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사상의학으로 소양인입니다. 무척 열이 많습니다. 쉽게 상기(上氣) 합니다. 상기하면 나타나는 현상이 목소리가 커집니다. 특히 술 먹으면 그렇습니다. 지난 금요일 이십여년 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물어보더군요.
“왜 그렇게 목소리가 크냐?”
사실 당혹스럽웠습니다.
“아! 내가 쉽게 열을 받는구나. 내 안에 마음속 어딘가에, 기회가 생기면 큰 소리로라도 뚫어보려고 하는 막힌 곳이 있나 보다…….”
소양인은 먹지말라고 하는 뜨거운 음식을 잘 먹습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입니다. 몸안의 화를 더 복돋아 땀으로 화를 삭히려고 몸이 요구합니다. 여름철 자전거나 산행도 비슷합니다. 땀이 비오듯 줄줄 흘러내리고 머리는 띵 합니다. 그래도 오릅니다. 한쪽으로는 화를 내리고 다른 쪽으로는 찬물로 몸을 식힙니다.
고요속에 묵상과 수행을 하여야 하지만 아직 몸은 땀을 원합니다.
지난 주말 산행도 오락가락하는 소나기속에 시작하였습니다. 오전내내 굵은 소나기때문에 못갈 듯 했지만 시간이 되자 무작정 출발하였습니다. 대학 동아리 동기들과 산행이 있었기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누가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 한 명이라도 가면 나중에 여럿이 갈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혼자라고 출발합니다.
원래 예정하였던 코스를 벗어나 국립미술관으로 이어진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을 따라 혈읍재고개로 오르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산림욕장코스라고 하지만 과천 청소년 수련장 코스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청소년 수련장을 지나서 오르지만 저는 국립미술관 뒷길로 오릅니다. 산림욕장 길이라 밟기도 좋고 조용하고 소나무가 울창합니다. 이정표를 가다 보면 휴식광장이 나옵니다. 휴식과장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청소년 수련장입니다. 이곳에서 능선을 타야 합니다.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어느 길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등산객의 흔적이 있습니다. 계속 오르막입니다. 서울대공원안에서 청계산 망경대로 올라가는 대부분의 길은 다 오르막입니다. 한시간정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 어느 덧 정상부근입니다. 제가 오른 길도 혈읍재고개와 마황굴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맞닿아 있습니다.
혈읍재고개에서 매봉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매봉전 막걸리 주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매봉에 들리는 분들에게 너무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옥녀봉으로 가다 과천으로 빠지는 길도 있지만 저는 수종폭포길을 택하였습니다. 서울대공원 후문에서 수종폭포를 지나 매봉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입니다. 청계산 계곡중 가장 좋은 길입니다. 사람의 흔적도 거의 없는 길입니다. 어떻게 오르는지는 아래 사진을 참조하세요. 그런데 2011년이라 2012년 현재와 다릅니다. 아래의 개구멍을 막는다고 철조망공사를 다시 했습니다. 그래서 개구멍을 잘 찾아야 합니다.(^^)
위의 사진은 아래가 출처입니다.
2.
청계산 계곡중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청계사 계곡, 금토동 계곡입니다. 두 곳 모두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가족동반으로 놀 수 있는 계곡입니다. 그렇지만 단점은 너무 찾는 이가 많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수종폭포 계곡은 두발로 올라야 합니다. 걸으면 걸을 수록 더 많은 혜택을 얻는 계곡입니다. 그래서 조용합니다. 때 묻지 않고 수량도 풍부한 계곡체험이 가능합니다. 매봉에서 이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전망이 좋은 세 곳이 있습니다. 서너명이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기 딱 좋은 곳입니다.
또한 여름철 수종폭포 계곡은 멱감을 수 있어 등산의 피로를 싹 씻을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지천이기때문이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 야영하는 분들도 가끔 눈에 띄입니다.
8월의 뙤약볕이 기다립니다. 모두들 떠나고 빈 계곡으로 나들이 해보세요. 나만의 무릉도원이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