 밤 헬멧을 쓰긴 했지만 세상밖으로 나옵니다. 또다른 김씨는 아파트 경비원과 인형으로 대화를 합니다. 머리없는 인형에서 머리있는 인형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조금씩 소통방식이 변화하고 그만큼 서로 서로 변화해 나갑니다. 물론 영화는 더 이어집니다.

3.
소통는 진실입니다. 아니 절실함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면 소통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 그것이 우리가 진실한 소통을 원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서로다른 김씨 두사람은 작은 소통에서 세상을 향한 희망을 발견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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