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으로서의 위험관리

1.
조선일보 논설위원중 송희영씨는 경제를 담당합니다. 그렇지만 매일경제신문이나 한국경제신문의 친재벌논조와 달리 합리적인 시각으로 경제를 다룹니다. 오래전 ‘대형(투자)은행’을 주제로 다룬 칼럼이 있었습니다. 대형투자은행은 MB정부의 강만수와 김석동씨가 줄기차게 추진하고자 했던 일입니다.

세계적인 대형 은행들은 그동안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마음껏 즐겼다. 영국계 은행들은 런던에서는 불법인 거래를 싱가포르에서 성사시키곤 했고, 정부 감시가 엄한 프랑크푸르트를 벗어나 뉴욕에서 덩치를 키운 독일은행도 있다. 글로벌 경영을 한다는 명분 아래 국가의 감시 카메라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돈벌이에 몰두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위기에 몰리자 대형 은행들은 일제히 모국(母國)에 돌아가 살려달라고 자기 정부와 자기 국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요트와 사냥의 맛을 만끽하던 인간들이 무슨 염치로 돌아와 국가의 보호를 바라는가. 지난 4년 새 이런 여론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은행 규모가 클수록 가짜 상품을 많이 팔고 변칙 거래와 불법 행위가 엄청나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빅뱅의 시대는 끝났다. 초대형 은행은 애물단지가 됐다. 선진국에서는 메가 뱅크의 규모를 통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국가 경제규모(GDP)의 20~30% 선(線)까지만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너무 큰 회사는 쪼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송희영 칼럼] “메가 뱅크는 사기 집단”중에서

은행을 통해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Weekly Biz가 인터뷰한 리스크 컨설턴트 사트야지트 다스’의 시각도 동일합니다.

“최근 30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은 ‘폰지 사기(Ponzi Scheme·일종의 다단계 금융 사기)’이다. 부채를 이용해 외형상 고(高)성장을 이뤘을 뿐이다. 2008년 미국은 평균 4~5달러의 빚을 내서 1달러 정도 성장했다. 중국은 미국에 돈을 빌려주고 물건을 팔았지만 미국은 그만큼 돈을 벌거나 갚을 능력이 없었다. 이런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지금 세계 경제가 직면한 저(低)성장과 고실업이란 쌍둥이 쓰나미는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아니라 ‘그냥 노멀'(the normal·정상)일 뿐 이며 이제 남은 것은 빚쟁이들이 저축을 해서 빚을 갚는 일과 고성장이란 환상에서 깨어나 저성장 또는 무(無)성장이라는 현실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런 대담한 발상을 내놓은 주인공은 금융 리스크(risk)와 파생상품 분야의 권위자로 세계 최고의 리스크 컨설턴트로 꼽히는 사트야지트 다스(Satyajit Das)이다.
[Weekly BIZ] “경제위기 30년 이상 간다”…빚 갚는 일만 남아중에서

시대가 바뀌고 조건이 바뀔 때 어떤 원칙을 세워야 할까요? 금융연구원은 소프트웨어경쟁력을 키우라고 합니다. “은행의 조직구조는 영업(frontoffice), 모니터링업무(middleoffice), 후선업무(backoffice) 부문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은행의 경쟁력은 고객·채널을 담당하는 영업 부문과 리스크관리를책임지는 모니터링 부문 등이 결정적이다”라고 하면서 리스크관리를 강조합니다.

2.
트레이딩이 예외가 아닙니다. 빅뱅의 시대, 거대한 거품의 시대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저성장의 시대에서 한번의 손실은 회복할 수 없는 위기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전략이 갖는 위험성은 항상 경계를 합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딩의 위험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2010년 LIG 주문사고는 주문수량 한도를 설정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오류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만약 주문시스템이나 주문전달시스템이 트레이더의 입력 실수를 걸러내는 기능만 갖추었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선물 주문 오류 (한국판 flash crash?)

얼마전 Knight Group의 주문사고는 전산화한 알고리즘의 버그때문에 발생하였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과정의 실수였습니다. 그러면 트레이딩에서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FPL=FIX Protocol Limited는 아래와 같이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주 자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3.
이제 저성장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인용한 사트야지트 다스(Satyajit Das)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저축을 많이 해 빚을 줄여야 한다. 지난(至難)하고 고된 일이다. 물론 부도를 내고 일부 빚을 탕감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산가치는 급락할 것이다. 어떻게 되든 우리는 장기간 저성장과 디레버리징(빚 갚기) 사이클의 덫에 걸릴 것이다.” 

오늘자 한겨레신문 정석구칼럼은 더욱더 가혹하게 이야기합니다.

고통을 감내할 각오부터 해야 한다. 최소한의 생존 조건을 갖춰나가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도를 모색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고통의 기간이 얼마나 될지 누구도 모른다. 고통의 파고가 얼마나 높을지 누구도 모른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앞으로 오랜 기간 ‘고난의 행군’ ‘고난의 삶’을 살고 견뎌내야 합니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트레이딩이든 위험관리가 필수적인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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