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개발 vs 트레이딩

1.
소프트웨어개발과 트레이딩. 다른 일입니다. 한 꺼풀 벗겨보면 공학적인 지식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수학과 논리가 중요합니다. 다만 트레이딩은 한두가지 수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시장때문에 직관이 많이 합니다. 그런데 주제는 이것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와 경영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소프트웨어하우스가 처음 생겼을 때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산업의 시작은 가내 수공업입니다. 혼자 혹은 가족들이 생산을 하고 판매를 합니다. 소프트웨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혼자 혹은 아는 이들이 모여서 개발을 합니다. 가내 수공업처럼 소프트웨어개발에 취미가 있던 사람들이 모여서 회사라는 이름을 걸었습니다. 회사라고 하지만 프리랜서들이 모여주서 같이 일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시절 프로젝트라고 해야 2~3명이 들어가면 많이 들어갔습니다. 아직 정보화라는 말이 낯설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회사라는 조직적 역량을 말할 수 있는 발전단계가 아니었습니다. 구성원 개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학습도 따로 하고 연구도 따로 합니다. 아주 뛰어난 개인이 있으면 팀의 명성이 높아집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연륜은 프로젝트와 산출물로 남습니다. 하나씩 이력서에 올라갑니다. 90년대 초반 경험입니다.

트레이딩은 소프트웨어개발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는 개발의 댓가로 돈을 받지만 만큼 트레이딩은 돈을 운용하여 손익이 판가름납니다. 상상을 해보면 온라인 없던 시절 트레이딩은 증권사 지점직원들의 몫입니다. 투자라는 단어도 생소하였기때문에 직원에게 위임하였을 듯 합니다. 그러다 온라인을 확대하면서 개인트레이더가 등장합니다. 필명으로 유명한 슈퍼개미들이 등장합니다. 혼자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럿이 팀을 이루어 트레이딩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팀이라고 하더라도 트레이더 개인의 역량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인터넷혁명과 함께 불어온 정보화의 바람으로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하늘 높을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정보화를 위한 투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집니다. 시스템통합사업이든 제품개발이든 가내수공업단계를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대규모 공장생산과 같은 수준으로 투입인원은 커집니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던 개발에 소프트웨어공학을 접목합니다. 개발자들중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고급인력들이 진입합니다. 새로운 기술, 소프트웨어방법론, 개발프로세스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과 성과들이 현장에 접목을 합니다. 미국에 비해 갈 길은 멀지만 기업으로서의 소프트웨어회사들이 등장하였고 소프트웨어개발내부에 다양한 직무로 분화발전하였니다. 프로젝트당 몇 천 M/M을 투입하여야 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실패도 있지만 뚜렸한 성과를 내는 곳도 많습니다. 요즘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게임업체만 놓고 보죠.

최근 게임업계의 큰 뉴스 가운데 하나는 엔씨소프트의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원감축이다. 지난달 초 넥슨에 경영권이 넘어가자마자 신사업들을 대거 정리하더니 199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원에 착수했다. (중략)감축 규모를 두고서는 200명에서 1000명까지 설들이 분분한데, 전체 직원 3000여명의 20% 안팎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회사 윤진원 홍보팀장은 “퇴직신청 접수가 마무리됐고 퇴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전체 퇴직자 규모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엔(NHN)의 한게임도 지난달 인원감축 논란에 휩싸였다. “100여명 이상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언론 보도를 회사는 즉각 부인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엔에이치엔의 게임 쪽 인력 상당수가 회사를 떠난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고 산업으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천대 초반이후 트레이딩을 보죠. 금융투자회사마다 트레이딩인원이 들쭉날쭉입니다만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팀단위입니다. 팀이라고 하지만 역시나 기본은 개인적 능력입니다. 자본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자본시장내의 트레이딩부문은 여전히 가내수공업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딩이 정보화하면서 IT부분을 강화하였다고 하지만 트레이딩의 진화는 아닙니다.

