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내가 살아가는 이시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성, 사회에 대한 냉철한 이성을 가진 두 분을 꼽자면 신영복 선생님과 정수일 선생님입니다. 두 분 모두 영어의 생활을 하셨고 감옥에서 쓴 편지때문에 유명(?)해진 분들입니다.
정수일님이 쓰신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몇년전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었습니다. 실크로드에 관한 글을 열심히 읽을 때 접한 책이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우보천리 우보불파’가 나온 글 한편을 인용하겠습니다.
” 올해는 정축년 ‘소의 해’요. 한때 황황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이 소의 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牛步千里)’, 즉 꾸준한 노력으로 성과를 이룬다는 이 성어를 반추하고 음미하면서, 우리는 이제 충격과 비탄에서의 허둥거림을 그만두고 황소처럼 묵직하고 침착하게 앞만 보면서 걸어나가야 할 것이오.
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없이, 조금도 쉼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그럴 때 우리의 믿음, 우리의 의지, 우리의 희망, 우리의 모든 것이 참말로 ‘소가 밟아도 깨지지 않게(牛踏不破)’ 굳건히 다져지고 꿋꿋해질 것이오.
새해도 그렇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 또한 멀고도 험난할 수 있소. 그렇지만 이러한 우보천리의 매진정신과 우답불파의 반석의지만 견지한다면 길 은 우리를 위해, 우리에게로 뚫리게 될 것이오. 우리는 어차피 이길만을 따라 걸으가면서 맡겨진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가야 할 것이오. 언필칭 길이라면, 제아무리 험난해도 트이고 끝도 있게 마련이오.
나는 나대로 이 한해를 뜻있게 보내겠소. 부처님은 열반 전에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소. 세상이 실로 무상함을 절감한 나로서는 비록 영어의 몸이지만 최선을 다해 정진할 것이오. 무의도식이나 허송세월은 나를 괴롭힐 뿐이오. 일각을 천금으로 여기고 한순간 한순간을 값있고 뜻있게 보내겠소. 늘 자성자수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절도있게 꾸려나가고 시간을 잘 안배하여 효용하며 건강유지에도 유념하겠소”
2.요즘 소의 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牛步千里’를 말합니다. 1934년에 중국 연길에서 출생하신 정수일(鄭守一)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말한 경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베이징 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하고 중국 1호 국비 유학생으로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인문학부 연구생으로 유학 생활한 이후 50여년을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교류에 힘써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우보전리’를 말할 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세상과
귀를 닫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히고 “국민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부를 믿고 하나로 단결하고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묵묵히 소처럼 앞만 보고 일하라”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무릇 정치가 ‘우이독경(牛耳讀經)’식이면 곤란합니다.
3.그렇지만 “우보사지 능지천리(牛步似遲 能至千里)”, 소 걸음이 느린 것 같아 보여도 능히 천리에 이른다를 다시금 새겨 봅니다.