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1.

최근 몇 년동안 프로젝트가 끼여 있어서 여름휴가를 잊고 살았습니다. 아내와 아이에게 무척이나 마안하였던 시기였습니다. 금년도 특별한 계획을 갖지 못하고 지내다고 큰아이가 “휴가 가자~~~”고 해서 엉겹결에 짐을 싸서 계획없이 출발하였습니다. 휴가라기 보다는 번개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발할 때는 제천영화제를 보고 동해안으로 빠져서 바닷가를 보고 올 심산이었는데 제천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동해안까지 멀고 해서 그냥 진부령을 넘어서 동해안으로 바로 가기로만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2.

그냥 나선 길이지만 초여름에 자전거로 갔던 두물머리를 들러 가기로 했습니다. 차로 가니까 박지원선생 생가도 당연히 보고. 홍수로 유실된 생가를 60년대쯤 복원하였지만  그래도 정취는 묻어나왔습니다. 연암선생님도 시대의 비주류라 생가는 무척이나 소박하였습니다. 방  네칸짜리 기와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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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는 꼼꼼히 엄마와 함께 유적지를 돌아보는데 큰 아이는 입구에서 뒤돌아서서 바로 차로 가버렸네요.세상은 아직 재미없나 봅니다.

3.

연암선생 생가에 조금 떨어져서 두물머리가 있습니다. 지난 초여름에 왔을 땐 연꽃이 만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연잎이 못을 뒤덮고 꽃은 만개를 하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초여름에 갔을 때 찍은 것들입니다. 연잎이 아직 못을 덮지 못하고 군데군데 연꽃이 작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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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주말엔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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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만나고 연잎과 줄기로 만든 국수를 한 그릇하였습니다. 큰 아이가 여드름때문에 고생하는데 즐겁게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4.

두물머리를 나오니까 4시가 넘었습니다. 이제 그냥 진부령으로 달렸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길을 어둡고 전조등으로만 길을 재촉했습니다. 간성을 지나서 차를 세우고 가까운 숙박장소를 찾았습니다. 겨우 방하나 남은 모텔을 잡았습니다. 공현진해수욕장에 있는 모텔입니다.

철지난 바닷가라고 해야 하나 일요일 아침 공현진해수욕장은 한산하였습니다. 물은 차고 날도 차서 감기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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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공현진 근처 간성에서 군복무를 하여서 동해안이 좋습니다… 서해안이나 남해안에서 느낄 수 없는 파란 바다와 점 한점 없는 이어지는 수평선은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부산 해운대나 서해안 대천보다 모래도 곱고 물도 너무 맑았습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와 함께 빌린 고무튜브로 바닷속에서 재미를 즐겼습니다.  

5.

늦은 1시 반쯤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공현진옆에 있는 가진항까지 옛날 7번국도를 따라 갔습니다. 물회를 먹으러 온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과감히 회 모듬에 털게를 주문했습니다. 예전에 상하이에 가서 먹었던 상하이 털게와 비슷한 털게는 맛이 탁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가격만 비싸고..

여유로운 점심은 뙤약볕아래서 들고 진부령 장신유원지를 찾아갔습니다. 이십대때 군복무 시절 건봉산에서 제대를 하였습니다.  그 때 건봉산 좌우의 계곡은 군생활을 하였던 저에게 최고의 피서지였습니다.

산천어가 서식하는 고진동,오소동계곡

고진동 오소동 계곡의 맑은 물이 기억이 나서  진부령계곡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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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옛날 선비들을 흉내내지는 않았지만 선비처럼 탁족(濯足)하였습니다. 다시 휴가를 오면 진부령계곡으로 오고 싶었습니다. 바람, 하늘, 물이 모두 맑았습니다….

6.

진부령을 넘어 길을 재촉하다가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이상한 곳을 보고 차를 멈췄습니다. 용대라고 황태로 유명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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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런 곳에 폭포가 있나 했더니만 유심히 보니 사람이 만든 폭포였습니다. 매바위위에 82미터짜리 인공폭포를 만들었습니다.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뒤로 하고 인제 내린천도 눈으로만 보면서 급히 급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늦은 11시 30분….1박2일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7.
오랜만에 가본 동해안이지만 찝찝한 여행이었습니다. 제가 가본 곳은 모두 누군가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터전입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인 그곳은 그저 관광객을 위한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딜 가나 호객 팻말 투성입니다.  더구나 관광객을 위한 길을 낸다고 길마다 공사중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한 자연을 만들고 길을 내어서 사람을 불러 들입니다.  여행이 아니라 관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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