최근들어 중소형 증권사들의 인력이동이 잦아지고 있다. 트레이딩 부분에서 업계를 선도해온 B증권사에서는 상품 운용을 담당하던 여러 트레이딩 팀중 한 팀이 통째로 C사로 이동하기도 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7개의 트레이딩 팀들이 각각 독자적으로 파생상품 운용에 나서왔기 때문에 한 팀이 빠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며 “이탈한 팀이 많은 수익을 이끌었다면 모르겠지만, 실제 직전 2분기동안 손실을 냈던 팀이었던 만큼 회사의 실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주력인력이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것은 이미 옛 일”이라며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인기 애널리스트나 트레이더의 입장에서는 개인 스스로의 브랜드화에 나서는 것이 일반화된 만큼 상황에 따른 이동이 빈번한 것이 요즘 증권가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정체는 아닌 듯합니다. 과거 ELW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가장 큰 트레이딩하우스가 백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많지 않지만 금융공학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과 연구성과를 트레이딩에 접목하려고 하는 시도도 있습니다. 감각의 영역에 더하여 과학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조사-분석-모델-시험-운영으로 전문화하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업으로 발전을 도모하는 단계가 아닌가 합니다.

2.
소프트웨어와 트레이딩을 굳이 비교한 이유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트레이딩은 뛰어난 개인에 의해 결과가 달라집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협업을 하는 팀을 이기지 못합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소프트웨어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딩은 다릅니다. 어찌보면 10여년동안 정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딩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몇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우선 개인의 감각에 의존한 전략이 아니라 수식과 숫자로 정립된 모델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트레이딩의 성과가 개인으로 귀속하지 않고 조직에 남습니다. 트레이더가 자리를 옮기면 다른 곳에서 영입하여 자리를 메우는 식의 도돌이트레이딩을 벗어나야 합니다.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 한명에 목숨을 거는 경영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의한 경영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둘째 조직이 조사부터 운영까지 트레이딩의 여러 영역에 대한 지원을 하고 통합하여야 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개인이든 트레이딩에 필요한 일은 트레이더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IT와 관련한 일부를 빼면 자력갱생전략입니다. 조직은 해주는 것이 없고 트레이더는 오직 숫자로 성과만 내놓아야 합니다. 투자도 없고 연구도 없는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수 없습니다. 많은 소프트웨어회사들의 경우 소프트웨어개발자가 분석,설계,구현, 시험 및 연구까지 다합니다. 개발자는 지치고 발전도 사라집니다. 희망이 없어집니다. 이와 같습니다.

셋째 트레이딩조직이 기업가정신을 북돋아야 합니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양하지만 맘에 드는 말을 인용합니다.

“기업가정신이란 위험부담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전제로 하여 가치있는 그 무엇을 새로이 창조하는 과정이다.”

조직이 해야할 일은 단순합니다. 실패를 권장하고 성공을 함께 나누는 문화입니다. 그렇지만 실패를 권장하는 조직은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숫자=이익만 관심이 있습니다. 트레이더를 기업가로 대접하지 않고 소모품으로 만듭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요?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힘들면 트레이딩 스타트업으로 이상을 현실화해보시면 어떤까요?

어느 신문에 실린 연세대 구본일교수의 이야기입니다.

“본래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즉 중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는데 시스템이 온라인 트레이딩으로 넘어가면서 전통적인 이익 기반이 없어지면서 현재의 수익 악화가 야기된 것” 이라며 “결국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어야 된다. 브로커리지가 아니라면 결국 새로운 수익 창출원은 트레이딩 쪽이 될 것”이라며 “PB(Private Banking), IB(Investment Banking), IB Advisory, IPO(주식공개), M&A 등 수익 구조 다각화를 꾀하 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을 것이다. PB 등 트레이딩 쪽을 잘 해낸다면 궁극적으로 전방위적인 투자 기능(ulternative investment private equity)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트레이딩 쪽을 강화해 증권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있는 증권사는 트레이딩을 통해 회사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KDB대우증권과 PB를 통해 대형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삼성증권이며 다른 증권사들 역시 이러한 선례를 분석해야 할 것”
[벼랑에 선 증권업] 전문가 “증권街, 트레이딩 등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해야”중에서

자본시장법이 개정안으로 바뀌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기업에 신용공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법적인 인가를 받은 헤지펀드에 신용을 제공하여 트레이딩을 하도록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이면 신용공여를 받을 수 있는 국내기업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제?트레이딩을 산업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3.
아주 재미난 글이 있습니다. 미국이야기입니다. 트레이더의 수익률과 소프트웨어개발자의 수익율을 비교하면 어디가 높을까요? 말을 바꾸어 보죠. 트레이더로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할 때와 소프트웨어개발자로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할 때 어느 쪽이 더 유망할까요? 미국은 당연히 소프트웨어라고 주장합니다.

Thankfully, Software Is Eating The Personal Investing World

그렇다고 트레이딩의 수익률이 낮지 않습니다. 그런데 트레이딩과 소프트웨어를 합친 HFT회사들의 수익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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